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CC같은 클라우드 사업, 국내서 확산될까?

세이프넷, 클라우드 라이선스 관리 확산 시동

일반입력 :2014/05/25 10:54    수정: 2014/06/18 09:39

황치규 기자

보안 및 SW 저작권 보호 솔루션 업체 세이프넷코리아가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리(Software Rights Management: SRM) 사업을 본격화했다.

내부에 설치해 쓰는, 이른바 온프레미스(On-premise) 솔루션 방식으로 팔던 것에서 클라우드에 올려 파는 것으로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옮기려는 모습이다.

SRM은 SW회사가 고객들이 자사 제품을 어떻게 쓰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다. 직접 개발해 쓸 수도 있고, 세이프넷같은 회사로부터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세이프넷에 따르면 외부 전문 업체 제품을 사다쓰는 회사 비중은 절반 정도라고 한다.

SW업체가 클라우드 기반 SRM을 쓰게 되면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같은 비즈니스 모델 도입이 가능해진다. 어도비 CC는 SW는 하드웨어에 설치할 수 있게 하고, 라이선스 관리만 클라우드에서 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SW회사들은 고객들이 자사 제품에서 어떤 모듈을 얼마동안 사용했는지가 다 볼 수 있다. 과금도 매년 일정 비용을 내고 쓰는, 이른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방식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어도비시스템즈는 CC를 선보이고 포토샵이나 인디자인같은 간판 SW판매 전략을 서브스크립션으로 일원화했다. 어도비의 행보는 소프트웨어를 소유하는 시대가 사라졌음을 선언하는 파격적인 승부였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졌지만 어도비에 대한 월가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매출은 몰라도 주가는 상승세다. 서브스크립션의 잠재력을 투자자들이 인정한 셈이다.

이쯤되면 다른 업체들도 어도비처럼 할 것 같은데,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MS)도 서브스크립션과 한번 팔고 끝인 패키지 라이선스를 모두 판매하는 양다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세이프넷코리아는 아직까지는 온프레미스 솔루션이 강세를 보이지만 앞으로는 클라우드 기반 SRM 비중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는 모습이다. 최장욱 영업팀장은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향후 몇년간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라이선스 관리도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클라우드 기반 SRM 시장은 제로에 가깝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아직 설치형을 쓴다. 그럼에도 세이프넷코리아는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클라우드 기반 SRM은 SW회사 입장에서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설치형은 어떤 고객들이 어떤 라이선스를 쓰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듈을 어떻게 쓰는지는 파악하기 쉽지 않다. 클라우드 SRM은 고객들이 SW라이선스를 어떻게 쓰는지 보다 정교하게 알 수 있게 해준다.

최장욱 팀장은 고객들이 SW를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면 SW 수익화(monetization)가 가능해진다. 유연한 과금 정책을 짤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어도비 CC같은 서브스크립션 모델도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이프넷코리아 입장에서 클라우드 SRM으로의 판을 바꾸는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최 팀장에 따르면 서브스크립션 방식 도입을 생각은 하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걸 주저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선 서브스크립션 방식은 사용자가 항상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쓸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공장 자동화, 의료 및 공공 소프트웨어들은 아직 오프라인 환경에서 많이 운영되는 편이다. 그런만큼 서브스크립션이 지금 당장 바람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시선도 엿보인다. 서브스크립션을 도입했다가 매출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SW회사들이 많다는 얘기다.

어도비처럼 확실한 시장 장악력을 갖춘 SW회사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국내 업체들이 서브스크립션 도입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인 듯 보인다. 사용자 입장에서 어도비 포토샵을 다른 걸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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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세이프넷코리아는 클라우드 기반 SRM 비즈니스에 승부를 걸어 보려는 모습이다. 이 회사 클라우드 SRM 사업은 국내 SW업계서도 어도비같은 서브스크립션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최장욱 팀장은 조만간 의미있는 레퍼런스도 1개 공개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