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잡는다더니...안방서 맥 못추는 국산 대형세단

에쿠스·K9·알페온·SM7 등 줄줄이 실적 악화...하반기 신모델로 반전 노려

카테크입력 :2015/07/08 12:23    수정: 2015/07/08 17:14

정기수 기자

내수시장에서 국산 대형세단들이 수입차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산차업체들은 하반기 신차 출시와 판촉 강화로 판매량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수입차 역시 다양한 신모델을 내세워 공세 강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산 대형세단은 16만5천820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특히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들의 판매 실적은 하나같이 저조했다.

에쿠스[사진=현대차]

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의 대형세단 '에쿠스'는 올 1~6월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31.8% 줄어든 3천474대에 그쳤다. 동급에서 연간 1만대 이상 판매고를 꾸준히 기록하며 강자로 군림해오던 에쿠스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S-클래스'에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S클래스는 올 상반기 월평균 1천대 이상 판매고를 기록하며 6천여대 가까이 팔려나갔다. 지난달에도 총 1천83대가 판매돼 전년동기(276대) 대비 판매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S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K9' 역시 지난해 11월 5.0엔진을 탑재한 상위 트림을 추가했지만 상반기 2천326대가 판매돼 12.2% 감소했다. K7도 9천475대로 14.8% 줄었다.

한국GM의 '알페온' 역시 1천954대를 판매, 22.5%의 감소 폭을 보였다. 쌍용자동차 '체어맨'의 상반기 판매량은 627대에 그쳐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턱걸이했다. 그나마 지난해 9월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은 르노삼성자동차의 SM7만 유일하게 판매가 9.0% 늘어난 2천15대를 기록, 체면 치례를 했다.

같은 기간 4천cc 이상 수입차 등록대수는 3천358대로 전년동기 대비 21.0% 늘었다. 지난달에도 557대가 신규 등록돼 11.2% 신장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3천cc~4천cc대 수입차 등록대수 역시 1천630대를 기록, 전년동월 대비 34.2% 증가하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법 없나...애물단지 전락한 '아슬란'

특히 지난해 말 현대차가 수입차 대항마로 내세운 준대형 세단 '아슬란'의 결과는 더 실망스럽다.

아슬란은 올 1월과 2월에 그나마 1천대 판매 수준을 유지하다가 3월 866대로 1천대 선이 무너졌다. 4월에 965대가 반등했지만 결국 5월에는 504대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달 771대를 기록,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최근 현금 할인과 저금리 할부 등 판촉 강화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돼 향후 성장세는 미지수다.

아슬란은 작년 10월 30일 출시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내수시장에서 총 7천781대가 팔렸다. 이 같은 판매 추세라면 연간 1만대 판매 달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가 내세운 올해 아슬란 판매 목표는 2만2천대다.

아슬란(사진=현대차)

부진한 아슬란이 상위차종으로 호조를 보이던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아슬란 출시 이후 월간 판매량이 2천~3천여대를 오가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제네시스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1만8천560대를 기록, 8.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세단은 완성차업체의 플래그십 모델이 대부분인 만큼,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대변한다"며 "특히 첨단 사양을 갖춘 고가의 대형 세단이 판매 호조를 보일 경우, 회사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하위차종인 중·저가 볼륨모델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낙수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에서 국산 대형세단의 부진이 중·저가 하위모델들의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경우 수입차들의 내수 잠식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산업체 주요 모델의 노후화와 함께 법인 판매에만 주력해 온 안일한 마케팅이 실적 악화의 주원인으로 보인다"며 "대형세단 시장에서 전문직, 자영업자 등 개인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이들에게 신형 모델의 상품성을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느냐 여부가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국산 vs 수입 대형세단 신차 '격돌'...결과는?

국산차 업계는 대형세단의 부진이 모델 노후화에 있는 것으로 판단, 상품성을 대폭 끌어올린 신차 출시를 통해 판매량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오는 12월께 3세대 에쿠스를 국내에 선보인다. 신형 에쿠스에는 국산차 최초로 자율 주행기술의 초기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탑재된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차선이나 경로를 변경하지 않는 한 운전대와 가속페달을 조작하지 않고도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면서 차량 스스로 주행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이밖에 제네시스에 적용된 상시사륜구동 시스템 'H-트랙'도 탑재되며 고장력 강판을 제네시스의 75%보다 높은 비중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세대 에쿠스에는 콘티넨탈·미쉐린 등 수입산 타이어가 장착된다. 현대차는 신형 에쿠스의 조기 투입이 시장 주도권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K7 풀체인지 모델을 연말께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신형 K7 라인업에는 디젤 엔진이 포함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쉐보레 임팔라(사진=한국GM)

한국GM은 오는 9월께 대형세단 '임팔라'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임팔라는 1958년 미국에서 첫 출시된 GM의 준대형 대표 세단으로 지난해 미국에서만 14만280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다. 국내에 선보이게 될 임팔라는 2013년 완전 변경된 10세대 차량이다.

임팔라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2.5리터 모델은 최고출력 195마력, 최대토크 25.8kg·m를 발휘한다. 3.6리터 V6 모델은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5kg·m을 낸다.

임팔라가 도입되면 같은 차급의 '알페온'은 단종될 전망이다. 한국GM은 한때 임팔라를 들여와 알페온과 함께 대형세단 라인업에 경쟁력을 더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단종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임팔라를 GM(제너럴모터스)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완성차 형태로 수입할 예정이다. 다만 연간 1만대 이상 판매를 넘어설 경우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최근 열린 신형 스파크 출시 행사에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하반기 중 임팔라를 투입해 수입차와 본격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경우는 2세대 체어맨 출시 이후 7년이 지났지만 당분간 신모델 출시 계획이 없다. 다만 보행자 관련 법규와 시장 상황을 감안해 오는 2018년께 체어맨의 신모델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뉴 300C(사진=FCA코리아)

수입차 업체들 역시 신차로 맞불을 놓는다.

지난 7일 FCA코리아는 대형세단 크라이슬러 300C 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였다. 뉴 300C의 파워트레인은 3.6ℓ 펜타스타 V6 엔진에 토크플라이트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6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9.2km/ℓ다. 4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된 뉴 300C AWD 모델의 복합연비는 8.7km/ℓ다. 이밖에 풀-스피드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등 80여개 최첨단 안전 장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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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에는 국내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BMW의 6세대 7시리즈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신형 7시리즈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무게를 130kg 줄이고, 디스플레이 키를 활용한 무인주차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레이저 헤드라이트도 장착된다.

한국닛산은 하반기 대형세단 '맥시마'를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 출시한다. 맥시마는 지난 4월 2015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선보인 8세대 모델이다.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300마력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