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저널리즘 구세주 될까

스토리텔링 확장 괄목…생산-소비 과정 개선 과제

홈&모바일입력 :2016/03/16 14:04    수정: 2016/03/16 14:0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상현실(VR)은 저널리즘의 새로운 구세주가 될 것인가?”

최근 국내외 많은 언론사들이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VR 저널리즘에 공을 쏟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VR 영상을 볼 수 있는 카드보드 100만개를 배포하면서 관련 앱도 함께 만들었다.

USA투데이와 ABC뉴스 역시 VR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독자 눈길 잡기에 나섰다. 특히 ABC는 북한, 시리아 등에 기자를 파견해 VR 콘텐츠를 생산했다.

국내에서도 VR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가 가장 먼저 VR 저널리즘을 선보인 가운데 조선일보도 최근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VR은 과연 저널리즘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사진은 삼성전자 기어VR 체험존. (사진=삼성전자)

■ 최근 들어 VR 시장 폭발적 성장세

당연히 궁금증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VR 저널리즘은 새로운 희망이 될까? 아니면 찻잔 속 태풍처럼 한 순간의 유행에 머물까?

미국 나이트재단과 USA투데이 네트워크가 13일(현지 시각) 공동 발표한 ‘미래 보기? 저널리즘에서의 가상현실(Viewing the Future? Virtual Reality in Journalism)’은 이런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 보고서 내려받기)

보고서 저자들은 VR 저널리즘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장기 성장 전망에 의문부호가 없는 건 아니지만 2016년은 VR 저널리즘에 있어 중요한 한 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들은 VR 저널리즘의 장기 생존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긴 하다. 하지만 VR 저널리즘에 담겨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쉽게 외면하진 못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최근 상황을 한번 짚어보자.

VR 저널리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이트재단 보고서는 ‘시장의 급속한 확장’에서 찾고 있다.

가트너는 지난 해 오는 2018년까지 VR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 2천500만대가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UBS와 파이퍼 제프레이 역시 VR 시장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UBS는 오는 2020년이면 VR 기기 판매량이 3천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덩달아 하드웨어 시장(67억 달러)와 소프트웨어 시장(33억달러) 역시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이퍼제프레이는 2025년 전망치를 내놨다. 그 때가 되면 단말기만 5억대 가량 판매되면서 하드웨어(630억 달러)와 소프트웨어 시장(54억 달러)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의 예상도 놀랍다. 리코드는 오는 2020년까지 VR 시장이 700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시장 전망치인 67억 달러의 10배 수준이다.

관련 투자도 활발할 것으로 전망됐다. 피치북 데이터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VR 관련 투자 금액이 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최근 2년 사이에 집행됐다.

■ 삼성-페이스북 등 관련업체들도 활발한 움직임

스마트폰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공개한 갤럭시S7을 기어 VR과 연계해서 판매하고 있다. 당시 삼성 행사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등장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런 시장 상황과 함께 VR 저널즘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VR이 최근 들어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나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VR의 역사는 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타리 프로그래머였던 자론 래니어가 VR 헤드셋을 선보인 게 출발점이 됐다. 이후에도 닌텐도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VR 기기를 내놨지만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갤럭시 언팩 행사장에 들어서는 마크 저커버그와 기어VR을 착용한 관람객 (사진=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페이지)

이처럼 몇 차례 등장했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간 VR. 그렇다면 지금은 당시와는 다른 걸까?

이에 대해 나이트재단 보고서는 “이젠 기술 발달로 이미지를 표출해주는 속도가 비전을 따라잡을 정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공개된 제품들만 봐도 화려하다. 그 중 대표 주자는 역시 삼성이 갤럭시S7와 함께 제공할 기어VR이다. 구글의 저가형 VR 안경인 카드보드는 가격이 2만원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등도 이 분야에선 빼놓을 수 없는 실력자들이다.

하지만 저널리즘 분야에선 360도 카메라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MWC2016'에서 360도 카메라를 선보이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 지난 해만 12개 언론사가 60건 정도 선보여

기술이 뒷받침되면서 언론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나이트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12개 언론사가 약 60건 정도 VR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VR 보도는 주로 360도 동영상 카메라나 움직이는 3D 모델을 활용해서 제작됐다. 이를 통해 가상현실 속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처럼 복잡한 장비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촬영한 뒤 이어붙이는 방식도 많이 사용된다. 이렇게 제작한 영상은 앱을 통해 유통하거나 유튜브 360 같은 사이트에 올린다.

나이트재단은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주요 언론사 관계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도 병행했다. 인터뷰에 응한 언론사는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워싱턴포스트, USA투데이 네트워크, 퓨전, BBC, 디스커버리 등 다양하다.

CNN이 지난 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VR 기술을 활용해서 방송했다. (사진=CNN)

이들은 VR 콘텐츠가 ‘몰입적 스토리텔링’측면에선 분명 효과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독자들의 체류 시간도 기존 동영상이나 기사를 볼 때보다 더 길었다는 것이다.

VR 콘텐츠를 이용한 사람들도 사건 현장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적잖은 공이 들어갔다는 의미다.

BBC의 사이러스 사이한 비즈니스개발부문장은 ‘(VR) 기술이 아직 (콘텐츠를) 생산할 준비가 덜 돼 있을 뿐 아니라 제작 이후 (진행도) 너무 느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기술 초기 단계이며 이런 접근을 통해 어디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지 깨달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생산과정-헤드셋-콘텐츠 품질 개선이 과제

VR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 제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거론됐다. 디스커버리의 코리 키 부사장은 “기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VR 보도가 나오기까진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헤드셋 문제도 거론됐다. CNN은 지난 해 10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VR로 중계해 큰 인기를 끌었다. 니먼 랩에 따르면 당시 동시 스트리밍 횟수가 98만회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VR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사용된 헤드셋이 지나치게 무거웠던 것으로 지적됐다. 장시간 방송을 시청하기엔 부담스러운 정도였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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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보도 윤리나 수익 모델 창출 등도 VR 저널리즘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꼭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VR 보도가 단순히 신기한 차원에 머물지 않기 위해선 적합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요약하자면 VR 저널리즘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생산 부담 문제, 헤드셋 접근성, 콘텐츠 품질 등이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