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타임워너, 합병 허가 떨어질까

美 차기 정부 첫 시험대…심사과정 만만찮을 듯

방송/통신입력 :2016/10/24 09:15    수정: 2016/10/24 09: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AT&T는 계획대로 타임워너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미국 2위 통신사업자 AT&T가 지난 22일(현지 시각) 타임워너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수 대금은 854억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거래다.

타임워너는 유료TV 채널인 HBO를 비롯해 워너브러더스, CNN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AT&T가 손에 넣을 경우 서비스 망과 콘텐츠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회사 합병이 계획대로 성사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법무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거대 미디어 기업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두 회사 합병이 성사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씨넷)

■ 트럼프 "대통령되면 합병 막겠다" vs 클린턴도 대형기업 탄생에 엄격

이번 합병 승인 작업은 오는 11월 선거를 통해 탄생할 차기 정권이 맡게 된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보다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의 의중이 상당히 중요하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는 두 회사 합병에 대해 강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22일 게티스버그 유세 연설에서 “대통령이 되면 두 회사 합병을 막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합병 반대 이유로 “소수의 손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두 회사 합병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클린턴 역시 거대 기업 권력과 합병에 대해선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쪽이 대통령이 되건 지금보다 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AT&T가 지난 해 인수한 디렉TV. 이번 합병 심사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씨넷)

물론 이전 상황을 놓고 보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번 합병과 비교될만한 사례는 지난 2009년 성사된 컴캐스트와 NBC 유니버설 간의 합병이다.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는 엄청난 반발에 부닥쳤다. 하지만 결국 오바마 정부는 2년 뒤인 2011년 두 회사 합병을 승인했다.

당시 망중립성 원칙 준수를 비롯한 몇 가지 인가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합병 이후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 인가 조건이 지나치게 미약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분 역시 AT&T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뉴욕타임스는 또 AT&T가 지난 2015년 디렉TV를 인수한 부분에 정밀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AT&T는 디렉TV 인수 덕분에 유료TV 시장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이 시장에선 가입자 수가 컴캐스트를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AT&T가 타임워너까지 손에 넣을 경우 스마트폰, 고속 인터넷, 위성 텔레비전, 케이블 채널, 영화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미디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보다 한층 더 정밀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컴캐스트와 NBC 유니비설 합병 때는 무선 통신 사업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 방송사 포함 안 될 경우 FCC 심사는 피할 수도

미국에서 거대 사업자 간 합병을 할 경우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한다. 법무부는 독점금지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반면 FCC는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지 여부에 대해 주로 심사한다.

두 심사 과정 중 FCC 심사가 상대적으로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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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있어선 AT&T가 유리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방송사업자 인수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엔 FCC 심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타임워너는 애틀랜타에 방송국을 갖고 있다. 하지만 FCC 심사 과정을 피하기 위해 방송국을 매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