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프로야구)삼성의 같은 고민

[김익현의 미디어읽기] 애플 실적 삐딱하게 보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6/07/27 13:49    수정: 2016/07/27 14: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 때 야구팬들 사이에 유행하던 말이 있다. “세상에 쓸데 없는 게 삼성 걱정”이란 얘기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프로야구 삼성 팀은 지난 해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초 삐걱거리는 것 같아도 끝무렵이면 어김없이 순위표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지난 해엔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두산에 넘겨줬다. 막판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주축 투수들이 빠진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21세기 프로야구 최강팀이란 데 토를 달 야구팬은 그다지 많지 않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말도 있다. “세상에 쓸데 없는 게 애플 걱정”이란 얘기다. 수치만 놓고 보면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플이 아무리 부진해도 수익 규모가 다른 기업 몇 배 수준에 이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그런데 올 들어 삼성(야구팀)과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 삼성은 올해 프로야구 리그에서 꼴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치고 올라가던 예전 모습은 간데 없다. 올해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바뀐데다 새 구장 ‘라이온즈파크’ 이적 첫 해인 점을 감안해도 생소한 성적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2개 분기 연속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13년만의 첫 경험이다. 출시 이후 줄곧 늘었던 아이폰 출하량도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 성적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애플이 부진했다고 보긴 힘들다. 여전히 분기 매출 423억6천만 달러에 순익 78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8조5천700억원 매출에 순익 8조9천억원 규모다. 부진하다고 쉽게 비판하기 힘든 수준이다.

따지고보면 애플을 옥죄는 건 ‘1, 2년전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해 12월 분기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아이폰 판매량 7천450만대 기록을 깼다.

애플이 올 들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도 작년 초에 워낙 잘했던 탓이 컸다. 그러니 “세상에 쓸데 없는 게 애플 걱정”이란 말은 그리 틀린 소리도 아니다.

하지만 장기 성장 전망이란 관점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폰이 영원히 애플의 주수입원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 시장도 서서히 한계에 달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애플에겐 차세대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프로야구 삼성 팀의 신예 스타 구자욱. 그는 화려했던 선배들의 뒤를 이을 대표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사진=뉴스1)

그건 프로야구 삼성 팀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이승엽, 최형우, 윤성환, 박한이에 의존할 순 없다.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해야만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의 성공이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쉽게 신성장동력으로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스포츠로 치면 대체불가 전력이다. 누적 판매량 10억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수치 때문에 이런 평가를 하는 건 아니다.

아이폰은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통신산업과 모바일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한계가 보인다고 해서 섣불리 포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 삼성-애플, 앞으로 1-2년이 정말 중요

물론 애플은 그 동안 세대교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한 때 아이폰에서 스크린을 키운 아이패드를 대안으로 밀었다. 아이패드 역시 쾌속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폰 후계자로 떠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이패드는 한계를 보이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애플TV와 애플워치도 대안 중 하나다. 하지만 둘 모두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애플이 두 제품 판매량을 별도 공개하지 않고 ‘기타 제품’ 항목에 뭉뚱그리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년 전부터 애플이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스마트자동차다. 지금으로선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가능 유력한 상품이긴 하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프로야구팀 삼성이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현재 주력 선수(제품)들이 최소한 1, 2년을 더 버텨주는 동안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고민이다.

프로야구에서 제일 어려운 건 ‘성적’을 내면서 세대교체를 해내는 것이다. ‘리빌딩’으로 불리는 세대교체를 단행하기 위해선 몇 년 동안 팀에 공헌했던 노장 선수들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성적을 내려면 또 그들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조바심을 쉽게 떨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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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애플과 프로야구 삼성 팀의 현주소는 조금 다르다. 애플은 여전히 최고 기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면 프로야구 삼성은 한해 만에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둘 모두에게 향후 1, 2년이 특히 더 중요한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