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AI기술에 공들일까

4차혁명시대 핵심 플랫폼…“그곳에 미래가 있다”

인터넷입력 :2016/12/15 18:10    수정: 2016/12/15 18:19

네이버가 미래를 향해 뛴다. 새로운 두뇌와 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미래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구글, 바이두, IBM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과 겨루기 위해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와 기술에 대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상징적인 조치가 기술연구조직인 네이버랩스다.

네이버는 2013년 설립한 네이버랩스를 내년 1월 독립회사로 분사하면서 향후 3년 간 총 1천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네이버랩스는 AI 기반의 기술과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연결하는 조직이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신설법인 대표를 맡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네이버랩스, 네이버의 미래를 R&D하다

네이버랩스 로봇 'M1'

네이버랩스가 연구개발 하는 분야는 크게 ▲딥러닝(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인공 신경망을 기반으로 한 기계 학습 기술) ▲음성인식과 음성합성 ▲기계번역 ▲멀티미디어 인식 ▲웹브라우저 등이다.

네이버랩스는 그 동안 ‘프로젝트 블루’란 이름으로 대화 시스템 ‘아미카’, 자율주행, 로보틱스, 통역앱 파파고, 브라우저 ‘웨일’ 등의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아미카는 기기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대화 시스템이다. 그 동안 네이버가 축적해온 딥러닝, 음성인식, 음성합성 연구의 결과물이다. 사용자의 상황이나 사용자 자체를 잘 인식하고 인지함으로써 사용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아미카는 앞으로 기기와 메신저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데 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네이버랩스는 음성합성 기술에 있어서도 높은 가능성을 이미 입증했다. 이미 이 기술은 네이버의 어학사전 예문듣기나 뉴스 본문듣기에 적용돼 있다. 얼마 전 공개된 유인나 오디오북을 통해 실제 사람이 말하는 것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여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파파고

네이버랩스의 또 다른 서비스인 파파고는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계번역, 문자인식 등의 기술이 집약된 자동통역앱이다. 네이버 자체 기술로 만들어진 파파고는 앞으로 사용자들이 해외여행이나 외국인과 만나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신경망 번역(NMT) 기술이 적용됨으로써 기존 구 단위로 쪼개 번역했던 방식이 문장을 통째로 번역하는 것으로 바뀌어 더욱 정확하고 문장 맥락에 맞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랩스는 중장기 프로젝트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연구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자율주행차 자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정보를 주고받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도심 환경에서 실제 돌아다니는 물체를 인식하고 회피하면서 다닐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네이버랩스는 이미 일본 도요타 차량으로 시내 도로주행을 하면서 자체 보유한 비전 기술, 딥러닝, 머신러닝 등을 바탕으로 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네이버랩스의 로보틱스는 PC와 모바일로 넘어온 네이버 서비스가 앞으로 웨어러블과 자율주행차, 스마트홈으로 옮겨가면서 최종 목적지로는 로봇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네이버랩스는 인공지능 기술 탑재 로봇 ‘M1’을 개발 중이다. M1은 레이저 스캐너와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사무실쇼핑몰극장 등을 돌아다니며 고정밀 3차원 실내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네이버는 보다 다양한 동작 및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베타 버전으로 서비스 중인 웹브라우드 ‘웨일’도 네이버랩스가 공들여 개발한 네이버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네이버랩스가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웨일은 여러 창을 띄우지 않고, 하나의 창 안에서 모든 작업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옴니태스킹' 기능이 핵심이다.

웨일은 브라우저 속 특정 단어를 드래그 하면 검색 결과가 팝업으로 뜨는 '퀵서치' 기능을 제공하고, 파파고에 적용된 인공신경망 기반의 번역 기술을 통해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로 된 페이지를 번역해 준다. 이미지 형태의 텍스트에 대해서도 영역을 선택해 번역할 수 있다.

네이버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는 최근 열린 개발자 행사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기술 강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기술력을 한 단계 더 높이 이끌어내기 위해 여러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들도 적극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랩스 등에 엄청난 투자

송창현 네이버 CTO

네이버가 AI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준비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대로 네이버랩스에 3년 간 총 1천2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며, AI 실용 기술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도 30억원의 자금을 출연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에 약 4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지능형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을 100점으로 할 경우 75~76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미 구글, 애플,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 막대한 R&D 예산을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바둑대국 알파고 같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도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4년간 28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3조가 넘는 금액을 투자했으며 IBM도 자연어 소통 슈퍼컴퓨터 ‘왓슨’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의 도요타는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일본 정보과학연구소는 2021년 도쿄대 입학을 목표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국의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들여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했다.

IBM 왓슨을 탑재한 AI 로봇 '코니'

페이스북은 2013년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얼굴인식 ‘딥 페이스’ 기술을 개발했다. 애플은 86명 이상의 박사급 인공지능 전문 인력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정부도 국내 AI 산업을 본격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능정보사회 선도 AI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선도국 대비 70.5%에 미치는 기술수준을 2026년까지 100% 끌어 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민간이 AI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민관이 AI 요소기술인 언어, 시각인지, 학습, 추론기술 등을 협력해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방침이다.

또 자율주행차의 경우 필수 구성요소인 센서, 통신, 제어 등 8대 핵심부품을 대기업, 부품업체 협력으로 2019년까지 기술개발해 가격과 성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도 짰다. AI 기반 주변상황 인식기술, 교통환경 인지.분석.제어 기술, 통신 암호화 등이 융합된 자동차-ICT-인프라 연계형 신산업 창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대부분 글로벌 ICT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우리 정부도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을 육성하기로 하면서 네이버도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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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로봇기술을 일상생활 속에서 선보인 것은 많은 기업들이 연구에 매달렸던 휴머노이드가 아닌 로봇청소였다. 또 인공신경망 기술을 친숙하게 만든 것은 간단한 쓰임새를 자랑하는 통번역앱 파파고였다”면서 “네이버가 추구하는 것도 첨단기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모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중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혀 네이버가 앞으로 선보일 일상 속 첨단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도 개발자 행사에서 "네이버는 앞으로 기술에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며, 국내 개발자들을 지원해나가는 데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해 경쟁력 있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