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ICT가 음식물쓰레기도 줄여주네요

쓰레기 처리비용 25%↓…음폐수 절반으로

일반입력 :2014/03/17 16:04    수정: 2014/03/17 17:00

정윤희 기자

“처음에는 불편할까봐 많이 꺼려했었죠. 지금은 편리하고 깨끗해졌다고 주민들이 더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냄새가 많이 줄었어요.”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린다. 음식물쓰레기를 쏟아 부으면 바닥에 설치된 저울이 무게를 잰다. 다시 한 번 카드를 대면 뚜껑이 닫히고 방금 버린 쓰레기의 무게를 알려준다. 배출한 쓰레기양은 환경공단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무게에 따른 처리비용은 매달 관리비에 자동으로 포함된다.

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다녀왔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LG유플러스와 부민 W&P가 손잡고 개발한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 수거기기 ‘스마트크린’을 도입한 곳이다.

‘스마트크린’ 도입 후 가장 큰 변화는 음식물쓰레기 하면 떠오르는 괴로운 냄새와 지저분한 찌꺼기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음식물쓰레기 자체도 약 20~25% 가량 줄어들었다. 버린 양에 따라서 돈을 받아보니 집집마다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를 최대한 없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자연히 음폐수가 50% 이상 줄었다. 음식물쓰레기의 특징상 수분이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음폐수 처리 시설이 충분치 않다. 그동안은 음식물쓰레기를 해양투기 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금지, 처리비용이 50% 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비용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처리비용 평균 20%↓…원격 제어 가능

‘스마트크린’은 한마디로 사물통신(M2M) 개념을 접목한 음식물쓰레기 수거기기다. 통신모뎀을 장착, 환경공단 서버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가구당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스마트크린’이 도입된 후 평균 20%가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처럼 부피로 배출하는 단독 주택의 경우 1리터(L)당 50원인 반면 수거기가 설치된 아파트의 경우 1Kg당 62원이다. 용인시는 연간 30% 정도의 수거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찬 용인시청 팀장은 “업체별 평가를 통해 AS 부분, 기기 잔고장 등을 감안해서 LG유플러스를 선택했다”며 “해당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구에 정액제 1천원을 부과하는 것과 비교하면 기기 사용시 한 달 평균 납부 금액은 800원 수준으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크린’은 단순히 정보 수집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기가 알아서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가 하면, 조명이 켜지는 시각, 뚜껑을 여닫는 속도, 탈취제 분사 간격까지 원격으로 조정 가능하다.

채계수 부민 W&P 대표는 “ICT를 접목한 음식물쓰레기 수거기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라며 “통신이 워낙 발달돼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철 LG유플러스 M2M솔루션사업팀 차장도 “환경공단 중앙서버에서 실시간으로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고 LG유플러스와 장비사에서 별도의 관제시스템 솔루션을 구축해 한 눈에 장애, 통계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는 CDMA 기반의 종량기가 설치됐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LTE 장비가 구축된다. 데이터량이 많이 필요 없고 전파 및 서비스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해당 사업은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환경부와 협의해 올해부터 LTE 장비를 도입키로 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LTE 장비 구축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기 설치비多…지자체 “국비 지원 절실”

그렇다고 LG유플러스가 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적 성격의 사업이라 엄청난 수익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 기기를 한 달 내내 운영해도 발생하는 통신비는 3천500원에 불과하다.

김병철 차장은 “환경부와 협의를 통해서 2011년부터 144개 지자체 중 70여개에 설치를 완료한 상태”라며 “해당 기기가 종량제의 취지에도 부합하기 때문에 용인시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설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문제는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음식물쓰레기 수거기기 1대를 설치하는데 180만원이 소모된다. 1대를 설치했을 경우 감가상각 기간은 5년을 기준으로 한다. 용인시 전체에 3천500대 설치가 필요한데 현재까지 구축된 것은 2천600대 수준이다. 용인시에서는 4~5년 정도 수거기기를 운영할 경우에야 투자비를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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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입장에서는 국비 지원이 절실한 셈이다. 예컨대 국비가 30% 지원될 경우 도에서 35%, 시에서 35%가 지원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관련 산업에 편성된 국비는 전국적으로 18억원, 지자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상찬 팀장은 “전국적으로 30~40% 정도 설치한 지자체들이 올해부터 국비 지원이 줄어들면서 다소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며 “주민 호응도 좋고 효과도 좋은 만큼 ‘스마트크린’ 사업에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