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죽게 돼 웃는 이통사의 아이러니

방통위 보조금 정책 '팬택사후약방문' 꼴

일반입력 :2014/08/20 18:00    수정: 2014/08/20 18:08

“결국 팬택의 법정관리 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닐까요?”

20일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 3월 LG유플러스에 내려진 14일의 영업정지 제재 조치를 7일로 단축시키자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실제, 이번 행정심판위의 결정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팬택의 처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방통위 안팎의 중론이다.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천문학적 과징금에도 눈 하나 꿈쩍 않는 이통사들이지만 영업정지 제재만큼은 분위기가 다르다”며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영업정지가 극약 처방인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팬택 같은 제조사나 유통망의 피해 때문에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이통사별로 45일간 이어진 영업정지가 팬택의 경영위기를 가속화시켰다는 것이 통상적인 시각이고, 이에 대해 방통위가 부담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 “19일 법원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회생절차를 결정했는데 또 다시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제재를 결정해야 방통위 입장에서는 LG유플러스의 행정심판 청구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통사가 덕을 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영업정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통3사에 순환 영업정지라는 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이 같은 처방에도 오히려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만 절감하고 이와 관련 없는 제조사와 유통점의 피해가 컸다는 점도 영업정지 제재의 한계로 지적됐다.

팬택의 경우 지난 12일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이통사들이 채권 1천530억원의 상환유예 요청에 동의해주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포함한 정상화방안을 가결했다”면서도 “(이통사와의) 공급 재개 협의가 진전되지 않아 추가적인 매출 협상이 발생되지 않아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우회적으로 이통사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치지기도 했다.

이통사별로 45일이라는 장기간 영업정지가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 경영에 큰 악영향을 줬음에도 매출 협상에 소극적인 이통사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 때문에 지난 3월 미래부가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에 상당한 금액만큼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제도 도입을 검토했을 정도다.

당시 미래부는 “2000년 방송법에서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방송발전기금으로 돌려 관련 분야에만 쓸 수 있도록 하거나 청소년보호법의 과징금을 청소년 유해환경 개선에만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참고하고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관련 문제점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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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차별 없이 이통3사가 똑같이 45일씩 영업정지 제재를 받은 결과가 이통사는 마케팅 집행비용만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반면, 소비자들은 이통사의 보조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호갱도 없어졌지만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했고, 팬택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휴대폰 시장이 2개 사업자로 좁혀지는 과점 시장으로 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10월 시행을 앞둔 단통법을 통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만드는데 좀 더 세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