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는 '롤' 악성 이용자에 어떻게 대처하나

게임입력 :2015/09/10 10:01

박소연 기자

이용자 간 경쟁이 심한 게임일수록 깨끗한 게임 환경 조성은 어려운 과제다. 욕설 등 언어폭력부터 일부러 상대팀에게 죽거나 게임을 도중에 나가는 등의 트롤 행위까지 이용자들의 비매너 행위도 갖가지다.

악성 이용자들이 게임사들에게 골칫거리인 건 당연하다. 악성 이용자들의 비매너 행위는 타 이용자들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헤친다는 데서 특히 문제가 크다. 이에 게임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악성 이용자를 제재하고 건전한 게임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제프리 린 총괄

라이엇게임즈의 온라인 하드코어 대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도 그 중 하나다. 라이엇게임즈는 이용자 행동 분석팀(PBJ)을 통해 이용자 행동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악성 이용자들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제프리 린 이용자 행동분석 및 소셜 시스템 총괄은 “롤을 하드코어 대전 게임 중 매너 플레이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게임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기존 심리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의 행동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즉각적인 제재나 보상으로 이용자들이 스스로 매너 플레이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올 초 매너 플레이 독려를 위해 탈주자 단속 시스템을 도입했다. 팀전 게임으로 팀원 탈주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롤의 특성을 고려, 탈주자를 단속하고 탈주를 막는 시스템이다.

해당 시스템에 따라 이용자는 처음 게임에서 탈주할 시 앞으로 탈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받게 되며 이에 동의한다는 메시지를 타이핑 해야 한다.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직접 약속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안내 후 개선을 보이면 고맙다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제프리 린 총괄은 “이 시스템 도입 이후 전 세계적으로 레벨 30이상 이용자들의 탈주율이 크게 감소했다”며 “현재에는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의 문제로 인한 의도적이지 않은 탈주자들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신고 시스템과 명예로운 소환사 시스템도 도입했다. 비매너 이용자와 매너 이용자에 대해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이 직접 신고 또는 칭찬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직접 매너 플레이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했다. 수백만 게임의 데이터를 전 세계 수십 개 언어로 분석한 결과 이용자들의 판단에 따라 특정 행동을 긍정, 보통, 부정으로 나눠 인식할 수 있게 됐다. 각 국가별 문화적 차이에 따른 속어나 롤에만 있는 게임 용어도 인식했다.

제프리 린 총괄은 “한국 이용자들의 수준이 높아 해외에서는 브론즈가 욕인데 한국에서는 실버가 욕이다”라며 “이처럼 문화적으로 이용자들의 행동 방식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새로운 제재 시스템은 곧 적용되는 5.18 패치부터 적용된다. 시스템으로 제재된 사례를 수동 검수한 결과 5천 번에 1번 오류가 발생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특히 이용자들이 많이 요구했던 트롤 자동 인식 시스템이 한국에서 최초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패턴인식, 머신러닝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로 골드, 이동 경로, 피해양 등 다양한 게임 내 데이터와 게임 전 후 및 진행 중의 채팅 내용을 분석해 어떤 이용자가 트롤 행위를 하는지 알아낸다.

최초로 트롤 행위 적발 시 14일 게임 이용 제한 조치가 위해지며 반복해서 트롤 행위를 할 경우 최대 30일까지로 게임 이용 제한이 늘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매너 이용자에게 채팅 제한과 랭크 게임 제한으로 조치를 취한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수동으로 사례를 검토하거나 신고를 많이 받은 이용자만 제재했다면 머신러닝 시스템이 도입되면 모든 조치를 자동으로 취할 수 있다. 단 매우 강력한 조치인 만큼 지금까지의 제재 내역은 전부 초기화될 예정이다.

비매너 플레이를 반복할수록 제재가 강화돼 첫 번째에는 10게임 채팅 제한, 2번째에는 25게임 채팅 제한이 내려지지만 3번째는 14일 게임 이용 제한, 4번째 이상에는 30일 게임 이용 제한이 내려진다.

모든 제재는 이메일과 함께 클라이언트를 통해 공지되며 어떤 게임에서 어떤 행위로 제재를 당하게 됐는지도 함께 알려준다.

추가적으로 2015년 매너 플레이를 한 이용자를 위해 깜짝 보상을 지급한다. 한정 소환사 아이콘이다. 지난 3개월 동안 채팅, 랭크 게임, 게임 이용 제재를 받지 않은 이용자는 패치 적용 기간 중 아이콘을 지급받는다.

제프리 린 총괄은 “특정 기간을 정해놓고 보상을 주면 그 기간에만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보상을 제공하는 게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도 매너 이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매너 이용자 전용 보상, 기능을 만드는 등 게임 경험 전체가 매너 플레이를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라이엇게임즈는 기타 다른 게임처럼 악성 이용자를 아예 분리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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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 ‘도타2’에는 이른바 트롤촌이라는 비매너 이용자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있다. 욕설, 비매너 플레이 등으로 여러번 신고된 이용자는 일정시간 동안 트롤촌에 격리된다. 트롤촌에서도 경기가 가능 하지만 트롤촌에 있는 이용자끼리만 경기를 펼쳐야 해 수준 높은 플레이가 어려우며 게임 종료 후 보상도 지급하지 않는다.

제프리 린 총괄은 “사람의 플레이 경험을 헤칠 수 있는 비매너 플레이에 대해 계속해서 강력할 제재를 가할 생각”이라며 “단 무조건 분리하기 보다는 지도를 통해 개선하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