톰슨로이터는 왜 국산 플랫폼 '스넥' 주목했나

방대한 금융정보 분석→검색-연산연결 강점

인터넷입력 :2017/03/22 16:22

손경호 기자

방대한 글로벌 금융시장 정보를 몇 개 키워드만 넣어서 손쉽게 분석할 수 있다면?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위버플이 서비스 중인 '스넥(snek.ai)'이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중이다.

스넥은 비슷한 시기 미국서 창업해 '로보 애널리스트(robo analyst)'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주목 받았던 켄쇼와 거의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으면 관련 기업에 대한 공시, 뉴스, 증권사 리포트 등을 검색해 알려주는 것에 더해 애널리스트가 금융시장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드는 수고를 덜어준다. 앞으로는 굳이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이 관련 데이터를 불러와 액셀을 돌리지 않고서도 금융분석 정보를 연산한 결과값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도입한다. 이를테면 애널리스트가 시장 데이터를 조회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 필요한 분석자료를 스넥에서 몇 개 키워드를 조합해 넣는 것만으로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스넥에서 증권사리포트를 키워드로 검색한 모습. 이 서비스는 톰슨로이터와 협업해 국내외 금융정보를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에서부터 일반 투자자들까지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다.

■ 2년 간 시스템 구축 전념…데이터 제휴로 글로벌 시장 진출 노려

위버플은 지난 2년여 간 국내서 30여년 간 시장, 기업, 재무, 경제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뉴스나 IR, 증권사 리포트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수집해 조회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만 연간 2억원 수준이다.

이 같이 공을 들인 끝에 위버플은 최근 톰슨로이터와도 데이터 제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톰슨로이터가 보유한 방대한 금융 관련 정보를 스넥에서 키워드 검색만으로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3월부터 톰슨로이터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톰슨로이터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제공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스넥 내에서 톰슨로이터가 제공하는 모든 원본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애널리스트들이나 일반 투자자들이 활용하기 쉽게 가공된 형태로 정보를 조회해 볼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기존 스넥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 동향을 알기 위해 넷마블, CJ E&M, 컴투스 등을 검색했었다면 앞으로는 킹닷컴, 블리자드 등과 같은 글로벌 게임사들을 포함한 국내외 시장 동향을 한번에 확인해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말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영문화해 홍콩 금융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톰슨로이터는 왜 국내 스타트업에 주목했나

톰슨로이터는 왜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들과 이러한 데이터 제휴 계약을 맺은 것일까?

위버플 안태욱 이사에 따르면 데이터만 놓고 보면 톰슨로이터가 훨씬 많은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이를 검색이나 연산과 연결시키는 것은 위버플만이 가진 강점이다.

애널리스트나 전문투자자가 톰슨로이터가 제공하는 원본데이터(rawdata)를 재가공해야하는 수고를 들여야하지만 스넥을 이용하면 보다 손쉽고 빠르게 원하는 가공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켄쇼 같은 회사가 아시아쪽에서는 우리 밖에 없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톰슨로이터 김석준 대표가 국내서 켄쇼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을 찾던 중 위버플을 알게 되면서 본사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이 같은 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안 이사의 설명이다.

위버플은 이달부터 제공받고 있는 톰슨로이터 데이터들을 자사 시스템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을 이르면 상반기 중 마무리하고,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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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로이터가 위버플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신 얻는 것은 연산엔진이다. 이 글로벌 미디어 그룹은 스타트업에 자사 데이터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신 위버플이 고안한 연산엔진을 자사 유료 플랫폼에서 쓸 수 있도로 할 예정이다.

현재 톰슨로이터는 '아이콘(eikon)'이라는 유료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곳에는 각종 글로벌 시장을 다른 뉴스에 더해 금융시장 흐름과 관련된 보다 전문적인 데이터가 제공된다. 이 플랫폼에는 일종의 유료 앱스토어와 같이 애널리스트나 투자자들이 쓸 수 있는 분석툴을 제공한다. 톰슨로이터는 앞으로 스넥이 개발, 도입할 예정인 연산엔진을 이곳에서 유료 서비스로 끌어 안을 생각이다. 위버플이 개발 중인 연산엔진은 오는 9월께 오픈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