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스마트워치를 사시겠습니까

제품 봇물처럼 쏟아져도 소비자 견인요소 적어

일반입력 :2014/08/28 16:04    수정: 2014/08/29 17:20

스마트워치 시장이 뜨겁다. 웬만한 글로벌 전자 IT 기업들은 이미 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중이다. 올 가을에도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뜨거움은 아직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지 않다. 스마트폰 이후의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하는 공급업체들, 그들만의 '실험 경쟁'처럼 보일 정도다.

무엇보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이 나온 뒤 해방된 손목을 왜 다시 수십만원짜리 기기로 구속해야 하는 지 명쾌하게 소비자를 유인하는 기업은 아직 없어 보인다.

아직까진 비싼 액세서리나 일부 소비자만을 자극하는 패션 상품에 가깝다.

■차별화 고민보다는 물량 공세?

스마트워치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은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제품이라는 점을 소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존 스마트워치 제품의 어느 면을 보더라도 사용자에게 킬러 앱이라 내세울 게 없다. 당최 스마트워치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건 단순하게 제품 디자인이나 성능을 개선하는데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워치 시장은 아직 공급자 위주다. 물론 이것 자체는 비판거리가 아니다. 새로운 시장은 공급자 주도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소비자들 스스로 존재했던 적이 없는 것을 요구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공급업체들이 어느 수준까지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어떤 것임을 구체화해 보여줘야 한다. 이미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은 업체들조차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소비자에게 대뜸 수십만원을 내놓으라는 스마트워치가 꼭 필요한 기기일까?

어느 누구도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면 실질적으로 스마트워치 시장이 스마트폰처럼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직 살만한 이유가 없다

스마트워치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기계란 평가가 아니다. 각종 센서와 스마트 운영체제(OS) 기반 앱 구동 기능을 품고 시계 이상의 역할을 해낸다고 소개되고 있고, 모두 사실이다. 비싸고 거추장스러운 게 문제다.

그냥 손목시계는 못 할 일을 스마트워치라는 제품으로는 할 수 있다. 다만 그뿐이라면 사람들이 스마트워치를 쓸 이유는 사실상 없는 것이다. '손목이 무거워서', '그냥 귀찮아서' 일반 시계조차 안 차는 사람도 숱하다.

지금처럼 스마트워치가 기능 위주로 업그레이드를 거듭한다면, 그냥 쓸만한 정도를 한참 뛰어넘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기존 피트니스 트래킹 기기보다도 압도적으로 유용하거나 깜짝 놀랄만큼 저렴해야 팔릴까 말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업계는 9~10월 대거 쏟아질 신제품 출시 소식을 접하고 있다.

일단 28일 삼성전자가 곡면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기어S'를, LG전자는 시계처럼 둥근 모양의 'G워치R'을 각각 공개했다. 소문에는 애플이 스위스 시계브랜드업체 태그호이어 출신 임원을 영입한데 이어 다음달 9일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을 가미한 '아이워치'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 제조사 에이수스HTC는 다음달 구글 안드로이드웨어 기반 제품을 각각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6월 구글I/O에서 첫선을 보인 모토로라모빌리티의 '모토360'도 안드로이드웨어 스마트워치로 다음달 4일 정식 출시 행사에 등장할 전망이다.

HP는 프로 디자이너 마이클 바스티안을 영입해 고급형 스마트워치를 올가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져 있고 MS도 11개 센서를 탑재하고 오픈API를 제공하는 자체 스마트워치를 오는 10월중 선보인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팔리기 위한 필요조건

향후 관전 포인트는 스마트워치 제품을 만들어 내놨거나 이를 준비 중인 제조사들이 어떤 전략을 통해 자사 제품의 존재 가치를 정당화해 나갈 것인가로 요약된다.

아직 제품을 준비중인 업체마다 외형만 일부 암시됐고 기능과 사양, 활용 가능한 서비스에 대한 단서는 많지 않으며 가격 역시 짐작하기 어렵다. 기능, 외형, 가격의 3박자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다만 스마트워치라는 기기의 사용 환경을 고려할 경우 크기와 무게에 일정한 제약을 둘 수밖에 없다. 이는 기계적인 확장을 통한 기능 및 성능 업그레이드에도 한계가 있음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초기모델 '갤럭시기어'의 짧은 배터리 수명과 카메라가 붙어 교체가 불가능한 손목끈 등 디자인으로 불만에 시달린 뒤 이를 개선한 후속 제품들을 내놓고 있지만 아쉬움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어쩌면 기존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등 어떤 기기와도 겹치지 않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 동시에 방향을 틀어서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경쟁도 벌여봄직 하다.

이미 모토로라 모토360과 LG전자가 G워치R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원형 몸체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삼성전자도 둥근 스마트워치 제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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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전략을 구사하면 기기의 단가는 필연적으로 수직상승한다. 이미 중고급 사양의 스마트폰 단가 하락으로 신형 모델을 30만~4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초기 스마트워치 모델과 비슷한 가격이다.

프리미엄 단말기 3분의 1내지 반값에 달하는 스마트워치 가격이 정당화된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들이 대단한 쓸모를 기대하지 않고도 선뜻 지불할 수 있는 가격표를 달긴 어려울 듯하다. 오히려 타이완 지역 업체들은 스마트폰 시장에서처럼 한국과 미국 업체들의 제품과 비슷한 사양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