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병수 후보, ‘지스타’ 할 수 있나

기자수첩입력 :2014/05/03 08:46    수정: 2014/05/03 08:47

서병수 의원(해운대·기장갑)이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로 선정됐다.

‘일자리 시장’·‘준비된 행정리더’·‘경제학 박사’를 내세우며 서 의원이 새누리당을 대표해 부산시장 후보에 오른 것.

하지만 수년 간 부산에 터를 다지고 함께 해 온 국내 게임업계 시각에선 서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그가 지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게임인들이 받은 상처가 크고 깊기 때문이다.

서병수 의원은 지난해 같은 당 소속 손인춘 의원이 입법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곧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제한을 더 강력히 제재하고, 게임 과몰입 치료기금을 업체들이 부담하라는데 동의한 셈이다.

손인춘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게임규제 종합세트’로 불리며 게임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법이다. 매출 1%를 강제 징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가뜩이나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임사들을 기운 빠지게 한 법안이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낙인찍는 문화말살 정책이란 문화·예술계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나 손인춘법 공동 발의자 명단에 다른 곳도 아닌 지스타 개최지인 부산시의 서병수 의원이 포함된 사실은 게임인들을 깊은 좌절감에 빠뜨렸다. 지스타 한 번 개최로 1천24억원이라는 경제효과와 2천 명에 달하는 고용효과의 수혜를 입는 부산시가 이럴 수 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지스타 개최 후보지에서 부산을 제외하라는 목소리도 냈다.

이에 전년도 주요 후원사인 위메이드는 지스타 보이콧을 선언했고, 실제로 작년에 참가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대형 게임사들도 지스타 일반 전시관에 부스를 내지 않았다. 시점상 선보일 만 한 신작이 마땅치 않고 형편이 어려워져 참가를 거부한 경우도 있지만 부산시에 대한 반감과 서 의원에 대한 배신감이 지스타 불참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서병수 후보가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누르고 부산시장에 당선됐다고 가정해보자.

가뜩이나 지스타 보이콧 사태 이후 서 의원에 반감을 가진 국내 게임사들이 올해 11월 개최되는 지스타에 선뜻 참가 의사를 밝힐까. 또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서 의원이 게임 행사인 지스타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지원에 발 벗고 나설까.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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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가 부산시에서 개최된 2009년부터 허남식 현 부산시장은 매년 개막 행사에 참석해 일반 전시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자리를 빛냈다.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는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함께 즐겼다.

반면 서병수 의원이 부산시장이 된다면 지스타에 참석하는 것부터 애매해진다. 현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참가 기업들을 누구처럼 마약제조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