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대란' 사과…알맹이가 빠졌다

이통 3사, 최종 책임은 유통점에 떠넘겨

일반입력 :2014/11/05 15:51    수정: 2014/11/05 16:14

“일부 판매점에서 발생한 편법 영업, 재발되면 유통망에 엄정한 책임”

“불법영업에 관련된 유통점은 전산정지, 단말공급 중단”

“일부 휴대폰 유통점에서 본사 뜻과 지침에 상반되게 시장을 혼탁시켜”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을 촉발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일 일제히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이폰6 대란'에 대한 유감은 인정하면서도 시장과열을 일으킨 장본인이 자신들이 아닌 일부 유통점이라고 토를 달았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한 달 만에, 법을 무력화시킨 일인만큼, 정부 당국에서는 엄중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번 대란의 진원지로 갑자기 몇배로 늘어난 이통사들의 리베이트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유통망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 유통망 리베이트 누가 만들었나

아이폰6 대란은 유통망 리베이트(판매 수수료)가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나면서, 공시된 단말기 지원금 수준을 훌쩍 넘기자 이를 현찰로 지급하는 페이백 방식으로 진행됐다.

리베이트 액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곳은 통신사다.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과 자사 마케팅 비용 중에 가입자 확보비용을 더해 유통망에 얼마를 내릴 것인지 결정하는 곳은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아닌 통신사다.

이같은 리베이트는 평상시 큰 변동이 없다. 제조사가 재고 처리 결정을 내릴 때나 갑자기 오르지만, 아이폰은 별도의 추가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회사다. 즉, 아이폰6 대란의 최초 진원지가 이통사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도 이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두 부처는 “이통3사에서 유통망에 내려 보내는 장려금이 크게 확대되면서 일부 유통점이 이를 불법지원금 지급에 활용한 것이 원인”이라며 “제도상 합법적인 공시 지원금 상향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유통점 장려금만 올려 불법을 방조한 책임이 이통3사에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리베이트를 불법 페이백으로 쓰라는 뜻에서 추가 지급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유통점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으니 처벌해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만들겠다는 선언적인 수준의 입장만 밝히고 있다.

■ 반나절 사이에 수십만원씩 바뀐 리베이트

아이폰6 대란이 벌어지던 날, 복수의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A 통신사가 리베이트를 40만원으로 책정한 뒤 가입자 쏠림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B 통신사와 C 통신사가 비슷한 규모의 리베이트 정책을 내리면서 균형을 잡는 듯 보였지만 다시 A 통신사가 60만원 가량으로 올리고 시장 과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B, C 통신사가 과열경쟁에 합류하면서 야밤에 휴대폰 하나 사려고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판매자가 값을 내려 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보조금 대란은 경우가 다르다. 비슷한 수준의 가격 할인 정책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만 몰려 일부 소비자만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사업자 논리에 따라 특정 소수에게 이윤을 적게 남겼다면, 대부분의 소비자에 이윤을 발생시켜야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통법이 탄생한 배경이다. 이용자 간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으로 풀지 못한 점을 해결하겠다고 생긴 법이다.

법이 만들어지는 단계부터 투자자 대상 실적발표 전화회의까지 새로운 제도를 잘 지키고 서비스와 품질 등 본원적인 경쟁을 펼치겠다고 입을 모은 통신사들이 수십만원씩 마케팅 비용을 바꿔가면서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더욱이 아이폰6 대란 하루 전 동대문, 광화문, 강남 등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 충성 고객마저 리베이트 피해자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 유통점에만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 판매점만 탓하면 문제점 사라지나

통신사가 유통망에 리베이트를 올렸다고 이를 불법 페이백으로 활용한 유통점도 잘못이 크다. 비정상적인 할인 판매로 다른 대리점과 판매점의 소비자 신뢰를 깎아내린 꼴이기 때문이다.

아이폰6 대란이 벌어진 뒤 대표적인 휴대폰 집단 유통 상가인 테크노마트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 나왔다. 테크노마트 상우회는 아이폰6 대란 당시 불법 온라인 판매 행위를 저지른 매장을 상우회 규정에 따라 폐점키로 한 것이다.

동료 상인들이 불법 온라인 판매에 대한 폐해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과거에도 페이백을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휴대폰을 판매한 뒤 공식적인 계약 사항이 아니라 현찰 지급을 미룬다거나 가입자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사례가 불법 온라인 판매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점에 따라 상우회 전체가 폐점이란 결정까지 내린 것이다.

단통법 시행에 따라 법을 위반한 유통점은 즉시 제재를 받게 돼 있다. 통신사 제재 사전 수단인 사실조사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위반 행위를 발견되면 곧바로 과태료 등의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위반 행위를 저지른 유통점은 적발 되는대로 과태로가 부과되고 횟수에 따라 가중 처벌이 이뤄진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시장조사를 진행하는 방통위의 역할이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나서서 일부 유통점에 책임을 돌려도 판단은 규제 당국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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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한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법 도입으로 이통사가 일선 판매점과 사전승낙제를 맺어 공적으로 계약관계를 맺고 유통을 위임했다는 내용이 기록됐기 때문에 일선 판매점의 불법 페이백 지급도 이통사의 책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려금도 없는 애플 제품을 출시 다음날 60만원이나 할인 판매했다는 것은 통신사가 그만한 기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 아니냐”며 “LTE 망 구축시기와 달리 투자 비용도 줄어들었다면 하룻밤 보조금 대란으로 통신비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