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보다 돋보인 팀 쿡의 중국 사랑

행사 시작은 항저우 애플 매장…중국판 카톡 '위챗' 등장

일반입력 :2015/03/10 06:34

정현정 기자

미국 IT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시작과 함께 낯선 풍경이 연출됐다. 새롭게 개장한 애플스토어를 찾아 애플 제품들을 살펴보는 중국 소비자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최근 중국 항저우에 문을 연 애플스토어 오픈 행사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다.

애플이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에바 부에나센터에서 개최한 신제품 공개 행사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중국이었다.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중국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며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대한 구애작전을 계속했다.

영상이 끝나고 등장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주 동안 중국에 6개의 애플스토어를 신규 개장했다면서 현재 총 21개인 중국 내 애플스토어 숫자를 내년까지 40개로 늘릴 것이라고 당초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날 키노트에서도 중국에 대한 극진한 대접은 계속 됐다. 애플워치 개발을 주도한 케빈 린치 기술 담당 부사장이 직접 애플워치용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중간에는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이 등장했다. 애플워치 속 위챗 사용자명은 '쯔치아오(Ziqiao)'라는 중국 이름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연하게도 중국은 애플워치 1차 출시국에 포함된 9개국 중 하나로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홍콩, 일본, 호주와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날 애플워치와 함께 공개된 12인치 '골드' 레티나 맥북도 다분히 중국 시장을 겨냥한 선택으로 보인다. 애플은 맥북 제품 색상을 아이폰과 동일한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와 골드 세 가지로 출시한다. 지난 2013년 출시된 '아이폰5S' 골드 색상은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기호와 맞물려 대한 수요가 폭발한 바 있다.

중국은 애플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애플이 지난해 4분기 아이폰 판매 신기록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기록한 배경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대성공이 자리한다. 이 기간동안 중국 시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70%가 급증한 16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 매출 규모가 애플 전체 매출 746억달러(약 80조4천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 이어 3위다. 미국 시장 매출 306억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지만 유럽 전체를 합친 172억달러에 육박하는 엄청난 수치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 매출 신장률이 각각 23%와 20%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시장 매출이 조만간 이들 시장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다섯 번째로 중국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시기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애플 최대 수익창출국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말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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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은 재임기간 중 단 한 번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달리 취임 초기부터 수차례 중국을 직접 방문하며 정성을 쏟았다. 취임 이후 가입자만 7억6천만명에 달하는 중국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아이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 확대에 발판을 마련했다. 또 사양을 낮추고 색상을 다양화한 '아이폰5C'를 중국 시장을 겨냥해 내놓기도 했다.

최근엔 애플워치 출시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중국 고위공무원(루웨이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선전책임자)에게 팀 쿡 CEO가 직접 애플워치를 시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블룸버그에 보도되기도 했다. 또 이번 춘절(설) 기간에는 중국 내 TV 광고를 특별 제작해 내보내기도 하는 등 중국 소비자 잡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