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을 '21세기 빅브라더'라고 하는가

IT 帝國時代, 코리아는 어떻게 해야 하나②

일반입력 :2014/07/28 11:04    수정: 2014/07/28 11:05

IT는 그 특성상 승자 독식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다. IT가 모바일 중심으로 옮겨온 뒤 구글의 지속적인 확장세를 지켜보며 '21세기 빅브라더'를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기업이 엄청난 세계 사이버 영토를 장악하는 '帝國의 時代'가 도래한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을 중심으로 한 미국 기업과 방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그 중심에 있다. 패권을 잃은 유럽은 이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낀 우리나라다. 지디넷코리아는 IT 제국시대에 우리나라가 어디쯤 위치해 있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지를 4회에 걸쳐 시리즈로 진단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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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유럽은 왜 끊임없이 구글을 공격할까

2)왜 그들을 '21세기 빅브라더'라고 하는가

3)또 하나의 빅브라더, IT 黃砂가 불어온다

4)샌드위치 된 IT 코리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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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페이스북’·‘애플’·‘아마존’ 등의 기업에 ‘21세기 빅브라더’란 수식어가 붙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빅브라더인 그들이 우리를 감시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따라 커지고 있다.

빅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오웰의 ‘1984’에서 나온 용어로, 현대의 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또는 이런 사회체계를 비유하는 단어로 자주 언급된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회 곳곳을 끊임없이 감시한다는 소설 내용이 현실화 되면서 빅브라더는 이제 죽은 단어가 아닌 현실의 살아있는 단어가 된지 오래다.

하나의 계정으로 다양한 서비스들이 연동되고, 위치기반 서비스들이 늘면서 이제 빅브라더는 우리가 누군지, 어디에서 누굴 만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빅브라더로 불리는 그들은 수년 간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은밀하고 위대하게’ 우리를 살펴보고 있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먼저 구글은 빅브라더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강력한 정보수집력을가진 구글인 만큼 개인정보 수집 및 도용 위험에 대한 세계각국의 비판과 제재도 가장 거세다.

지난 5월에는 유럽사법재판소가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구글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개인의 인권과 충돌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올해 초 프랑스와 스페인은 구글의 개인정보 수집 정책이 사생활 보호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각각 벌금 15만·90만 유로를 물리기도 했다.

또한 구글은 광고 활용 목적으로 자사 교육용 앱을 사용하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수집과 지메일을 검열했다는 비판도 들었다. 구글은 2006년부터 교육용 앱을 사용해온 학생과 교사 약 3천만 명의 지메일 계정과 달력, 클라우드에 보관된 자료 등을 검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글래스와 스트리트 뷰도 사생활 침해와 무단 정보 수집의 우려가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이 중 스트리트 뷰는 동의 없이 제3자의 이미지를 촬영해 영상에 표출되는 이슈가 불거져 사생활 침해 문제가 일었다. 여기에 스트리트 뷰를 촬영하는 와이파이 차량이 무단으로 이메일과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알려져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구글 글래스는 타인이 모르는 사이 사전 허가 없이 영상 및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와 콘텐츠 저작권 도용,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 구글 글래스는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간단한 손동작만으로도 녹화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어 불법으로 영화 복제 및 몰래카메라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마루타?

최근 회자된 또 다른 빅브라더 이슈로는 페이스북의 ‘감정 조작 실험’이 있다.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를 도용한 것은 아니나 사전 고지 없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개인의 실험결과 정보를 추출해갔다는 점에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초 68만9천3명의 뉴스피드를 조작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의 피드를 보여주고 사용자들의 심리 반응을 살펴 SNS상에서의 감정전이 현상을 비밀리에 연구했다. 이는 사용자들이 올리는 게시물을 인위적으로 바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 데이터 보호 측면의 문제가 제기됐다.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시스템(GPS) 정보를 기반으로 페이스북 친구들끼리의 위치를 알려주는 ‘니어 바이 프렌즈’는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페이스북의 대표 기능 중 하나다. 사용자 위치를 알려주는 ‘체크인’ 기능과 달리 니어 바이 프렌즈는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추적해 자동으로 알려준다는 점 때문에 세세한 개인 일정이 전부 노출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위치정보를 공개할 친구들을 따로 선택하는 기능을 추가했지만 앱을 끈 상태에서도 위치정보가 계속 추적된다는 점, 정보이력을 삭제하지 않는 한 해당 정보가 페이스북 서버에 계속 남게 된다는 점 등에서 여전히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지난 5월 개발된 페이스북의 ‘소리 인식 기능’ 역시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소리 인식 기능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사용할 때 기기 내장 마이크가 사용자 주변의 소리를 인지한다.

페이스북은 이 기능으로 수집한 사용자 정보를 광고주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이로써 성별과 나이, 주소 등 사용자의 기본정보를 넘어 기분과 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는 진정한 빅브라더로 군림할 우려가 있다.

미국 페이스북은 지난 1월 고객정보를 광고주에게 팔아넘겼다는 의혹을 받아 사용자들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고객정보를 광고주에게 팔기 위해 사용자의 메시지 내용을 ‘감시’한 혐의가 의심된다는 주장에 페이스북은 “소송인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개인정보의 노출이나 도용이 가능하다는 경각심을 일으켰다.

■애플, 알고 보니 독 든 사과?

빅브라더 논란에서 애플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6월 재판부는 아이폰 사용자가 위치서비스 기능을 '끔'으로 설정한 상태에서도 위치정보가 수집되는 버그가 발생, 2010년 6월22일부터 2011년 5월4일까지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아이폰을 통한 위치정보 수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객이나 고객의 아이폰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이 수집한 위치정보가 특정 개인의 위치정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아이폰 사용자 집단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iOS 백도어 역시 애플 사용자들의 정보 유출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iOS 보안을 연구해온 조나단 지드자스키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해커스 온 플래닛 얼스' 컨퍼런스에서 애플이 iOS에 사용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백도어를 숨겨놓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애플은 “iOS 진단기능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 및 보안을 침해하지 않고 기업의 IT 부서, 개발자, 애플이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게끔 설계돼 있다”며 “결정적인 진단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단말기 잠금을 해야 한다. 당연히 이에 동의가 없다면 데이터 전송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지드자스키는 애플이 '진단 데이터 전송'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백도어 존재 여부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고객 정보 공유가 아마존의 법칙?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도 빅브라더로 대표되는 비판의 대상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고객들이 구입한 물건 뿐 아니라 ▲사려고 하는 물품 ▲쇼핑을 하긴 했지만 사지 않은 물품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한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왔다.

고객들이 좀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아마존의 추천 기능 역시 이 같은 정보 수집 덕분에 가능한 서비스 중 하나다. 아마존의 ‘A9’ 웹 검색 엔진은 고객들이 검색한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존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자회사, 제휴회사들끼리 공유하고 있다.

나아가 아마존이 최근 계획 중인 무인 소형 택배기 드론은 사생활 침해 문제로 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받았다. 상업용 드론은 취미생활용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일반 기업들도 마케팅 수단이나 사업 용도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앞으로 사용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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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론을 활용해 남의 집을 엿본다든가 타인의 동의 없이 무단 촬영 등이 가능할 우려도 크기 때문에 반대론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드론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드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아마존이 계획하고 있는 무인 비행기 드론을 활용한 소형 택배 배달 계획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