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TV, 유튜브 벽 넘을까

[백기자의 e知톡] "불공정 경쟁 환경…쉽지 않아"

인터넷입력 :2017/02/20 18:07    수정: 2017/02/21 15:47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이나 PC를 켜면 동영상을 보는 일이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자동차 에어 필터를 교체하는 방법부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근황까지 동영상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글자나 사진보다 동영상이 더 친숙하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유튜브에서 검색한다는 말까지 들립니다.

이런 변화에 맞게 국내외 굴지의 인터넷 기업들도 동영상 콘텐츠와 플랫폼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아프리카TV를 쫓아 최근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동영상 세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입니다. 페이스북 역시 라이브 기능을 추가한데 이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동영상 전성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치열한 환경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떤 무기를 앞세워,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무섭게 달리는 유튜브, 뒤쫓는 네이버·카카오

유튜브가 앞서 달리는 ‘토끼’라면, 네이버나 카카오는 뒤쫓는 ‘거북이’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는 동영상 광고비 지출액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요, 디지털 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튜브가 국내에서 동영상 광고로 벌어들인 매출은 1천168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3위에 머문 네이버(456억원)의 2.5배며 SBS, iMBC, KBS 등 지상파 3사의 동영상 광고 수익을 모두 합친 206억원보다 5배나 많은 결과입니다. 페이스북의 동영상 광고 수익은 1천16억원으로 2위를 기록, 경쟁사인 구글의 유튜브를 바싹 추격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앞으로 모바일 기기를 통한 동영상 시청이 더욱 늘어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인데, 지금까지의 추세대로면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가져가는 동영상 광고 비중 역시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방 시장을 자꾸 외산 기업에 빼앗길 수만은 없는 노릇. 사용자를 자꾸 다른 플랫폼에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광고 수익마저 줄어든다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겠죠. 특히 젊은 세대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건 기업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 동영상 힘 키우는 네이버·카카오

그래서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가 동영상 콘텐츠와 플랫폼 키우기에 나섰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달 인기 방송 및 각종 콘텐츠 클립을 제공하는 네이버 TV캐스트 웹과 고화질 영상 중심의 네이버미디어플레이어 앱의 브래드명을 ‘네이버TV’로 통합했습니다. 이에 사용자들은 네이버TV PC웹, 모바일 웹, 모바일 앱에서 고화질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영상 재생 중 자유롭게 원하는 화질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해졌고, 최근 인기 있는 웹예능, 뷰티, 게임, 키즈 등 주제형TV 콘텐츠도 강화됐습니다.

카카오도 다음tv팟과 카카오TV 플랫폼을 통합한 카카오TV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이용자들은 카카오TV PC웹과 모바일웹뿐 아니라 카카오톡에서도 라이브 방송과 VOD 영상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 도입되진 않았지만 카카오TV 라이브 앱을 통해 누구나 모바일 기기로 생중계를 하고, 카톡방에서 지인들과 공유해서 시청하는 것이 곧 가능해집니다. 아프리카TV ‘별풍선’처럼 좋아하는 방송 진행자에게 후원하기도 가능하고, 실시간 채팅도 가능합니다.

또 네이버와 카카오는 넷플릭스가 그랬듯,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투자를 늘려가듯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MBC와의 콜라보레이션 드라마 ‘세가지색 판타지’ 1편 우주의 별이, 2편 생동성 연애, 3편 반지의 여왕, 그룹 트와이스가 각종 미션을 수행하는 버라이어티 웹예능 ‘로스트 타임’ 등을 공개하며 주제형 콘텐츠에 더욱 힘을 싣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TV 콘텐츠 보강을 위해 대도서관, 윰댕, 도티, 잠뜰, 밴쯔, 허팝, 김이브, 디바제시카, 이사배, 조섭, 유준호, 안재억, 소프, 울산큰고래 등 인기 창작자들을 PD로 참여시키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 승산 있는 싸움일까

그렇다면 네이버TV와 카카오TV에 승산이 있을까란 질문이 생깁니다.

현 시점으로 보면 네이버TV나 카카오TV가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를 대체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산돼 있던 힘을 모으고, 자체 콘텐츠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창작 활동이 자유로운 유튜브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저작권 이슈로 분쟁이 발생하면 국내 사업자에겐 큰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돌다리를 계속 두들기면서 전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반 사용자들이 막말을 하거나, 개인 방송에서 사고를 칠 경우 사회적인 파장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프리카TV처럼 ‘B급 정서’를 지향하기에도 쉽지 않습니다. “네이버, 카카오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비판에 휩싸이게 되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되면 규제 기관이 지체 없이 시정 조치하려고 달려들 게 뻔하니 말입니다. 특정 플랫폼처럼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 정도로 책임을 면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또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사용료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유튜브의 경우 해외에 있던 캐시 서버를 국내에 설치, 통신사들이 지불해야할 국제구간 중계접속 비용 부담을 줄여준 대가로 망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반면 애초부터 국내에 서버를 둔 국내 업체들은 사용자와 트래픽이 많아질수록, 또 콘텐츠 용량이 커질수록 망사용료를 더 많이 지불해야 합니다. 고화질 영상을 제공하고 싶어도 늘어나는 망사용료를 계산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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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분산된 서비스를 하나로 모으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유튜브 파워를 극복하기엔 난제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손가락 안에 드는 인터넷 기업이지만, 현재로썬 외산 기업에 밀려 기대만큼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영화 ‘맘마미아’에 나온 유명한 노래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 제목처럼,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동영상 시장은 승자인 유튜브가 모든 것을 차지하지 않을까 우울한 전망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