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웨일, 한국서 액티브X 쫓아낼까

"표준웹 정착" 강조…크롬도 못한 일 해낼까

컴퓨팅입력 :2016/12/12 18:00    수정: 2016/12/13 15:04

네이버가 지난 1일 인터넷 브라우저 웨일을 공개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네이버가 의미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점유율 보다 더 주목해야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비표준 플러그인인 ‘액티브X(ActiveX)’가 활개치고 있는 국내 인터넷 환경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다.

세계 브라우저 시장을 접수한 구글 크롬도 못한 '그 어려운 일'을, 네이버 웨일은 해낼 수 있을까.

■네이버 웨일 “액티브X 지원 않겠다”

네이버가 베타 버전으로 공개한 웨일 브라우저는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다. 구글이 주도한 오픈소스 웹 엔진 크로미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확장(익스텐션) 프로그램을 통해 액티브X를 우회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지만, 아직 웨일은 이 확장 프로그램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크롬에선 'IE 탭'이라는 확장 프로그램을 통해 IE 브라우저를 크롬 내 '탭'으로 불러와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베타 테스트 중인 만큼 일부 이용할 수 없는 확장 프로그램이 있다"면서도 "IE탭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액티브X를 지원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기술협력총괄을 맡고 있는 박종목 이사는 지난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W3C HTML5 컨퍼런스’에서 액티브X에 대한 생각을 직접 밝혔다. 이날 질의응답시간 나온 “네이버 브라우저가 액티브X를 지원하느냐”는 질문에 박 이사는 ”액티브X는 퇴출될 대상이라 직접 지원하는 건 고민이 많이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가 웨일에서 액티브X를 지원하는 대신, 비표준 웹 환경을 표준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이사는 “(액티브X를 써야 하는) 결제 서비스나 관공서 사이트에서 웨일 브라우저가 잘 쓰일 수 있도록 카드사나 페이먼트 빌링 PG사와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브라우저 웨일 소개 페이지

글로벌 추세와 정반대인 국내 브라우저 시장

액티브X를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몇 년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고 보안 위험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티브X 퇴출' 주장은 대답없는 메아리나 다름 없었다. 중요 웹사이트들조차 여전히 액티브X를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종오 의원(무소속)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100대 사이트에 661개의 액티브X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X가 1개도 설치되지 않은 사이트는 단 14개로 조사됐다.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포털(144개, 23.2%), 금융(140개, 22.5%), 교육(64개, 10.3%), 엔터테인먼트(57개, 9.2%) 등의 웹사이트가 액티브X를 많이 사용했다. 용도는 주로 결제(190개, 30.6%), 멀티미디어(130개, 20.9%), 보안·인증(93개, 15%), 전자문서(68개, 11%)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X가 가장 많이 설치된 사이트는 네이버(52개), 다음(41개). 신한은행·IBK기업은행(28개), 넥슨(23개), 현대카드(22개)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웹 표준을 준수하는 브라우저를 만들고, 이 브라우저에서 대부분 서비스가 원활하게 구동하도록 웹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로 마음 먹은 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정책 변화가 전체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의 국내 웹 검색 점유율은 70%를 웃돈다. 그만큼 국내 웹 서비스 환경에선 절대적인 존재다.

네이버 웨일, 액티브X 퇴출 변수로 부상?

최근 들어 세계 시장에선 웹 표준을 준수하는 브라우저들이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지난 3월 크롬이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추월한 사건이었다. 크롬은 그 기세를 몰아 11월엔 점유율 55%를 돌파했다.

반면 한 때 '브라우저 최강'으로 군림했던 IE는 최근 2년 사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1월에도 전달보다 1.47%포인트 감소해 21.66%에 머물렀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상황은 완전히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압도적인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국내 웹 환경이 액티브X에 종속적인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상반기 국내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IE 점유율은 87.93%,에 이른다. 웹표준을 준수한는 브라우저들의 사용률은 저조하다. 크롬 6.76% 파이어폭스 2.21%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우저 사업에 뛰어든 네이버가 '액티브X 퇴출'을 외치는 건 당연한 행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IE의 기세를 꺾으면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선 액티브X부터 걷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웨일을 앞세운 네이버의 행보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건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액티브X 퇴출'에 있어 네이버 웨일의 역할론을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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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원석 박사는 "이미 국내 사용자들이 인터넷뱅킹에선 IE를, 일반 웹서핑을 할땐 크롬을 쓰는 패턴이 생겼다"며 "아직 사용자 기반이 작은 웨일이 액티브X 퇴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측하긴 이르다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브라우저에서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아도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제는 모바일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등 네이버가 전략을 굉장히 치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