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상고심 땐 美 특허법 '논란'

'배상기준' 규정한 289조 도마 위에 오를 듯

홈&모바일입력 :2016/01/25 15:12    수정: 2016/01/25 16: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특허법 289조를 확대 해석했다.”

삼성과 애플 간의 1차 특허 소송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미국 특허법 289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은 지난 해 12월 미국 대법원에 1차 특허 소송 상고허가(writ of certiorari) 신청을 접수하면서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보상 범위를 규정한 ‘미국 특허법 289조’의 한계를 집중 거론했다. 삼성을 위해 법정조언자(friend-of-the-court) 의견서를 제출한 6곳 역시 항소법원 판결 중 디자인 특허침해 배상 기준 문제를 주로 문제 삼았다.

삼성이 상고를 신청함에 따라 애플은 오는 2월 16일까지 관련 답변서를 대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애플 역시 답변서와 함께 다양한 법정 조언자 의견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미국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 삼성 지원한 법정 조언자 의견 6개 접수

상고신청제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에선 대법원 법정에 서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편이다. 상고 허가 비율이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이 1년에 개최하는 재판은 75건 내외인 반면 한해에 접수되는 상고신청은 1만 건에 이른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에 우호적인 법정 조언자 의견을 제출한 것은 총 6개 협단체들이다.

- 주요 IT 기업들(구글, 페이스북, 델, HP 등)

- 컴퓨터& 통신산업 연합(CCIA)

- 기기 제조업체(부두장비 전문업체 시스템즈)

- 주요 단체(흑인상공회의소, 히스패닉 리더십 기금)

- 전자프론티어재단(EEF)

- 법학교수 37명

법정조언자란 사건 당사자는 아니지만 해당 사건에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이나 친구를 의미하는 용어다. 이들은 대법원 상고 허가 여부에 대해 지지 혹은 반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이번에 삼성을 위해 법정조언자 의견을 제출한 기업이나 협단체는 순전히 삼성을 응원하기 위해 나선 건 아니다. 이번 재판의 향배에 따라 장기적으론 자신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 핵심 쟁점 중 하나인 D087 특허권.

그런 점에서 이들이 재판 중 어떤 쟁점에 특히 관심을 갖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법정조언자 의견을 제출한 기업이나 협단체, 교수들은 삼성이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다. 그 부분은 자신들과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건 특허권을 어느 정도나 인정하는지, 또 특허 침해 때 배상금을 어떤 기준에 따라 적용하는 지 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공통적으로 '전체이익' 배상 규정한 특허법 289조 거론

6개 법정 조언자 의견서가 공통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바로 미국 특허법 289조다. 디자인 특허 침해 때 배상금 산정 기준을 규정한 특허법 289조는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상고심이 열릴 경우 최대 쟁점 조항이 될 가능성이 많다.

미국 특허법 289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윤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스마트폰처럼 복잡한 기기에서 디자인 침해 판결을 받을 때 어떤 기준으로 배상을 해야 할까? 사진은 5.9인치로 커진 갤럭시S6 엣지 플러스. (사진=씨넷)

구글,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스마트폰처럼 복잡한 IT기기가 디자인 특허 침해 판결을 받았을 때 제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 등은 아예 “항소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어처구니 없는 결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기업들에게 파괴적인 충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CIA 역시 특허법 289조 해석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항소법원 해석대로라면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보유자들에게 사실상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CCIA는 “(특허법 289조 입법 취지는) 발명권자가 공중들에게 기여한 것 이상으로 권한을 주는 것까지 허용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을 근거로 CCIA는 “항소법원의 289조 해석은 의회가 허용하지 않은 바로 그 부분을 그대로 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항소법원 판결 확정 땐 특허권자에 과잉 배상"

전통 제조업체인 시스템즈 역시 289조 해석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시스템즈는 289조가 100년도 더 된 전통 산업 시대에 만들어진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항소법원이 해석한 대로 289조를 적용할 경우엔 디자인 특허권자들이 어마어마한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는 것이 시스템즈의 주장이다.

흑인상공회의소 같은 협단체나 전자프론티어재단 같은 시민운동 단체들 역시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한 배상금 부과 방식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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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프론티어재단은 항소법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특허권자들이 엄청난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자프론티어재단은 항소법원처럼 법 해석을 할 경우 289조가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법학교수들 역시 “항소법원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한 세기 전 ‘전체이익 환수’ 기준을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전체 이익 환수 기준을 적용할 경우 디자인 특허권자가 과잉 배상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