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터넷 상생하려면 중소기업 지원해야"

'포털 때리기는 답 아니야, 경험 살릴 기회 줘야'

일반입력 :2014/03/17 16:13    수정: 2014/03/18 17:17

남혜현 기자

세계 인터넷 기업들이 모바일 패권 잡기에 여념 없는 지금 관심은 굵직굵직한 대기업에 쏠린다. 그게 아니면 개천에서 날 용을 기다린다. 정부가 싹수 보이는 벤처,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제2의 벤처 붐'에 4조 원을 쏟겠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벤처는 어감만큼 간극이 크다. 그 사이에는 수백, 수천 개 중소기업이 빼곡히 자리한다. 포털에서 검색되는 수많은 콘텐츠가 중소기업에서 나오지만 정작 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 두는 이는 드물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명제는 밥 먹으면 배부른 소리라 더는 섹시하지 않아서일까.

이정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장을 최근 논현동에 자리한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중소 인터넷 기업들은 포털과 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다며 모바일이란 산업 트렌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생존이 더 큰 이슈라고 강조했다.

포털과 관계를 언급한 것은 포털의 동의의결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온 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용자 후생과 인터넷 업계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 검색과 광고를 분리한다는 골자의 동의의결안을 받아들였다.

정부 입장대로라면 최소한 포털과 밀접한 인터넷 중소업체들은 생존에 한시름 놔야 한다. 그러나 직접 들어본 인터넷 중소기업들은 한숨을 내쉰다. 포털을 때린다고 규제를 늘려봤자 중소기업들의 살림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낫다.

생존이 가장 큰 문제죠. 중소업체는 그동안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는데 (산업은) 모바일로 가고 있으니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가 가장 큰 이슈에요. 지금 모든 자금은 스타트업으로 가는데, 중간 단계인 중소기업들은 의지할 데가 한 군데도 없어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된다. 모든 이들의 사활을 정부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인터넷 중소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벤처에 정부 지원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중소 인터넷 기업들은 경쟁을 논할 여유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이란 서로 겨룰만한 상황을 먼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너무 많은 중소기업이 있는데 사업이 어렵다고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외국에선 실패한 사업자들이 바로 파산 처리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데, 우리는 파산법 절차상 그러기도 힘들어요. 망해도 망한 것도 아니고, 빨리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어렵죠. 좀비처럼 살아남거나, 죽은 듯이 살아가는 그런 상황이에요. 경험이 쌓인 회사들이 이런 상태로 남아 있는 일이 안타깝죠.

슬픈 이야기다. 한국을 IT 강국이라 하지만 기업 면면을 보면 그렇게 자신하기는 어렵다. 포털만 하더라도 네이버와 다음을 제외한 회사들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거나 사라진 상태다. 하물며 중소 인터넷 업체들의 상황은 말로 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물론 포털도 위기의식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없다면 1등 포털 역시 존재가 어렵다.

이 대표가 보기에 중소 인터넷 업체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생하거나, 혹은 재도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정부가 내어주는 길이다. 10년 이상 인터넷 업계에서 쌓아온 역량과 경험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이 되살아나기 위한 핵심은 역시 돈이다. 모바일이란 거대한 흐름이 중소기업들을 비껴갈 수는 없다. 발맞추기 위해선 역시 기술과 사람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려면 자금이 먼저 충당돼야 한다.

모바일로 전환은 대형 포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에요. 인터넷 중소기업들도 마찬가지죠. 모바일로 넘어가려면 기술력이 있어야 해요. 기술을 가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충원할 수가 없어요. 투자를 할만한 돈이 있어야죠.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잘 오려고 하지 않고요. 단순하지만 가장 큰 문제에요.

내부 비판도 했다. 오랜시간 인터넷에서 일했지만 모바일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업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로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기존 PC 온라인과는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교육도 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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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중소 업체들이 자금을 가지고 모바일에 맞춤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이용자들은 더 풍요롭게 정보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소기업들은 최소 10년 이상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공급해본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네이버와 다음, 구글만 쓴다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그 안에서 길어올린 정보의 원 출처는 중소기업이 제공하는 것들이 많다. 사소하게는 유머부터, 실용적으로는 비즈니스까지 말이다.

인터넷에서 중요한 정보는 무료인 경우가 많아요. 이런 무료 정보들이 모여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죠. 그런데 정부 지원은 금전 가치로 환산되는 곳에만 쏠리죠. 인터넷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봅니다. 정부든 포털이든, 인터넷에 대한 이해를 넓혀서 지원하면 그게 상생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