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中 스마트폰 삼국시대…패권은 누가?

불안한 한국, 도도한 미국, 무서운 중국

일반입력 :2014/08/27 15:50    수정: 2014/08/29 10:45

이재운 기자

소니 워크맨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소니는 워크맨 하나로 세계 전자업계를 평정했다. 소비자들은 워크맨을 써보고 소니가 만든 다른 전자 제품을 구매했다.

상징 상품의 브랜드가 다른 제품에 미치는 후광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사례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워크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워크맨과 비교할 수 없는 혁신성에다 개인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쓰임새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세계 전자 시장은 그래서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 스마트폰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을 놓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쇠약해지면서 세계 전자시장에 '新삼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결과는 지켜볼 일이지만 두 대국 사이에 낀 한국의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애플과 구글의 미국, 높고 큰 산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주요 전자 IT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 기업들에게는 큰 극복의 대상이다.

7~8년전 세계에 처음 나온 아이폰 쓰나미는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거의 핵폭풍급이었다. 이후 안드로이드를 내세운 구글의 성장도 거의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가깝다. 모바일 시대에 '똥볼'을 차 힘들어했던 MS 또한 아직 누구도 무시하기 어려운 초강력 기업이다.

'新삼국시대'에서도 미국 기업들의 리더십은 쉽사리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힘의 원천은 거대한 경제를 기반으로 획득한 '근본적 혁신능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한 번 싸우면 판을 바꾸는 거대한 전쟁을 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이후 또다른 어떤 혁신의 회오리가 불든 진앙지는 실리콘밸리일 가능성이 크고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미국은 신삼국시대에서도 맨 윗자리에 있는 셈이다.

다만 제조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문제일 수 있다. 혁신 이후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했을 때 더 이상 사업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거의 닫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한국' 같은 중국, 무서운 질주

중국은 '시장'과 '생산' 두 측면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같다. 전자업계에서 일본과 한국이 성장했던 속도를 무참하게 만들고 있을 정도다.

삼성에 크게 데인 애플은 이제 중국에 당할 차례라며 잠 못드는 밤을 지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삼성 또한 자신을 벤치마킹한 적의 힘을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경계해야 할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화웨이와 레노버, ZTE에 이어 샤오미까지. 크게 알려진 곳만 해도 그렇다. 그러나 샤오미가 창업한 지 불과 2~3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계해야 할 기업은 부지기수라고 할 수도 있다.

중국 어디서 어떤 기업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올 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들의 힘은 넘쳐난다. 세계 제1의 내수 시장, 저렴한 인건비, 그러면서도 임직원들의 높은 교육 수준, 국가의 비호, 국가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과학기술…….

크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기업을 위한 엄청난 자양분이 투여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약점이라면 역시 값싼 제품이라는 낮은 브랜드 이미지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에 맞설 유일한 나라.

미국 기업들이 신삼국시대에서도 맨 윗자리에 있다면 그들이 가장 경계할 대상이 중국 기업들이다.

세계 1위 한국, 초격차 전략 찾아내야

스마트폰 하드웨어 점유율로만 따지면 한국이 이들 두 대국을 물리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실 삼성과 LG는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 가운데 휴대폰 업력으로 보면 가장 전통이 긴 회사들이다. 과거의 맹장이었던 모토로라나 노키아 등이 몰락하면서 휴대폰 분야에서 거의 최고참 기업이 돼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과 LG가 싸울 수 있는 저력의 기반이기도 하다.

제조업에 대한 오랜 숙련된 노하우와 정밀해진 시스템, 세계 각국에 뿌리내린 잘 닦인 유통망, 그리고 오랜 사업으로 다져진 부품 협력 업체들과의 관계 등이 우리 기업의 장점이다.

이 장점은 특히 다른 나라 제조 업체와 차별화된 특징이 있는 듯하다. 아이폰 혁신 회오리를 뚫어낸 전통의 휴대폰 제조업체 가운데 삼성과 LG가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수출 아니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적응하며 강한 체질을 획득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기른 덕으로 보인다. 그 유연성은 오너 책임 경영과도 무관치 않은 듯 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저력을 기반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의 경우 '수성(守城) 후 도약'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고, 스마트폰 수렁에서 막 빠져나온 LG의 경우 '공격적인 추격'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이 과제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과거 같지는 않지만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명성은 아직 여전하고 시장에서 신생 중국 업체들 추격 속도는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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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거칠 것 없이 성장하던 시장은 점차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치열한 육박전이 불가피한 형국으로 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에 점차 유리해지는 형세인 셈이다.

한국으로선 1등이기는 하지만 지금이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같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