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우저 전쟁…구글만 웃었다

MS와 모질라는 우울한 시간 보내

일반입력 :2014/12/29 14:49    수정: 2014/12/30 09:28

황치규 기자

PC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넘어간 상황에서 펼쳐진 2014년 브라우저 전쟁. 연말 성적표를 보니 참전 용사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구글은 상대적으로 많이 웃었고 마이크로소프트(MS)나 모질라는 다소 우울한 시간을 보냈다.

미국 지디넷이 2014년 브라우저 시장 판세를 정리했다. 지디넷은 지난 10여년간 펼쳐진 브라우저 전쟁이 2014년을 미지막으로 마침내 막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놔 주목된다.

IT업계에서 제1차 브라우저 전쟁은 90년대 브라우저 시장을 개척한 넷스케이프를 MS가 무너뜨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MS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특별한 견제를 받지 않고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브라우저 시장에서 더 이상의 경쟁은 없을 듯 보였다.

그러나 2004년 모질라가 파이어폭스를 선보이면서 MS의 독주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파이어폭스는 나온지 며칠도 안돼 수백만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2000년대 중반 MS 대항 브라우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파이어폭스가 IE를 위협하는 구도는 2008년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으면서 무너졌다. 구글의 성장속에 브라우저 시장은 IE-파이어폭스-크롬 3파전 구도로 빠르게 재편됐다.

특히 크롬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크롬은 파이어폭스를 따라잡는데 이어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처럼 보였던 IE도 뒤흔들었다. PC에서 모바일로 IT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크롬은 넘버원 브라우저로 올라서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보급된 모바일 기기들은 이미 전통적인 데스크톱PC 숫자를 뛰어넘었다. 모바일에선 구글 크롬과 애플 모바일 사파리 브라우저가 원투펀치다. MS IE는 여전히 데스크톱 환경에 묶여 있고, 모질라 파이어폭스는 다시 도약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평이다.

구글 올해에도 브라우저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지디넷에 따르면 구글은 과거 MS가 IE에서 취했던 것과 유사한 전략을 펼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다른 브라우저들은 성장세가 그저 그렇거나 감소한 반면 크롬은 올해도 점유율을 늘렸다. 유명 구글 서비스들을 크롬 브라우저에 전진 배치하면서 재미를 봤다. 구글은 MS를 지독하게도 괴롭혔던 보안 취약점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인터넷 분석 업체 넷애플리케이션즈에 따르면 크롬은 2014년말 기준으로 데스크톱과 노트북, 애플 맥 컴퓨터 브라우저 시장에서 20.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연초 16.4%에서 상승한 수치다. 브라우저 사용 위주로 점유율을 측정하는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크롬은 올해 웹기반 활동 점유율에서 50% 이상을 차지했다. IE나 파이어폭스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는 애플 생태계에서 만큼은 절대 반지였다. 지금까지 팔린 아이폰과 아이패드 수는 이미 맥북이나 아이맥 판매량을 추월했고 애플 모바일 기기 판매량은 계속해서 빠르게 느는 양상이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타사 모바일 브라우저들도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들 브라우저는 사파리에 적용된 렌더링과 자바 스크립트 엔진 기술을 써야 애플 생태계 진입이 가능하다. 이것은 애플이 iOS 생태계에서 만큼은 웹브라우징 경험을 통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디넷은 전했다.

구글과 달리 MS는 올해 브라우저 시장에서 특별한 활약이 없는 쪽에 가깝다. 브라우저 시장에서 MS에 대한 관심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상대적으로 커질 듯 하다. 내년에 나올 윈도10에선 IE도 많이 바뀔 것이란 관측도 있다.

지디넷에 따르면 현재 MS가 브라우저 시장에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구형 IE 버전과의 호환성이다. 구형 IE 버전은 최신 웹표준과 맞지 않는다. 지디넷은 여러 버전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로 개발자들도 IE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최신 IE 버전은 웹표준을 잘 따르고 있음에도 IE에선 제대로 돌지 않는 사이트들도 있다고 한다. 개발자가 크롬이나 사파리에서만 돌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라고 지디넷은 전했다.

모질라 파이어폭스를 둘러싼 날씨도 올해는 흐렸다. 제품 개발 측면에서도 모질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모질라는 지난 3월 윈도8 메트로 인터페이스용 터치 지원 파이어폭스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새로 선임된 CEO가 갑자기 물러나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7월 모질라 CEO 브랜던 아이크는 동성결혼 반대를 지지했던 사실이 문제돼 내부 직원들의 거센 사퇴압박을 받고 9일 만에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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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라는 최근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 들어가는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야후로 바꿨다. 검색 파트너 교체가 향후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오페라 브라우저도 올해는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다. 일부 웹사이트들이 오페라에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디넷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