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유저용 브라우저도 필요하다"

오페라 前 CEO, 비발디 개발

일반입력 :2015/01/28 10:26

파워유저를 겨냥한 새 웹브라우저가 등장했다. 개발업체의 출사표도 독특하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나 크롬, 파이어폭스처럼 여러 사용자층을 보유한 브라우저가 아니라 '메이저 중 마이너'인 오페라(Opera) 브라우저를 경쟁 상대로 꼽았다.

미국 씨넷(☞링크)은 27일(현지시각) 벤처업체 비발디테크놀로지스에서 만든 PC용 새 브라우저 '비발디(Vivaldi)'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이날 비발디는 정식 출시가 아닌 '테크니컬프리뷰'로 공개됐다.

비발디는 오페라 사용자층을 겨냥하고 있다. 스피드 연결, 탭 쌓기, 비주얼 북마크, 명령어로 기능을 실행하는 인터페이스 등 기존 오페라 브라우저 주요 기능과 명칭도 그대로 쓰인다. 윈도, 맥, 리눅스 환경에서 돌아간다.

그간 PC용 오페라는 고급 기능 활용에 능숙한 '파워유저'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었다. 이런 점에서 비발디는 인기가 높은 IE, 크롬, 파이어폭스 등을 제치고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뜻은 없는 듯하다.

오페라 시장 점유율은 5대 PC 브라우저 가운데 맥에 내장된 '사파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로 3위권에 진입한 경우는 최근 몇년간 없었다. 이런 오페라를 겨냥했다는 비발디 브라우저가 의외인 이유다.

비발디 브라우저가 하필 오페라를 대신하려고 나선 이유는 개발 배경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발디테크놀로지스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욘 폰 테츠너 CEO인데, 그는 4년전 사임한 전직 오페라소프트웨어 CEO였다. (☞관련기사)

폰 테츠너 CEO는 개발사들은 대체로 (기능이) 제한된 브라우저를 만들고 있고, 아마도 (그 부족함을 메우려고) 확장기능(extensions)을 지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모두가 그걸 원치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출시된지 3년도 더 지난 오페라12버전을 쓰는 사람들이 아직도 2천만명 넘게 있다며 자기가 쓰는 브라우저에 더 많은 걸 원하는 '테크유저'를 위한 브라우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폰 테츠너 CEO는 자신뿐아니라 직원 25명 중 18명을 채운 비발디 개발팀의 절반이 오페라 직원 출신으로 구성됐다고 밝혔다.

그럼 이미 오페라가 개발되고 있는데, 폰 테츠너 CEO가 퇴사 후 그 경쟁 브라우저를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는 뭘까? 최근 오페라가 돈 문제로 파워 유저들을 배척한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국 씨넷에 따르면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지난해 (사용자 정보 및 의견 교류와 활용 아이디어 개진을 위한) '마이 오페라' 사이트의 블로그, 이메일, 온라인 채팅 및 포럼 등을 폐쇄했다. 자체 렌더링 엔진 '프레스토' 기반 브라우저 개발을 포기하고 구글 렌더링 엔진 '블링크'를 채택한 시기와 맞물린다. (☞관련기사)

당시까지 오페라는 경쟁사들에 비해 웹표준을 더 잘 지켜 왔지만, 오히려 웹표준을 덜 따르던 크롬과 사파리 등 브라우저에만 맞춰 개발된 사이트가 너무 많아 오히려 자사 브라우저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비발디테크놀로지스는 자체 커뮤니티 사이트를 열어 마이 오페라 사이트에서 흩어져나온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이번에 공개된 비발디 테크니컬프리뷰 1 버전은 이들을 위한 기능과 특징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추측된다.

비발디는 다른 브라우저 개발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브라우저에 내장된 검색엔진을 사용케 함으로써 그 검색 결과에 표시되는 광고 매출을 공유해 수익을 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금은 PC 버전만 내놨지만 향후 모바일 버전도 개발할 계획이다.

비발디가 메이저 입성을 노리진 않는다지만,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PC 브라우저 시장에서 신흥 주자가 입지를 다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브라우저는 구글, 모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같은 IT 거인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경쟁하는 분야인데다 무게중심도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추세다.

미국 씨넷은 웹이 이전보다 발전한 표준으로 웹사이트와 꾸준히 복잡해져가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기술로써 컴퓨팅의 근본적인 영역, 일종의 운영체제(OS)가 돼 가고 있기 때문에 브라우저의 속도, 보안, 기능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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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브라우저 세계에서 첫 발을 떼려는 주자가 비발디만 있는 건 아니다. 올초 윈도10 시험판을 선보인 MS에서도 IE와 별개로 '스파르탄'이라는 새 브라우저를 만들고 있다. 이는 PC뿐아니라 태블릿과 스마트폰 환경을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

또 모질라는 그간 내놓지 않았던 iOS 기기용 브라우저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간 iOS용 파이어폭스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애플의 정책상 앱스토어에 자체 렌더링 엔진을 쓴 브라우저를 등록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이에 모질라는 iOS에 내장된 웹킷 엔진 기반의 브라우저를 개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