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과 다른 샤오미의 미래

전문가 칼럼입력 :2015/04/08 16:43    수정: 2015/04/08 18:34

최규헌
최규헌

중국의 신성 샤오미는 창업 4년만인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애플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세계 휴대폰 업계에는 샤오미 경계령이 내려졌다. 중국을 넘어서려는 샤오미의 전략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한국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샤오미는 어떻게 단기간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드는 다크호스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또 샤오미 돌풍은 지속 가능한 걸까?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레이쥔이 창업한 회사다. 레이쥔은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가 아니다. 그는 중국에서 25년 동안 창업과 사업 운영을 경험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IT 업계 베테랑이다.

레이쥔은1992년 중국의 킹소프트(Kingsoft)에 입사한 뒤 1998년 회사대표가 되었다. 킹소프트는 백신 프로그램이나 사전 혹은 오피스 프로그램, 온라인 게임 등을 제공하는 회사로 중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레이쥔은 2004년 온라인 서점인 Joyo.com을 설립하고 아마존에 매각하기도 했다. 샤오미는 킹소프트를 떠난 벤처 투자자로 활동하던 레이쥔이 IT비즈니스맨으로 컴백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레이쥔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답게 오픈소스인 안드로이드를 가져다가 커스톰 롬(ROM)을 만들고 이름을 미유아이(MIUI)라고 붙였다. 미유아이가 괜찮은 성능을 갖췄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자 레이쥔은 미유아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고 박리다매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미유아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제조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하는 대신 마케팅은 온라인 입소문에 의지하는 등 기타 비용을 ZERO에 가깝게 가져가는 전략을 택했다.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물량만 파는 전략은 먹혀들었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샤오미가 펼치는 전술은 삼성전자나 애플과는 다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태블릿, 셋톱 박스 그리고 라우터와 같은 가전 사업과 콘텐츠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레이쥔의 목표는샤오미의 콘텐츠와 샤오미의 하드웨어에 담긴 소프트웨어를 엮어서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샤오미는 근본적으로는 아마존,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서비스와 콘텐츠로 승부를 거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강조하면 샤오미 스마트폰을 움직이는 핵심은 미유아이(MIUI)라는 안드로이드 기반 롬(Rom)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거실에 있는 모든 기기들이 연결된 스마트홈을 만드는 것이 레이쥔이 그리는 샤오미의 내일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서비스를 아우르는 경험을 미(MI)라는 브랜드를 통해 제공하려는 것이다. TV, 셋톱박스, 라우터, 스마트 팔찌 등 샤오미가 내놓은 모든 하드웨어에 샤오미 서비스가 통합되는 방식이다.

샤오미는 괜찮은 성능에 타사와 비교가 불가능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레이쥔이 향후 펼칠 전략은 명확하다. TV 등 다른 영역에서도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선보이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샤오미의 가격 정책이 몰고 올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레이쥔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샤오미 스마트폰과 가전제품들을 많이 보급시킨 후 샤오미가 가진 서비스와 콘텐츠로 돈을 버는 것이다. 샤오미가 파는 원가의 스마트폰이나 TV, 스마트 팔찌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일 뿐이다.

샤오미 돌풍은 중국을 넘어 세계로 확대될 수 있을까? 향후 몇년간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글로벌 사업은 지금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사업을 주도했던 휴고 바라가 이끌고 있다. 휴고 바라가 합류한 이후 샤오미는 동남아와 인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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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돌풍을 중국에서 그칠 가능성도 물론 있다. 샤오미 스마트폰 가격이 저렴한 것은 기존 특허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는 만큼 중국은 몰라도 해외에서 샤오미는 특허 소송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샤오미를 모방한 기업들이 이미 중국이나 인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필자의 눈에 샤오미 돌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벤처투자자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거느린  레이쥔의 백그라운드와 중국이라는 내수 시장이 가져다주는 규모는 샤오미에겐 여전히 강력한 프리미엄이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을 넘어서는 샤오미의 글로벌 파워를 좀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지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규헌 IT컬럼니스트

글로벌 기업에서 전세계 30여개 국을 대상으로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실리콘밸리와 협업하여 오픈 이노베이션팀에서 신사업 기획 등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베이징, 텐진,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도 수십 회에 걸쳐서 프로젝트를 한 경험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중국 IT 기업들의 고속 성장의 비결과 우리의 대응 전략을 담은 '붉은별이 온다'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