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2차소송 역전비결 '퀵링크'

항소법원, "두 기술 작동방식 달라" 판결

홈&모바일입력 :2016/02/27 08:55    수정: 2016/02/27 22: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예상대로 삼성이 항소심에서 완벽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 동안 골치 덩어리였던 애플 ‘데이터 태핑’ 특허를 무력화시키면서 앞으로 계속될 공방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26일(현지 시각)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 소송에서 사실상 삼성 승소 판결을 했다. 쟁점이 됐던 애플 특허권 세 개 중 한 개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결을 했고, 나머지 특허권 두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최근 삼성이 미국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한 1차 소송과는 별개 사안이다. 디자인 특허가 쟁점인 1차 소송과 달리 2차 소송에선 애플 실용 특허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애플 퀵링크 핵심은 '분석서버'에서 구현

2차 소송에서 애플의 핵심 특허는 ▲데이터 태핑(647)▲단어 자동완성(172)▲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세 개였다. 지난 2014년 5월 끝난 1심에서 삼성은 애플 특허권 세 개를 침해한 혐의로 1억1천900만 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중 핵심은 647 특허권이다. 647 특허는 특정 데이터를 누르면 바로 연결 동작을 지원해주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웹 페이지를 누르면 바로 관련 창이 뜨고, 전화번호를 누르게 되면 곧바로 통화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이다. 이 특허 기술이 ‘퀵링크’로도 불리는 건 그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한 것처럼 보인다.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퀵링크 기능이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데이터 태핑 특허권 개념도. (사진=미국 특허청)

그러다보니 애플은 그 동안 안드로이드 진영과 특허 소송 때마다 647 특허권을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왔다. 삼성 역시 1심에서 647 특허권 침해로 9천869만625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전체 배상액 1억1천900만 달러의 80%를 웃돌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애플 647 특허권 문건은 “분석 서버가 응용 프로그램으로부터 받은 데이터 구조를 탐지한 뒤 관련된 행위를 하도록 연결해준다”고 규정돼 있다.

■ 항소심 재판부 "삼성과 애플 작동방식 달라"

항소심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애플 특허 문건에 있는 ‘분석 서버가 행위를 한다’는 부분의 적용 범위였다. 특허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 삼성의 갤럭시 폰들은 서버가 아니라 개별 단말기 단에서 ‘퀵링크 기능’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애플 측 증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삼성 갤럭시 폰에서 퀵링크 기능을 구현한 소포트웨어 들은 분리된 ‘분석 서버’라고 주장했다. 메신저를 비롯한 삼성 애플리케이션들이 퀵 링크 기능을 구현할 때마다 해당 코드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 측은 메신저를 비롯한 퀵링크 기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들은 자체로 구동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해당 기능을 구현하는 응용 프로그램의 한 부분일 뿐이란 논리였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항소법원. 특허소송 항소심 전담 법원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삼성 측은 “(퀵링크 기능을 구현하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로 간 뒤 그 프로그램 코드를 애플리케이션이 통합한다”면서 “따라서 라이브러리 코드는 응용 프로그램에 있는 다른 코드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애플 측은 삼성 폰에 있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이 브라우저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별도로 구동된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성적인 배심원들이라면 삼성 폰들에 감지한 데이터를 연결하는 행위를 해주는 분석 서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것”면서 647 특허를 침해했다는 1심 판결을 기각했다.

■ 애플, 나머지 두 특허 무효…삼성 특허침해도 그대로 인정

항소법원은 애플의 나머지 무기였던 ▲단어 자동완성(172)▲밀어서 잠금 해제(721)에 아예 무효 판결을 했다. 특허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삼성의 침해 여부를 논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단어 자동완성과 밀어서 잠금 해제는 수 년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던 특허권이었다. 단어자동 완성은 애플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특허이기 때문. 또 밀어서 잠금 해제는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부실 특허였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4개국에서 18명의 판사들이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에 대해 무효 판결을 했다.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하지만 특허로 보호할 가치는 없다는 것이 판사들의 일관된 판단이었다.

포스페이턴츠는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권을 인정한 유일한 인물이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라고 꼬집었다.

결국 ‘데이터 태핑’이란 핵심 무기가 무력화된 애플로선 삼성과의 2차전에서 속수무책으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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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애플이 카메라와 파일 폴더 관리(449 특허)를 비롯한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는 1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애플은 오히려 소액이긴 하지만 15만8천 달러 가량의 배상금을 삼성에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추가 공방 결과에 따라선 소송 비용까지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