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바꾸기 이렇게 어려워야 하나?

[현장체험] 3년만에 새 휴대폰 구입해보니

방송/통신입력 :2016/02/18 17:53    수정: 2016/02/21 15:19

“가계통신비 아끼려다 정신건강만 해치겠다.”

우여곡절 끝에 새 휴대폰을 산 뒤 든 생각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전이나 이후나 합법적인 '단말기+통신’ 요금은 전혀 내려가지 않았는데, 싸게 구입할 방법을 찾는 건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말을 절감했다.

3년간 사용하던 휴대폰에 잔고장이 늘어 큰 맘 먹고 폰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동네 휴대폰 판매점을 찾았다. 어딜가나 최신 폰을 쓰려면 2년간 매월 8만원 씩은 내야한다는 '만만찮은' 견적을 내밀었다. 불법 보조금 생각이 절로 날 정도였다.

하지만 불법 보조금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니었다. 'ㅅㅋ’는 SKT, ‘ㅋㅌ’는 KT, ‘ㄹㄱ’은 LG유플러스를 칭한다는 기본부터 익혀야 했다. 그 뿐 아니었다. 현장에서 단말기 금액을 현금으로 완납하는 조건으로 싸게 구입한다는 은어 ‘현아(현완)’, 처음에는 제값을 다주고 구입하고 이후 현금으로 보조금을 받는 방식을 말하는 ‘표인봉(페이백)’도 알아야했다.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는 설 연휴 첫날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았다.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몰려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지식격차'를 극복할 순 없었다. 판매자들은 매일 휴대폰만 판매하는 전문가고 소비자들은 2~3년에 한번 휴대폰을 구입하는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다. “오늘 정책이 별로 안 좋다”며 현란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하는 설명은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 매장에 조금 사람이 몰리면 “이제 상담 안 한다”며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 매장에 여러 번 와서 물어보는 사람에겐 폰파라치 아니냐고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렇게 불법 보조금을 받아 구입하더라도 개통이 지연되거나 약속한 페이백 지급이 늦어지면 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뭐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렸다.

결국 프리미엄급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사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중저가 단말기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구매하려고 보니 이번엔 요금제가 걸렸다.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이나 혜택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찾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통신사마다 요금제 수십개가 넘으니 또 공부를 해야 했다. 이름도 비슷비슷하고 설명도 비슷비슷한데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지. 요즘은 다들 통화보다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한데 데이터 요금제들은 또 왜 이렇게 비싼지.

결론적으로 나는 중저가폰 중 그나마 쓸만해 보이는 넥서스5X를 할부원금 24만8800원에 구입한 뒤 LTE선택형요금제에 가입했다. 월 통신비는 5만4천원. 종전보다 2만원 가량 줄일 수 있었다. 많은 사용자들이 한달에 1만원, 2만원을 아껴보려고 나와 비슷한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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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이런데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이 가계 통신비 인하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렇게 자화자찬해도 되는 걸까?

나를 포함해 많은 소비자들이 좀 더 싸게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고생하는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통신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을 근절하는 일 못지 않게 제조사와 통신사가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게 먼저가 아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