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만원 애플워치 금값만 따지면 얼마?

애플워치, 명품 시계 브랜드 영역에 도전

일반입력 :2015/03/10 19:05    수정: 2015/03/11 08:14

정현정 기자

'1천900만원 짜리 황금 애플워치. 원가 100만원 나머지는 애플 프리미엄?'

애플이 내달 금으로 장식한 고급 스마트워치 '애플워치 에디션' 출시를 앞둔 가운데 1천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특히 이 제품에 쓰인 18K 골드 소재의 원가를 최대로 잡아도 1천만원에는 훨씬 못 미친다는 점 때문에 '명품 브랜드'를 지향하고 나선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플이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 부에나센터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공개한 애플워치는 가장 저가형인 ‘애플워치 스포츠’, 기본형인 ‘애플워치’, 럭셔리 시계를 지향한 ‘애플워치 에디션’ 등 세 종류다. 특히 18K 금으로 제작한 애플워치 에디션의 가격은 기본이 1만달러(약 1천100만원)부터 시작한다.

애플워치 에디션은 케이스 크기(38mm 혹은 42mm)와 밴드의 종류(모던버클, 클래식버클, 스포츠밴드) 등 총 8종류로 출시된다. 이 중에서도 브라이트 레드와 로즈 그레이 등 두 가지 색상의 가죽 스트랩을 장착한 여성용 모던버클 모델의 가격은 1만7천달러로 우리돈 1천900만원이 넘는다.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애플워치 에디션이 다른 두 종류 모델과 비교되는 별도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18K 금 소재가 제품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워치 에디션의 제품 무게는 여성용인 38mm 사이즈의 경우 케이스 55g, 밴드 38g 정도다. 이보다 크기가 다소 큰 42mm 제품의 경우 평균 69g(케이스), 42g(밴드)의 무게를 가진다. 케이스의 프레임과 후면, 밴드에 장착된 버클 혹은 핀이 18K 금으로 이뤄졌다.

제품 무게에서 실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제품 전체(약 100g)가 금으로 이뤄져있다고 가정해도 현재 18K 금시세 11만2천400원(한국금거래소, 한 돈(3.75g) 시준)을 적용하면 약 300만원 정도다. 실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리고 가정하면 제품 원가에서 애플워치 에디션에 사용된 금의 약 100만원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앞서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워치 에디션에 포함된 실제 금의 무게가 반 온스(약 14.17g)으로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40달러(약 72만원) 정도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포브스는 앞선 외신보도를 근거로 애플이 애플워치에 쓰이는 금의 무게를 줄이고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약 75%의 순금 외에 은, 구리, 세라믹 등 다른 물질을 합성한 신소재를 사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실제 금 함유량은 더 줄어든다.

하지만 모든 다른 기기들처럼 원가로만 제품의 가치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애플워치는 지금까지 애플이 내놓은 제품 중 최고가의 제품 중 하나로 '명품 브랜드'를 지향한 애플의 정체성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제품이다.

애플이 현재까지 내놓은 컴퓨터 중 가장 비싼 맥프로의 가격도 489만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애플워치 에디션이 갖는 남다른 의미를 알 수 있다. 애플이 패션과 전자기기의 경계를 허무는 스마트워치로 고급 패션 사업에 진출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종합일간지 가디언은 애플워치 에디션을 로즈골드 소재로 만든 롤렉스의 가격 1만2천파운드(약 2천만원)과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오메가 제품 2만4천파운드(약 4천만원)의 가격을 비교로 제시하기도 했다. 애플이 다른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롤렉스, 파텍 필립 등 스위스 명품 시계 제조사들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워치 에디션은 애플의 정체성에 변화가 생겼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벤 바자린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언제나 기술 업계의 일부였지만 이제는 근본적으로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되고 있다”면서 “패션 요소가 들어간 애플 워치는 그 변화의 정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애플워치의 제품 포지셔닝은 쥬얼리와 소비자 가전 양쪽 카테고리에 걸쳐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구매 경험 등에 있어서 이전에 갖지 않았던 기대치를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애플 워치는 2007년 사명에서 ‘컴퓨터’를 없애기로 한 애플이 브랜드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명품 시계와 달리 애플워치는 전자제품이라는 특성상 영속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은 치명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보통 아이폰은 2년 주기로 교체되지만 명품 시계는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며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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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명품 시계들과 달리 애플워치는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라면서 “구형 애플워치는 결국 신제품으로 교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월터 피에시크 BTIG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와 전기 부품을 지닌 시계는 그만한 수명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며 “지금부터 10년 뒤, 혹은 5년 뒤에 누군가가 최초 버전의 애플워치를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