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키운 BMW 김효준號, 향후 3년은 "지속성장 올인"

3년 연임 기정사실...후임도 韓 경영인 추천

카테크입력 :2016/11/17 11:59    수정: 2016/11/17 14:04

정기수 기자

17년 동안 BMW 그룹 코리아를 맡아 순항해 온 김효준 사장이 사실상 향후 3년간 더 회사를 이끌게 됐다. 지난 2000년 수장에 오른 김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대수는 물론 브랜드 인지도까지 BMW 코리아를 부동의 선두업체로 자리매김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5년 한국 진출 당시 판매대수 714대에 불과했던 BMW코리아는 2011년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2만대 판매 고지를 돌파했다. 이듬해에는 3만대 판매를 넘어서더니 2014년 4만대(BMW, MINI 포함 4만6천746대), 지난해에는 5만대(BMW, MINI 포함 5만5천378대) 이상을 팔아치우며 부동의 강자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실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BMW 코리아는 7년 연속 단 한 번도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국내 수입차시장 확대를 주도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판매 순위에서는 BMW 코리아는 3만7천285대를 판매,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4만4천944대)에 밀려 그동안 지켜온 수입차 왕좌를 빼앗길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수입차시장 규모가 평균 5.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신형 E클래스 등을 앞세운 벤츠의 신차 효과에 밀린 탓이 컸다.

다만 김효준 사장은 "판매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전까지의 성과로 양적 확대에 성공했다면,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데 더 주력한다는 요지다.

BMW 그룹 코리아 김효준 사장(왼쪽)과 SK 텔레콤.이형희 사업총괄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BMW 코리아)

실제 김 사장은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열린 'BMW 코리아-SK텔레콤 5G(5세대) 커넥티드카 기술 시연회'에 참석, 기자와 만나 "올해는 궁극적으로 신뢰를 확보해 시장에 투명성을 부여하고 고객 효용을 넓히는 등 지속가능한 가치를 마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는 특히 "숫자는 하나의 결과물로, 지속가능한 성장은 숫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사업계획을 수립했으며 올해는 판매량보다는 인프라 구축에 힘썼다"고 강조했다.

독일 본사와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국내에 세워진 BMW 드라이빙센터와 세계 다섯 번째로 건립된 R&D(연구개발) 센터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김 사장은 "설립 초기 R&D센터는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역할이 주였다면, 이제는 국내 개발한 기술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며 "드라이빙 센터는 수익 30억원을 거둬도 80억원의 적자가 나지만, 브랜드 가치 제고와 미래 고객 유치 측면을 감안하면 적자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1위 통신업체 SK텔레콤과 국내에 적용 가능한 5G 커넥티드카를 개발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 것도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BMW 코리아는 국내에 가장 먼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목표다. 차세대 스마트카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시장의 국내 주도권도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김 사장은 “커넥티드카는 휴대폰에 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은 것 이상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왼쪽)과 서울시 권순경 소방재난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BMW 코리아)

지난 7월 도입한 견적실명제도 차량 유통 투명성을 높인 사례로 꼽힌다. 실행 4개월여 만에 판매 일선에 안착헀다는 평가다. 제도 도입을 통해 견적의 투명성을 높여 딜러간 출혈 경쟁은 막고, 고객들에게는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BMW 코리아는 올해 경기도 안성 부품물류센터에 1천3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연구개발(R&D)센터에도 2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까지 본사 파견 직원을 포함해 20명의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딜러사 AS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도 2천억원을 투자하고, 인천 송도에 2018년 2월 준공될 BMW 콤플랙스(복합단지)에도 450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붇는다.

최근에는 대경대학교와 MOU를 체결, 국내 영업인력 육성에 나서기로 했고, 수입차업계 최초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대당 9천만원 상당의 소방 지휘 순찰차로 'BMW X5' 7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자신의 퇴임 뒤에도 BMW 코리아를 이끌 후계자로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아는 한국인 경영인을 고집하고 있다. BMW 코리아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다. 김 사장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내년 2월까지다.

김 사장은 "한국에서 2~3년 임기를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외국인 사장이 와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없다"며 "후임이 될 한국인 사장 후보를 추리고 있는 상태이며 확정되면 본사에 추천하고 검증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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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 사장은 "본사에서 3년 임기 연장을 요청했다"면서 "아직 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잠정적으로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연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BMW 코리아는 내년 신차 중 최대 대어로 꼽히는 '뉴 5시리즈'를 내년 2월말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760만대 이상 판매된 BMW의 대표적인 볼륨모델인 5시리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의 자존심 대결을 앞두고 있다.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신형 3시리즈도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