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하우스오브카드가 필요하다

[기자수첩]방송 산업 경쟁력 키워야

방송/통신입력 :2016/03/13 11:12

지난 4일 넷플릭스의 대표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오브카드 시즌4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동시 공개됐다. 이날 트위터, 페이스북에는 '언제 어떻게 몰아볼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전세계 사용자들 글이 쏟아졌다.

하우스오브카드 전세계 동시 공개는 지난 1월 130개 국가에 넷플릭스가 신규 진출한 것 만큼이나 상징성이 있는 사건으로 보인다. “여러분은 글로벌TV네트워크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예상이 실현되는 순간이기 때문. 넷플릭스 콘텐츠 총괄 테드 사란도스는 “모든 사람이 어디에서든 동일한 시점에 TV쇼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진출 전략 중심에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다. 빅데이터분석을 통해 최적의 시나리오, 배우, 감독 구성을 기획할 수 있고,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 전세계 시장에 제한 없이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영국 매체 텔레그레프는 “넷플릭스가 TV를 시청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뿐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볼지도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연간 5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올해 31개 신규 TV 시리즈, 24개 오리지널 장편 영화와 다큐멘터리, 다양한 스탠드업 코미디 스페셜, 30개의 오리지널 키즈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넷플릭스가 각 국가에 맞춰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자베스 2세 시대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한 '더 크라운', 프랑스를 배경으로한 정치드라마 ‘마르세이유’를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중이다.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황 근 교수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시리즈 중심으로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지금까진 몇개 대작만 직접 제작했지만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면서 현지 콘텐츠 제작사와 결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 네트워크, 막강한 자본력, 빅데이터분석력까지 갖춘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사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볼만한 드라마는 모두 넷플릭스에만 있다면 어떻게 될까.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선 굉장한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플랫사업자들에겐 비상 상황이나 다름 없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는 넷플릭스 국내 진출을 찻잔속 태풍 정도로 평가하고 있지만 2~3년 안에 넷플릭스발 방송 패러다임 변화가 몰아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에 578억원을 투자한 것을 보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 합병법인을 통해 1년간 3200억 원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콘텐츠 제작 지원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합병법인은 조성된 펀드를 토대로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해 유료플랫폼에 전편을 한번에 공개하는 등 '한국형 넷플릭스'를 만들어 넷플릭스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하겠다는 포부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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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재 유료방송시장이 가입자 경쟁 유치, 저가 할인경쟁에 집중하다보니 방송산업 전체 새로운 가치 창출은 이뤄지지 않고, 소비자의 추가 지불의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방송플랫폼 산업이 위기이고,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반길만하다.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가 단지 정부의 합병 승인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가 아닌, 절절한 위기의식 속에서 나온 변화의 시그널이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