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단통법, 개정되면 '백조' 될까

“소비자 체감 가능한 대안 나와야”

방송/통신입력 :2016/01/21 15:30    수정: 2016/01/22 09:17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3월로 예정된 정부의 단통법 중간평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통법에 대한 평가가 최대 수혜자로 여겨졌던 이통사 뿐만 아니라 소비자, 제조사, 판매 대리점 모두 부정적이어서 정부가 내놓을 개선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014년 10월1일부터 시행된 단통법은 스마트폰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부가 마련한 법이다. 과도한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에게 고가의 요금제가 강요되거나, 특정 이용자에게만 보조금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소비자, 이통사, 제조사, 판매 대리점 모두 ‘시무룩’

단통법의 보조금 규제 기본 방향. (사진=미래창조과학부)

그럼에도 소비자들과 산업계 현장에서 들리는 단통법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일단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소비자들은 상한선이 정해져, 이전보다 낮은 보조금을 받게 됐고, 요금제 할인 혜택마저 줄었다는 인식이 강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발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756명) 중 96.8%(732명)는 단통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통법 개선을 위한 고려사항에서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무려 65.5%로 조사됐다. 단통법으로 가계통신비가 인하됐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95.4%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참여연대도 단통법 시행 1년을 맞은 지난해 10월 단통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가적인 요금 할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통법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통사들 역시 큰 혜택을 보진 못했다. 번호 이동 가입자 확보를 위한 보조금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반면, 기존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말기 지원금 대신 20% 요금할인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선택약정할인제도’ 는 이통 3사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단통법 토론회

한 통신사 직원은 “솔직히 단통법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면서도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기기 변경 고객에 까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고, 선택약정할인 부담까지 더해져 수익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조사 역시 단통법의 피해자로 분류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가격 부담 때문에 단말기 교체 주기를 늘렸고, 마진이 낮은 중저가폰 시장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통사들도 앞다퉈 중저가폰 시장에 힘을 기울이고, 알뜰폰 시장이 커지면서 매출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최근 3년간 국내 이동통신단말기 판매 추정치’ 자료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9개월 동안 이동통신단말기는 약 1천310만 대가 판매됐다. 이는 단통법 시행 이전의 같은 기간(2013년 10월∼2014년 6월)에 비해 약 100만 대(8%)가 감소한 결과다.

단통법의 부작용은 휴대폰 유통업계에도 타격을 안겼다.

휴대폰 매장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시장 침체로 중소 유통점의 30%가 폐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유통점들이 이통사의 직영 유통망에 밀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통사 직영점은 단통법 시행 이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8천424곳에서 9천14개로 7% 증가했다.

단통법 이후 매장문을 닫은 한 대리점주는 “단통법 이후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대리점이 행사할 수 있는 지원금이 공시지원금의 최대 15%로 제한되면서 직영점과 차이가 뭐냐는 고객들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단통법 “먹혔다”는 정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반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7~9월)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통신비 지출은 14만5천2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5만1천100원보다 3.9% 줄었다. 직전 분기 14만7천700원에 비해서도 1.7%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단말기 가격도 떨어졌다. 단통법 이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5의 최초 출고가는 89만9천800원이었지만, 후속 모델인 갤럭시S6는 85만8천원으로 낮아졌다. LG전자의 G3 역시 92만4천원에 나온 반면, G4는 89만원으로 출고가가 결정됐다.

일부 단통법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기존에는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보조금 폭탄 혜택이 주어졌고, 나머지 고객들은 ‘호갱’(소비자를 우습게 부르는 말)이 되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적더라도 모두가 골고루 지원금을 받게 됐다는 논리다.

또한 판매점에 따라, 구입 시기에 따라 들쑥날쑥 하던 요금체계가 알기 쉽게 개선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고객이 호갱 취급 받는 일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정부 “단통법 개선안 내놓겠다”…내용은?

단통법을 풍자한 그림.

기획재정부는 미래부, 방통위와 함께 올 3월 단통법 중간점검을 한 뒤, 6월 경 단통법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가 검토 대상으로 밝힌 개선방안은 ▲이통사 현상경품 지급 허용 ▲신용카드사 연계 단말기 할인 활성화 ▲20% 요금할인제 안내 의무화 등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작년 말 한 라디오방송에서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을 수정하면 오히려 더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지원금 상한액이 다시 높아지면 고가 요금제와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강제 등 때문에 가계통신비가 더 증가되는 역효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지원금을 올리기보다 고가요금제 뿐만 아니라 중저가 요금제에도 더 많은 지원금이 제공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보조금 상한선 폐지 또는 상향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 볼 때는 가능성이 낮게 점쳐진다. 전문가들 역시 보조금 상한선을 매만진다고 해서 단통법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들이 보조금 상한선인 33만원을 모두 지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상한선을 없애거나 올려도 이통사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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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는 앞서 공개한 내용과 함께 모든 요금제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쪽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조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분리공시 제도나,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같은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판매 대리점들이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는 지원금 폭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면서 “우회 보조금이 성행하면서 사기 피해자도 생겨났고, 중도 해지에 따른 위약금 발생이 커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비판도 정부가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