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 현실속으로 '성큼'

일반입력 :2014/09/24 15:02

손경호 기자

투기 논란에 휩싸였던 비트코인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생태계로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현실과의 결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일종의 대박투기수단으로만 여겨지면서 장기적인 가능성이 부각되지 않았던 이 새로운 결제시스템에 대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들은 여전히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IBM은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을 자사가 그리는 사물인터넷(IoT)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국내서는 코인플러그, 코빗, 비트프리미어스 등 비트코인 기업들이 사용자들이 더 쉽게 비트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다.

코인플러그, 코빗 등 국내 비트코인 전문회사들은 그동안 비트코인이 뭔지 알리는데 주력했었다면 지금은 더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결제시스템이자 하나의 인프라로서 비트코인의 시대가 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열됐던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핫'한 이슈로 통한다.

영국 영란은행은 최근 분기보고서에 (비트코인이 구현한) '분산된 온라인 장부(distributed ledger)'는 분산된 결제시스템에 사용되는 가상화폐가 이뤄낸 혁신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을 통해 구현되는 비트코인의 분산된 결제시스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IBM이 IoT 인프라를 설계하는데 비트코인 아키텍처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이전보다 비트코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IBM 비즈니스밸류연구소(IBV)는 블록체인, 텔레해시 프로토콜, 비트토렌트 프로토콜 등을 결합한 IoT 플랫폼 '어뎁트(Adebt)'를 기트허브를 통해 오픈소스소프트웨어로 공개할 계획이다.

쉽게 말하면 여러 IoT 기기들 간 통신을 중앙집중화된 클라우드에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들 간에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잠긴 도어락을 열 때 특정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서도 안전하게 스마트폰과 도어락 간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페이팔이 자회사 브레인트리를 통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도 새로운 변화다. 브레인트리는 에어비앤비, 우버, 드롭박스 등에 대한 결제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델은 이미 자사 제품들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해 한 달만에 델 파워에지 서버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약 5천만원 규모 매출을 달성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국내에 처음으로 비트코인 거래소를 세웠던 코빗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주도하고, 미국 판테라 캐피털, 비트코인 펀드, 유명 벤처 투자자 팀 드레이퍼가 참여하는 국내외 투자그룹으로부터 3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로부터 40만달러(약 4억원) 투자를 받은데 이어 두번째다. 코인플러그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까지 2년간 80만달러(약8억5천만원)을 투자받았으며, 국내에서도 금융권으로부터 새롭게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도 장기적으로 이 기술을 계속 간다고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때 1비트코인(BTC) 당 1천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은 19일 코인데스크BPI 기준 400달러대로 하향 안정화됐다. 더이상 주식처럼 급격한 시세 변동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초기와 달리 결제수단으로써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내 비트코인 회사들도 QR코드를 스캔하는 것만으로 비트코인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데 이어 여러가지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어 대표에 따르면 코인플러그는 10월 중 온라인 거래 사이트 대여섯 곳에 전자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도입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효성그룹 관계사로 온라인전자결제, 편의점 결제, 모바일상품권 등을 개발, 공급하고 있는 갤럭시아컴즈와 협력해 비트코인 전용 선불카드를 출시한다. 마치 교통카드를 충전해 쓰듯이 자신이 갖고 있는 비트코인 지갑앱을 충전해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코인플러그는 국내에 처음으로 비트코인 ATM를 설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 대표는 국내 주요 백화점, 대학 등 10곳에 비트코인 ATM을 추가로 설치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은행들과 협력해 각 지점 ATM에 비트코인 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해외 관광객들이 결제를 하기 위해서도 유용하다. 번거롭게 환전한다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코인플러그는 비트코인용 POS 단말기를 국내 프랜차이즈 화장품 회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한 해 1천만명에 달하는 국내 관광객들 중 절반이 중국인이며 이들이 약 10조원에 달하는 소비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더라도 1조원 가량 시장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사는 온오프라인 미술 작품 유통 회사인 아트페이와도 협력해 해외 구매자들이 손쉽게 국내 작품들을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코빗은 6월께 비트코인 결제 솔루션인 '코빗페이'를 개발한 뒤 3개월만에 국내 500여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김진화 코빗 이사에 따르면 이 중 '육형제 바둑'이라는 바둑판 수출전문회사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판매금액을 비트코인으로 거래하고 있다.

김 이사는 기존 비트코인이 일부 IT개발자들이나 관심 있는 마니아들만 활용해 왔었다면 앞으로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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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프리미어스는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일반 사용자들이 더 쉽게 비트코인을 접하고 활용해 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커뮤니티를 만들어 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비트코인 관련 뉴스클리핑을 제공 중이다.

이와 함께 리워드앱처럼 제휴된 스마트폰 게임을 설치한다던가하는 방법으로 현금으로 구매하지 않고도 비트코인을 모을 수 있게 하는 '비트코인천국'을 지난해부터 서비스했다. 또한 누구나 쉽게 참여해 실제로 비트코인을 주고받거나 관련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코인톡'이라는 앱을 만들어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