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SKT '5G 커넥티드카' 세계 첫 시연 현장 가봤더니

5G 시험망 구축해 커넥티드카 'T5' 시운전...미래주행기술 주도

카테크입력 :2016/11/15 17:00

정기수 기자

(인천 영종도=정기수기자)#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을 발견하고 선행 차량이 급정차하자 뒤따르던 5G(5세대) 커넥티드카 'T5'의 모니터에 '급정거 주의' 메세지가 켜졌다. T5는 드라이버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 커브길이나 언덕 등 주행 사각지대에 대한 정보를 도로와 신호등을 비롯한 주변 상황과 다른 차량의 운행 정보를 미리 받아 안전 주행을 도와준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이 촬영한 UHD(초고화질) 영상을 실내 모니터로 전송해 주자, 앞 차량에 가려 드라이버의 눈에 보이지 않았던 현장 상황이 비로소 파악된다. 급정거의 원인은 차량들이 서로 얽혀 있는 사고 탓이었다.

#막히는 정체구간을 피해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달리는 차량 앞에 갑자기 아이가 뛰어든다. 운전자가 뒤늦게 아이를 발견했지만 차량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급정거 등 돌발 상황에도 주변 사물과의 통신을 통해 'T5'의 브레이크를 자동 제어하는 등 5G 기술 덕택이다.

이날 5G 커넥티드카 'T5'의 시연에 나선 방송인 겸 레이서 김진표씨는 "'T5'가 현실화 되면 자동차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우리 앞의 도로는 더 안전해질 것"이라며 "상용화 된다면 1호 차량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시승 소감을 전했다.

5G 커넥티드카 'T5'(사진=BMW 코리아)

BMW코리아와 SK텔레콤은 15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 구축된 세계 최대 규모 5G 시험망에서 '커넥티드카-드론-도로교통정보'를 실시간 연결하는 미래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커넥티드카가 5G 통신과 융합돼 야외에서 실제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IT(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실시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다. 다른 차량은 물론 교통시설 등과 무선으로 연결돼 각종 정보, 경고, 원격 제어,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기능 등을 제공한다.

이날 시연장에 등장한 5G 커넥티드카 'T5'는 BMW 뉴 X5와 7시리즈 차량에 5G 단말기를 장착한 프로젝트 차량이다. T5는 SK텔레콤의 'T'와 5G의 '5'를 합친 단어다. 특히 이 차량은 현행보다 수십배 빠른 5G 통신망을 이용,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바탕으로 초대용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운행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통신망의 전송 속도는 20Gbps로 4G(LTE)보다 응답시간이 10배 이상 짧다. 4G에서는 0.01초 수준인데 비해, 5G에서는 0.001초 정도로 응답시간이 줄어든다"면서 "사람이 사물을 감지하는 시간보다 25배 빠른 수준으로 5G가 적용되면 고속으로 움직이면서도 교차로 신호 변화나 교통상황, 돌발 상황에 빠른 판단과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5G 시대 킬러 서비스로 평가되는 커넥티드카를 연동·검증했다는 점에서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 최진성 종합기술원장은 "커넥티드 카는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될 것"이라며 "T5는 5G와 결합한 완전 자율주행차로 진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5G 커넥티드카 'T5' 시연도(사진=SK텔레콤)

이날 시연을 위해 SK텔레콤은 BMW 드라이빙센터 내 2.6km 트랙에 20G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고 기지국-단말 간 1천분의 1초로 상호 통신하는 5G 시험망을 에릭슨과 공동으로 구축했다. 그동안 5G 시험망은 밀리미터파 광대역 무선 전송 등 핵심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소규모 단위로 구축·운용돼 왔다.

실제 이날 트랙에서 진행된 시연에서는 김진표씨가 T5를 타고 실시간으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등 앞 차량과 소통하며 주행했다. 또 사고 현장을 가정해 진행된 시연에서는 T5가 20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발생한 차량의 충돌사고를 미리 감지해 드라이버에게 경고해 사고를 예방했다.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은 사고 현장 주변을 촬영해 UHD 영상으로 T5로 전송, 운전자가 이를 확인하고 우회할 수 있게끔 해 준다. V2X(차량간 통신) 기술과 영상인식 센서를 활용해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고 선행 차량이 급정차하면 거의 동시에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밟는다. T5에 적용된 준자율주행 수준의 운전자보조장치(ADAS)도 한 단계 진화했다.

김진표씨는 "T5에 탑재된 LKA(Lane Keeping Assist·차선이탈 경고) 시스템은 기존 차량이 센서로만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5G로 노면 상태는 물론 차량·교통상황, 사고 발생 등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취합해 돌발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고 전했다.

T5가 선행 차량과 소통하며 트랙을 주행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BMW는 SK텔레콤은 이날 시연에 맞춰 5G 커넥티드 카 기술 연구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또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 등 글로벌 통신장비 제조사들과 각각 다른 규모와 특징을 활용한 5G 시험망을 내년 초부터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 구축 및 운용할 계획이다.

다만 5G는 현재 표준화가 진행 중인 만큼, 상용화까지는 3년여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통신사의 경우 오는 2018년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시범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KT는 앞서 지난 8일 오는 2019년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이종봉 인프라부문장은 "통상 표준 제정이 완료된 뒤 장비 개발과 단말 출시 등 일정을 감안하면 상용화까지는 약 18개월이 소요된다"면서 "선례를 감안하면 5G도 오는 2018년 중순께 표준이 만들어진 뒤 2020년 정도를 합리적인 상용화 시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텔레콤이 가장 완성된 미래주행 기술 시스템인 5G 커넥티드카를 처음으로 선보였듯이 제일 먼저 5G의 상용화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5G 시험용 단말기를 통해 전송된 SK텔레콤 최진성 종합기술원장의 홀로그램(오른쪽)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다만 5G의 상용화 이후에도 안전성과 신뢰성을 최우선해야 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마틴 뷜레 BMW R&D(연구개발)센터장은 "BMW코리아의 자율주행과 5G 일정이 반드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며 "5G가 상용화돼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테나 등 기술이 원하는 수준까지 완벽하게 올라와야 하고, 250km/h에서도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5G를 자율주행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면서 "5G와 모바일 유스 케이스를 확보하기 위해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틴 센터장은 이어 "5G 커넥티드 카 프로젝트는 BMW코리아만 해당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번 SK텔레콤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사례를 경함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량에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에 대해 SK텔레콤 최진성 종합기술원장은 "5G 자동차 협회(5GAA)의 설립을 통해 글로벌 업체들과 커넥티드 이동성 통신 솔루션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면서 "로컬로 시작하지만 글로벌한 얼라이언스를 통해 BMW 등과 5G 서비스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차량 내 셀룰러 모뎀이 장착되는 추세"라며 "5G 이전에 ADAS를 LTE나 LTE 진화 기술로 먼저 경험해 가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BMW 그룹 코리아 김효준 사장(왼쪽)과 SK 텔레콤.이형희 사업총괄이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BMW 코리아)..

한편 이날 SK텔레콤은 인텔과 개발 중인 노트북 크기의 5G 시험용 단말기를 통한 홀로그램 전송 기능도 시연했다. 직접 5G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5G 버스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향후 대중이 직접 5G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5G 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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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이형희 사업총괄은 "세계 최초의 5G 커넥티드카는 5G 상용화를 위해 내디딘 중요한 의미를 가진 첫걸음"이라며 "5G 기술이 상용화되면 모든 산업이 ICT 생태계 안에서 공존하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은 "자동차와 IT 기술을 지속해서 결합할 예정"이라며 "SK텔레콤과 미래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BMW는 가장 혁신적인 미래 이동성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