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서비스는 왜 또 IE만 지원하게 됐나

구글 NPAPI 지원 중단 미대처...비효율적 의사결정도 한몫

인터넷입력 :2016/01/22 08:03    수정: 2016/01/22 17:32

손경호 기자

국세청이 15일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개통한데 이어 19일부터 편리한 연말정산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나 인터넷익스플로러(IE) 외에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엣지 브라우저 등 다른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국민들은 여전히 연말정산을 위해 IE 브라우저를 따로 켜야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정부 얘기와 달리 '모두가 편리한 연말정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황은 이렇다. 국세청은 2012년부터 2천3천억여원을 들여 '차세대 국세통합시스템(TIS)' 혹은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이라 불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이전까지 서로 다른 웹사이트를 통해 관리됐던 홈택스, 현금영수증, 연말정산 등을 통합관리할 수 있게해 사용자 편의성을 키워보자는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IE 사용자들에게만 해당 사항이 됐다. 정부는 줄곧 IE에 종속된 국내 웹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웹표준에 맞게 전환하라고 독려해 왔지만 정작 가장 많은 국민들이 사용하는 세금 관련 서비스는 IE만 써야하는 민망한 상황을 연출했다.

연말정산서비스를 IE 외 브라우저에서 쓸 수 없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구글이 NPAPI라고 불리는 플러그인을 지난해 9월부터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다. 연말정산을 포함한 홈택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이를 웹 상에서 구현하기 위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해 온 액티브X나 구글 NPAPI 플러그인 등을 활용해야만 했다.

구글이 NPAPI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건 2년여 전이다. 국세청이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시점이 2012년이었고, 새로 개편한 시스템을 오픈한 것이 작년 2월이었다. 구글이 계속을 일정을 미루다가 NPAPI 지원을 중단한 시점이 같은 해 9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세청 입장에서 이미 개편한 서비스를 오픈한 이후 시점에서 전체 시스템을 다시 손보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이건 반만 맞는 얘기일 수 있다. 지난해 9월 크롬서 NPAPI 지원 중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인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는 보안 프로그램 구축을 담당했던 사업자는 이러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NPAPI가 지원되는 환경에서만 설치됐던 보안 프로그램을 무상으로라도 교체해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당시 해당 프로젝트 담당 공무원은 정부에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서비스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별도로 사업을 발주해 교체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현재로서는 신규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이 NPAPI를 없앴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는 점, 빠르게 변하는 IT이슈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 DNA가 맞물려 멀티브라우저 지원은 흐지부지됐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부가 이런 이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3월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국세청은 공공 웹사이트에 공인인증서 대체수단, 비액티브X 적용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새해부터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외에도 아이핀, 휴대폰을 활용한 SMS인증, ARS인증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계획이 무색하게도 올해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도 공인인증서 외 수단을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IE 없이는 쓸 수 없는 반쪽짜리가 됐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국민들 대부분이 반드시 활용해야하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는 많은 돈을 들이고도 공인인증서 외 수단은 물론 멀티브라우저 조차도 지원되지 않는다. 홈택스 웹사이트가 글로벌 환경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용중단을 권고하고 있는 암호화 알고리즘인 'SHA1'을 통해 암호화 통신을 한다는 점도 최신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맞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민간 웹사이트를 웹표준 환경에 맞게 전환하라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웹표준과는 거리가 있는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 개편이 이뤄지자 주변에선 역시 그럴줄 알았다는 냉소적인 반응들이 적지 않게 엿보인다. 크롬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는 공공 웹서비스는 여전히 무리한 요구인 건가? 공공 웹서비스의 사용자 환경 개선은 아무리 강조해도 여전히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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