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택오버플로 한국어 서비스 제공될까?

일반입력 :2014/07/13 13:47    수정: 2014/07/13 17:34

개발자를 위한 지식인으로 불리는 '스택오버플로(StackOverflow)' 한국어판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국내서 이를 청원하고 지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개발자들 사이에서의 기대와 우려도 증폭되는 분위기다.

스택오버플로는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묻고 답하는 곳이다. 유명 개발자 제프 앳우드, 조엘 스폴스키가 지난 2008년 만든 질문답변 사이트를 모태로 한다. 이후 주제별로 수백가지 사이트로 진화하면서, 성장 중이다.

질문자와 답변자 모두에게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불성실한 질문을 올린 이는 답변자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 한동안 질문을 못 올리게 된다. 여러 추천을 받는 좋은 답변을 제공한 사람은 '평판점수'를 쌓고, 일정 구간을 넘길 때마다 사이트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나 기능을 추가로 얻는다. 여기에 세계 각지 개발자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런 정교한 시스템을 비교적 잘 굴러가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많은 개발자들에게 스택오버플로에 활발히 참여하기 위한 문턱은 상당히 높았다. 사이트 운영업체 '스택익스체인지(SE)'는 영어 사용을 권장해 왔다. 사실상 다른 언어를 쓸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는 대다수 한국 개발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제약이었다. 모국어인 한국어로 묻고 답할 수 없다 보니 정보를 얻고 경험을 나누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직접 자신이 필요한 질문과 답변을 작성하는 경우에 비해 이미 제공된 문답을 검색해 보는 수준의 소극적 이용에 그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지난 2월 13일 SE의 커뮤니티매니저 제이 핸론(Jay Hanlon)도 공식블로그를 통해 스택오버플로 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 한중일 3국을 합한 비율은 4.8%에 불과하다며 언어 제약 때문에 스택오버플로에 참여할 수 없는 여러 독자와 그 동료들이 있다고 밝혔다.

■공식 스택오버플로는 검색만…질문 답변은 한국어로

지난 몇년간 스택오버플로처럼 SE에서 공식 운영하는 사이트와 별개로 그 구조를 모방한 국내 사이트가 여럿 나타났다. 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거나, 운영은 되더라도 규모와 주제가 제한돼 더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플랫폼 개발자를 끌어안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테면 2년전 운영 중이던 아이디벨롭(idevelop.kr)은 이미 폐쇄됐다. 코드플로(codeflow.co.kr)는 베타서비스 1년만에 대량의 스팸에 시달리고 있다. 비교적 안정된 애스크파이썬(ask.python.kr)과 마스터Q&A(www.masterqna.com)도 사이트 규모나 주제를 확장할 수 있을만한 상황은 아니다.

대체재가 없다 보니 어떤 개발자들은 원조격인 스택오버플로 사이트에서 한국어로 질문을 올리고 답을 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오리지널 스택오버플로에 한국어 지원이 이뤄지면 모방 사이트에 비해 접근성, 인지도, 양적 참여율, 질적 자정능력 모두 나을 수 있다는 기대다.

영어 이외의 공식 스택오버플로 사이트 개설 움직임은 전례가 없지 않다. 러시아, 스페인, 터키, 포르투갈에서 먼저 자국 언어로 된 스택오버플로 개설 청원이 추진됐다. 이가운데 현재 포르투갈어판 스택오버플로 사이트(pt.stackoverflow.com)가 청원 과정의 일정 조건을 충족해 베타서비스 중이다.

이른바 '한국어판 스택오버플로(SOK)' 개설에 참여해 온 개발자들 사이에선 공식사이트 운영사 SE와 이를 시작케 한 조엘 스폴스키같은 주요 관계자가 비영어권 지역의 사이트 개설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DNA랩의 윤석찬 팀장에 따르면 그가 이미 지난 2008년 방한한 조엘과 SOK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지난 2012년에도 SE 담당자들이 방한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윤 팀장은 SE에선 오래 전부터 다국어 사이트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만 (직접 만들고 운영을 지원할만큼) 회사 여력이 녹록치 않았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SOK가 정식 개설되려면 SE 측에 요청사항을 제안하고, 그 제안자와 다른 참여자들이 협력해서 사이트 정의(definition), 참여의사 표현(commitment), 시범서비스(Beta) 등 단계별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지난 5월 12일 개발자 신동호 씨가 SE의 신규 사이트 개설 제안을 위한 서비스 '제51지역(Area 51)'에 SOK 개설을 제안했다. 지금은 '정의' 단계를 넘겼다.

현재는 참여의사 표현 단계다. 앞으로 만들어질 사이트에서 활동하겠다는 사람을 200명 이상 모아야 한다. 이 조건은 달성됐다. 다만 이들중 100명은 스택오버플로의 평판점수(rep)를 200점 이상 갖고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30명을 넘기지 못했다. 평판점수 200점을 가진 사람 100명이 모이면 실제 사이트가 시범 구축되는 베타서비스 단계로 넘어간다.

한국에 거주중인 평판점수 200점 이상의 스택오버플로 이용자가 100명 이상인 만큼, 홍보만 잘 되면 이를 달성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왔다.

■나와 봤자 제대로 안 될 텐데 vs. 참여 유도와 자정 기능에 기대

현재 SOK 제안을 포함한 사이트 개설 과정에 정보 제공과 외부 참여 독려를 위한 기트허브 위키 사이트가 열려 있고, SE 채팅 서비스에도 SOK 개설을 논의하는 채팅방이 열려 있다. 이밖에도 자바개발자커뮤니티 OKJSP, 게임프로그래머 커뮤니티 게임코디, 페이스북의 개발자를 위한 영어스터디그룹 개발자영어 등을 통해 SOK 개설 성사여부와 활성화 가능성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사실 SOK가 만들어지더라도, 기존 스택오버플로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국내 유사 사이트가 실패했는데 원조 SOK가 만들어진다고 다르겠느냐는 시각과, SOK가 원조답게 비교적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서 제안되고 있는데다 만들어진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기에 다를 것이란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애초에 한국 개발자들이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언어 문제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올리는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는 진단이 있다. 스택오버플로 모방 사이트가 성공하지 못한 반면 포털사이트 카페나 일반 지식검색 서비스처럼 공개 검색이 안 되는 곳에서 질문과 답변이 더 활발히 오간다는 평가다.

또 한국 개발자들이 말하는 '영어로 인한 부담' 문제는 핑계일 뿐, 진짜 부족한 건 참여 의지 그 자체라는 주장도 있다. 의지가 있는 이들은 다소 영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스택오버플로를 어떻게든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은 SOK가 만들어지더라도 기존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일단 국내 유사 사이트의 결정적인 실패 이유는 인지도 때문이란 반박이 있다. 참여할 사람이 충분히 모이기 어려웠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했을 거란 분석이다. 국내 스택오버플로 모방 사이트가 제한적인 분야를 다루면서 지속되고 있고, 그 분야 개발자들에겐 비교적 인지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타당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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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존 모방 사이트의 실패는 복제판이라 완성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함량 미달의 질문을 올리거나 영향력이 큰 이용자간 친목 행위를 벌이는 등 많은 이들의 참여 의지를 꺾는 활동이 한국 문화의 특성 때문은 아니며, 이를 자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원조 스택오버플로 사이트에 잘 구현돼 있다고 주장한다.

즉 당장 만들어지면 잘 될 거라는 낙관론은 아니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실제 운영 단계의 집단적인 자정작용을 통해 기존보다 나은 환경으로 유도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