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아마존처럼 API 사업 못하지?

신뢰 쌓기와 비즈니스 모델 발굴 부족

일반입력 :2014/04/11 16:34    수정: 2014/06/18 18:21

지난 8일 저녁 6시 서울 강남구 선릉로 디캠프 다음API 미트업 행사장.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라는 공통 관심사 아래 70여명이 모였다.

빈자리는 없었다. 참석자 대부분은 API 활용에 목말라 있는 개발자나 기획자들이었다. 행사를 지켜보니 저마다의 고민들이 엿보였다.

어느 대학생은 API를 활용해 졸업작품을 만들고 있다 했고,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API 만들어 놨는데 아무도 안 써서 고민이라 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몇몇은 API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 싶어 했다.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API로 공개해 볼까 고민하는 참가자도 여럿 보였다.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한다는 선생님도 있었다.

서비스 기능을 모듈화해 다른 프로그램에서 쉽게 가져다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API다. 외부 개발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하면 오픈API가 된다. 잘만 하면 오픈 API를 제공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API 이코노미가 만들어 질 수 있다. 해외에선 이미 아마존, 이베이 등이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반면 국내 오픈 API 생태계는 아직 불모지나 다름 없다는 평가다. 쓸만한 오픈 API도 많지 않고, 오픈 API를 써서 대박 났다는 서비스도 구경하기 힘들다. 대기업 SI 중심의 국내 개발 환경에선 API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비관론까지 들린다.

이런 가운데 열린 다음 API 미트업 행사는 해외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해서 오픈API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는 건 아님을 보여주는 계기였다. API에대한 관심이 IT산업뿐만 아니라 유통, 교육분야까지 폭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갈길은 아직 멀다. API 생태계 확산을 위해 참여와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음 API 미트업 행사의 주요 메시지들을 정리해봤다.이번 행사는 오픈API 인프라 서비스 제공 업체인 3스케일의 스티브 월모트 CEO와 CA테크놀로지 레이어7의 마이크 아문센 아키텍터, 포털 다음커뮤케이션의 윤석찬 DNA랩 팀장이 API 트렌드와 국내 활용사례 등을 나누기 위해 강연자로 나섰다.

3스케일의 스티브 월모트 CEO는 오픈 API가 양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오픈API포털인 프로그래머블웹에 등록된 API는 1만1천254개에 이르고 매해 적어도 그 숫자가 20~30%씩 증가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고 내부에서 사용하는 API는 아마 그 10배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안드로이드와 iOS 앱이 각각 1백만개를 넘었는데 모바일 백엔드에 API가 20~30% 사용된다고만 생각해도 그 수가 엄청나다는 설명이다.

그는 API가 모바일백엔드, 고객 생태계, 파트너 생태계, 콘텐츠 유통, 전자상거래 상품등록, 비즈니스용 API, 내부 혁신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API를 만들어 바로 오픈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먼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API를 만들었으면 이를 내부에서 써서 자신들의 고객에게 서비스해봐야 하고 그 다음에 일부 파트너들에게 공개하고 검증한 후 최종적으로 오픈 API로 내놓는 것이 제대로 된 API사이클이라는 설명이다.

다음 윤석찬 DNA랩 팀장은 2006년 10월 처음 오픈API를 공개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느꼈던 중요 사항을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다음 API는 한 달에 약 3억 건 트레픽이 발생하고 하루 호출 받는 키가 7천개 정도 된다. API키를 중복해 받지 않기 때문에 즉 7천개 웹사이트나 앱에서 다음API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엔 음성인식API, 로그인API 등을 연달아 공개하기도 해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윤 팀장은 먼저 쓸모 없는 API를 줘봤자 아무도 쓰지 않는다며 가치 있는 API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핵심적인 서비스에 대한 API, 예컨대 다음은 지도나 검색을 제공하되 사용자들은 API가 그들 서비스의 핵심이 되선 안되고, 그들의 핵심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API를 곁들이는 형태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훈장마을'이라는 사이트가 다음 로드뷰API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학원에 선생님을 모집해주는 것이 훈장마을의 핵심 서비스인데 선생님들이 학원 자리가 목이 좋은 데 위치해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음 로드뷰기능이 결합돼 시너지를 냈다고 한다.

그는 두 번째로 API에도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고 얘기다. 작년 API스트레티지 컨퍼런스에서 프로그래머블웹 CEO가 API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했는데 20가지나 된다며 크게 4가지 보면 공짜로 주는 모델, 개발자들에게 사용료를 받는 모델,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 직접 수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긍정적인 부가 효과가 있는 모델로 콘텐츠 신디케이션 혹은 내부 사용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API에 대해 트레픽에 상관 없이 돈을 받고 있지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직간접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에버랜드 앱이 다음 지도API를 써서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다음지도에도 그대로 에버랜드의 상세한 놀이기구 위치 같은 게 표시된다. 에버랜드와 다음이 위치 정보 콘텐츠를 주고 받으며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직접적인 수익 공유 모델도 적용했다. '코리아닷컴'같은 중소 규모 검색사이트에 다음검색엔진API를 제공하고 하는데 여기서 비즈니스 키워드를 치면 다음 클릭스라는 검색광고상품이 노출이 된다. 그는 코리아닷컴은 검색API를 통해 서비스 개발.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다음은 광고검색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 졌다고 설명했다.

다음이 6년 정도 오픈 API를 운영하며 느낀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신뢰'다. 윤 팀장은 오픈해놓고 언제 닫을지 모른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쓰겠는가?라고 물으며 다음도 서비스를 중단한 API도 있기 때문에 이부분을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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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설계 시 10가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주제로 CA테크놀로지의 API 매니지먼트 솔루션 레이어7을 담당하는 마이크 아문센 아키텍처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가 객체 모델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하지 말고, 결과 메시지 모델로 알려주라', '작업 순서를 클라이언트 코드에 담도록 하지 말고, 결과 메시지에 링크로 담아라' 같은 조언하 며 코드 예제를 보여 줄 때 참석자석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발표가 끝난 후 Q&A시간. 기다렸다는 듯 질문이 쏟아졌다. '특정API가 오류 났을 때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파급을 절단하는 방법은?, API트레픽을 늘리는 방법은?, API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 등 질문과 답변이 한 30분 정도 이어진 후 저녁 9시가 다 돼서 행사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