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에 인공지능 접목..."韓, 인프라 '탁월'"

산업부, 의료-스마트팩토리 AI 사업 본격화

컴퓨팅입력 :2016/09/13 15:26    수정: 2016/09/13 15:37

송주영 기자

우리나라는 의료 산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정보 기반 기술을 잘 갖추고 있어 향후 이 분야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은 늦었지만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조기에 도입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정보 인프라를 잘 갖췄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디지털화된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정보를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12일 인공지능 응용산업화추진단 주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의료, 스마트팩토리 등 주요 산업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기술개발은 늦었지만, 각 산업분야별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이 인공지능 경쟁에 나서면서, 우리나라도 서둘러 인공지능 시대에 동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맞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각 산업별로 인공지능의 적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만들어 각 산업별 인공지능 지원에 나선바 있다.

산업부는 2020년까지 기계, 로봇, 조선 무인기, 의료기기, 보안시스템, 스마트공장, 인공지능 기반기술, 반도체,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총 15개 파일럿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다.

■과거병력 통해 미래 질병 예측

특히 이날 포럼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산업을 혁신할 새로운 대안으로도 떠올랐다. 인공지능이 진단 보조 기능을 하게 되면 의료진들의 높은 업무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상욱 인피니트헬쓰케어 상무는 “스마트폰으로 의료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병원으로 가야할지 말아야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 환자 치료의 질이 올라가고 의료진의 삶도 함께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상무는 우리나라는 디지털화된 의료 정보들이 많아 인공지능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기 유리한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PACS 사업을 도입했고 많은 병원이 디지털화된 영상과 차트 정보를 갖추고 있다”며 “인공지능으로 쌓여있는 정보를 분석해 학습시키면 고성능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공지능 산업화 포럼' 패널 토의 장면

산업부는 오는 2020년까지 7개 인공지능 수요분야, 2개 기반기술 분야에서 15개 인공지능 산업화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우선, 오는 11월경 의료, 기계 분야 프로젝트를 먼저 시작할 예정이다. 의료 분야에서 ▲소화기영상 및 심혈관계 등 향후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의료영상 의사결정보조시스템 ▲양방향 캡슐내시경 활용 진단보조시스템 개발 등 2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의료기기 분야 PD는 “PACS 기반 실시간 영상 검색과 인공지능을 위한 웨어하우스를 만들려면 1만대 이상 기기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라며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과거 병력을 통해 향후 병력을 예측하고 추론하는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캡슐형 내시경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자동 진단시스템도 과제로 개발할 예정이다. 허 PD는 “우리나라 의료 전자기기는 전 세계 20위권 내에 드는 품목이 디지털 엑스레이, 초음파기기 등 몇 개 안된다”며 “모자란 기술에 인공지능을 더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과제로 선정된 캡슐형 내시경은 우리나라 외에는 미국과 중국만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 접목…보안이 중요

스마트팩토리도 인공지능이 적용될 만한 분야로 꼽혔다. 가령 포스코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모터가 수천개가 있는데 각 모터 구매 시기가 다 다르다. 모터가 고장 나면 라인을 멈춰야 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는데 각 모터의 상태를 인공지능으로 예측하면 미리 부품 등 재고관리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스마트공장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중요한 정보가 해킹될 수 있고 제조 로봇이 해킹되면 인명피해까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규택 임베디드소프트웨어 PD는 “스마트공장 고장예측 진단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쓰일 수 있다”며 “스마트공장은 예측과 보안이 굉장히 중요한데 정보 패턴을 분석해 악성 정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우진 이랜서 대표는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면 보안 이슈가 많이 생길 것”이라며 “공장들을 보면 망분리가 아예 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라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딥러닝 기술들로 패턴을 계속해서 분석하면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고 스마트공장 기술과 융합한 기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산업화 추진달 발굴 프로젝트 목록(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에서 인공지능 기술산업 접목을 위해서 상용화에 중점을 둔 검토가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박성주 유진로봇 부사장은 “우리나라에서 먼저 만들어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왜 흐지부지 됐을까 생각하면, 결국 국내에서 끝났기 때문”이라며 “잘 개발된 기술인데도 정작 쓰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은 오픈형이든 폐쇄형이든 수요자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며 “기획단계부터 수요자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낙인 건설기계부품연구원 수석연구원도 향후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 접목에 대해 “상용화가 가까운 기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에 맞게 지능화를 연구하고 니치마켓이라도 파괴적 혁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다양한 전문가 의견들을 토대로 추진단에서 발굴한 프로젝트들을 보완해 미래부가 수립중인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에 반영하고 금년 하반기부터 산업부 기술개발사업 등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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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기계분야 3개 프로젝트와 의료 2개 프로젝트에 올해 7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후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10개 프로젝트를 추가로 더하고 2020년까지 1차 프로젝트를 완료할 예정이다.

산업부 기계로봇과 주원석 서기관은 “2020년쯤에는 무조건 시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