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시장 '애플발 광고 대란' 몰려오나

iOS9에 광고차단 기능 허용…美 주요 매체 초긴장

홈&모바일입력 :2015/09/01 10:56    수정: 2015/09/01 11: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발 태풍’은 미디어 업계에 어느 정도 충격파를 던질까?

애플이 오는 9일(이하 현지 시각) 공개할 예정인 iOS9에 광고 차단 기능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어서 미디어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벌써부터 ‘애플발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애플이 iOS9에 곧바로 광고 차단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애플은 ‘콘텐츠 차단 기능’이라고 부르고 있다. 쉽게 말해 PC 사용자들이 널리 활용하는 ‘애드블록 플러스’ 같은 광고 차단 기능을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만으로도 모바일 광고 시장에는 적지 않은 충격파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버드대학이 운영하는 니먼저널리즘 랩도 31일 “iOS9 공개가 임박하면서 미디어업계에 광고 차단 기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니먼랩은 또 이 기능이 미디어업계엔 ‘악몽과도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광고 중심 모델' 갈수록 설자리 좁아져

니먼 저널리즘랩에 따르면 장 루이 가세는 이날 ‘먼데이노트’에 ‘콘텐츠 차단 이후의 삶(Life After Content Blocking)’이란 글을 게재했다. 가세는 1990년까지 애플에서 제품 개발 등을 담당했다.

가세는 이 글을 통해 iOS9에 콘텐츠 차단 기능이 본격 적용될 경우 “수익이 낮은 웹 사이트들은 광고 매출이 줄어들면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나마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처럼 유료 정책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이트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겠지만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업체들은 충격파가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또 보도 자료 받아쓰기나 눈길 끄는 제목에만 공을 들이는 미디어업계 관행도 꼬집었다. 페이지뷰 올리기를 통한 광고 유치에만 공을 쏟는 미디어들은 갈수록 더 힘이 들 것이란 경고였다.

니먼랩에 따르면 미디어 기업들은 이미 광고 차단 기능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 기업들은 광고 차단 기능 자체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며, 일부는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광고 차단’이란 대세는 거스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이 iOS9에 ‘콘텐츠 차단 부가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런 흐름을 좀 더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니먼랩이 지적했다.

매셔블 역시 “광고 차단이 무시무시한 일이긴 하지만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 모바일, 이미 브라우징의 중심

애플의 이번 조치가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모바일 생태계’에 대한 지배력 때문이다. 사파리 브라우저가 PC 환경에선 큰 위력이 없지만 모바일 쪽에선 상당한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다 최근 브라우징의 중심이 모바일 쪽으로 전환되고 있는 점 역시 무시 못할 요인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KPCB)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이용 시간은 전체 디지털 미디어 이용 시간(5.6 시간)의 5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1년 하루 2.6시간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조금씩 줄기 시작해 올해는 2.4시간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반면 모바일 기기 이용 시간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1년 0.8시간으로 데스크톱/모바일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던 모바일 기기 이용 시간은 2013년엔 2.3시간까지 늘면서 데스크톱/노트북 이용 시간을 따라잡았다.

급기야 올 들어선 하루 평균 모바일 기기 이용 시간이 2.8시간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미국 주요 뉴스 사이트들의 모바일 트래픽 비중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요 50개 뉴스 사이트 중 모바일 트래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곳은 39곳에 달했다.

80% 가까운 언론사 사이트가 모바일 트래픽이 이미 주류로 떠오른 상황인 셈이다.

■ 구글 애널리틱스 등 트래픽 집계도 영향

하지만 ‘콘텐츠 차단 기능’이 광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비롯한 트래픽 추적 장치 역시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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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IT 전문 매체인 더넥스트웹은 “구글 애널리틱스에 찍히는 언론사들의 트래픽 수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트래픽은 변화가 없는 데 차단되는 것 때문에 수치는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넥스트웹은 이런 근거를 토대로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 한 마케팅 겨울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