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전쟁, '변형적 이용'서 승패 갈리나

구글-오라클 공방…이르면 이번 주 평결 나올듯

컴퓨팅입력 :2016/05/23 18: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기의 자바 전쟁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지난 9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서 시작된 구글과 오라클 간의 자바 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2주 동안 양측 변호인들의 공방을 끝내고 이젠 배심원 평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재판을 주관하고 있는 윌리엄 앨섭 판사는 지난 주말 배심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최종 평결을 앞둔 휴가인 셈. 배심원들은 23일 다시 모인 뒤 평결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API 37개를 사용한 것이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이다. 1심과 항소심을 거치면서 구글이 자바 API를 사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판결은 확정됐다.

■ 미국 저작권법 107조 놓고 공방

남은 쟁점은 구글의 침해 행위가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이다. 공정 이용 판결을 받을 경우엔 구글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모든 짐을 벗게 된다.

공정 이용은 미국 저작권법 107조에 규정돼 있다. 107조에선 공정 이용 판단 기준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1. 이용의 목적과 성격 (비영리 목적이나 보도, 학술 인용)

2. 저작물의 특성

3. 이용 분량과 함께 전체 저작물에서 어느 정도로 핵심적인 부분이었냐는 점

4. 저작물 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네 가지 기준 중 이번 재판에서 특히 중요한 판단 기준은 1번 항목이 될 가능성이 많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쟁점이 있다.즉 저작권 침해로 탄생한 제품이 얼마나 얼마나 ‘변형적(transformative)’인지, 또 저작물이 상업적 목적에 이용됐는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다.

오라클은 지난 17일 법원에 제출한 평결불복심리(JMOL)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평결불복심리란 재판부가 배심원의 평결을 배제하고 스스로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문건이다. 사실심인 1심에선 배심원 평결에 앞서 평결불복심리를 제출하기도 한다.

미국 저작권법에선 “좀 더 깊이 있는 목적이나 다른 캐릭터 등으로 새로운 것을 덧붙이거나,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으로 기존 저작물을 변형했을 경우” 변형적 사용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구글이 자바 API를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을 경우 ‘변형적 이용’을 인정받게 된다. 이번 재판에선 이 부분에 대한 입증 책임은 구글이 지게 된다. 따라서 구글이 ‘자바 API를 비상업적으로 이용했을 뿐 아니라, 변형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 오라클 JMOL서 구글 '변형적 이용' 주장 반박

물론 구글은 자바 API를 활용해서 만든 안드로이드가 변형적인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라클은 JMOL에서 크게 네 가지 이유를 들어 구글이 자바 API를 가져다 쓴 것이 ‘변형적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첫째. 구글이 자바 API를 쓴 것은 저작권법 107조의 변형적 이용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둘째. 구글은 원 대상을 ‘단순히 대체’했다.

셋째. 안드로이드에 사용된 자바 API 패키지는 자바 플랫폼의 자바 API패키지와 용도가 같다.

넷째. 구글은 자바 API 패키지의 표현이나 메시지에 변형을 가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열린 구글-오라클 1심재판 스케치. (사진=씨넷)

오라클 측은 이런 주장과 함께 저작권법 107조에는 “비평, 논평, 뉴스 보도, 교육, 학술 활동, 연구” 등에 한해 변형적 이용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자바 API 사용은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오라클의 주장이다.구글은 재판 과정에서 안드로이드가 변형적 이용 사례에 해당되는 근거로 ‘스마트폰 플랫폼’이런 점을 들었다. 특히 스마트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무료 배포했기 때문에 변형적이면서도 비상업적 이용이라고 강조했다.

오라클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우선 무료 배포에 대해선 냅스터 때 제9순회법원이 변형적 이용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오라클 측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기 훨씬 전에 썬이 이미 스마트폰으로 인정할만한 제품에 자바 SE API를 사용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를 들어 오라클 측은 “이성적인 배심원이라면 안드로이드가 자바 SE API를 변형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 배심원들의 최종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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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나올 배심원 평결에선 이 부분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이외에도 이용 범위와 시장에 미친 영향력, 저작물의 특성 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구글이 자바 API를 활용하면서도 기존 저작물을 변형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입증할 경우엔 배심원들이 구글 쪽에 우호적인 평결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물론 지금으로선 어떤 평결이 나올 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법적 논리에 충실한 판사가 아니라 ‘분위기’와 ‘편견’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을 수 있는 일반인인 배심원이 평결을 하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