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포인트는 실명인증과 신용평가

카카오뱅크-K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전략

컴퓨팅입력 :2015/11/30 14:12    수정: 2015/11/30 17:25

손경호 기자

내년 중 처음으로 은행 창구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한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금융위원회 예비인가심사를 통과해 본인가만 남겨두고 있는 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어떤 차별화 포인트를 통해 기존 은행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30일 서울 중구 명동소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카카오뱅크와 K뱅크 사업설명회에서 두 은행 컨소시엄은 비대면 실명인증, 중금리 대출의 근간이 되는 신용평가시스템, 지불결제수수료 처리방법, 해외진출계획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차별점을 내세웠다.

왼쪽부터 한국금융지주 이용우 전무, KT 김인회 전무, 카카오 윤호영 부사장.

이날 카카오뱅크 TF팀장을 맡고 있는 카카오 윤호영 부사장은 "기존 은행과 다르게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가장 안정적인 은행, 모바일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은행을 목표로 사업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K뱅크 TFT를 맡고 있는 KT 김인회 전무는 "우리동네 네오뱅크를 목표로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GS25 등 편의점, 우리은행 ATM과 KT가 제공하는 공중전화를 K뱅크 금융거래를 위한 ATM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는 기본 방침을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다른 점은 비대면 실명인증만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각종 은행들이 제공해 왔던 금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의 인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앞으로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권고한 비대면 실명인증 방식은 크게 4가지다.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전송, 실시간 영상통화로 신분증과 얼굴을 확인, 현금카드 전달시 택배회사 직원을 통한 고객 확인, 기존 개설한 다른 계좌에 돈을 이체하는 방식 등이다. 금융위는 이들 중 2가지 이상 방법을 함께 사용해 안전성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윤 부사장은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도 금융위 권고에 따라 4가지 비대면 실명인증 방식 권고안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K뱅크의 경우 4가지 비대면 실명인증 방식에 더해 '스마트폰 간편인증'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K뱅크 TFT를 맡고 있는 KT 김인회 전무는 "휴대폰 단말기 자체에 있는 고유ID(IMEI)와 유심카드에 탑재된 고유정보(ICCID)를 활용해 고객입력정보와 통신사 인적사항 일치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고객이 별도로 입력절차없이도 자동으로 비대면 실명인증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K뱅크는 통장 개설 뒤 금융거래시 안면, 음성, 홍채 등 생체인증과 유심 OTP 인증 등을 제공해 앱실행-로그인-이체정보입력-대체인증-이체완료 형태의 프로세스를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시스템에서도 두 은행은 비슷한듯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스코어링'이라는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방식은 카카오 사용자들 뿐만 아니라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 GS리테일, 이베이(옥션, 지마켓), 넷마블, 멜론, 예스24, 우체국 등 고객접점을 갖고 있는 곳들과 연동해 기존에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정보가 없었던 금융 소비자들을 발굴한다.

K뱅크는 기존까지 축적한 고객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90% 가량 경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통사나 오프라인 유통업체 등을 통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전무는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주사들이 관리하고 있는 고객들만 2억명(중복가입포함)에 달하고, 오프라인 가맹점만 350만점 이상, 연간 60억건 이상 경제활동 관련 데이터가 쌓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KT가 빅데이터 솔루션을 활용해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을 최적화했던 점 등이 하나의 사례"라고 밝혔다. 대학생, 전업주부 등을 포함해 3년 간 금융거래가 없는 잠재고객들을 말하는 '씬-파일(thin-file)'이 국내 1천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은행과 연결된 카드로 결제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지불결제수수료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방식이 180도 달랐다.

윤 부사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기본적으로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결제시스템을 구축, 관리해 온 결제대행(PG)사나 오프라인 상에서 전표를 매입했던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서도 결제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밴이나 PG사에 지급했던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대신 이러한 혜택을 가맹점과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반면 K뱅크는 '익스프레스페이'라는 지불결제 플랫폼을 통해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별도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없이 낮은 가맹점 수수료만으로도 중계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푸드트럭이나 노점상 등까지도 10분만에 신용카드 가맹점을 개설해 현금없이 카드결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가 지불결제와 관련된 밴사, PG사라는 대행업체들을 끼지 않고, 카카오톡 등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K뱅크는 기존 밴사, PG사들을 끌어 안으면서 더 쉽고 빠르게 가맹점들이 신용카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돕는 방식이다.

두 은행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다.

카카오뱅크는 컨소시엄 내 4% 미만 지분을 보유하고 텐센트와 사업협력을 통해 이 회사가 중국 현지에 설립한 위뱅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윤 부사장은 "카톡 해외 사용자를 통한 이체, 송금 서비스를 1단계로 제공하고 이어 인도네시아 2등 모바일 SNS 사업자인 Path와 협력해 국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전문은행 현지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텐센트는 물론 Path, 해외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트랜스퍼와이즈와 각각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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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텐센트와 손잡았다면 K뱅크는 알리페이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을 모색한다. 현지 인터넷전문은행인 마이뱅크와 운영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한국관광공사와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에 찾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광객들의 입국, 쇼핑, 한류문화체험 등 모든 프로세스를 지원한다. K뱅크는 유니온페이와도 제휴해 택스 리펀드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K뱅크 주주사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은행 현지법인 및 현지은행, 통신사 대상 B2B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23년만에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창구없는 은행이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모두 빠르면 2년에서 3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이 기간 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