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창시자 "'웹의 권리장전' 필요하다"

일반입력 :2014/03/13 18:52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가 웹의 탄생 25주년을 맞아, 정부의 감시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웹의 권리장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씨넷 등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각) 영국 BBC TV '브레이크패스트 쇼'에서 버너스 리와 진행한 인터뷰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버너스 리는 웹에서 계속 정부가 (시민사회에) 점점 더 많은 감시 활동을 벌여 통제를 강화하도록 내버려두는 길을 갈지, 이 영역이 우리 삶의 일부로서 중요해 진 만큼 그런 권리를 위한 '월드와이드웹의 대헌장(Magna Carta, 마그나카르타)'을 갖춰 나갈지, 거대 공동체로서의 결정을 내릴 때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다소 거창하게 들리긴 하지만 웹의 권리장전이니, 대헌장이니 하는 얘기는 이번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버너스 리가 이전부터 강조해 온 사용자 권리 보호, 프라이버시 보장, 자기정보 결정권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 차이점이라면 '정부를 상대로 한 시민 공동체의 권리'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앞서 월드와이드웹재단은 '우리가 원하는 웹'이라는 사이트를 열고 세계 사람들에게 자유롭고 개방되며 진정으로 범지구적인 인터넷을 가꾸자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쳐 왔다. 그 활동은 '모든 국가를 위한 인터넷 사용자 권리장전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정부에 제안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를 촉발하는' 목적을 품었다.

버너스 리의 출생국가인 영국 런던 소재의 최대 종합공연예술행사장 '사우스뱅크센터'에 이미 월드와이드웹 재단의 캠페인과 관련된 행사도 기획돼 있다. 이 행사 명칭은 캠페인과 같은 '우리가 원하는 웹'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9월 1일부터 내년 5월까지 진행된다.

주최측 설명에 따르면 행사는 웹의 창의성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으면서 온라인의 폭력과 억압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주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겠느냐는 거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장으로 마련된다. 이와 비슷한 이벤트가 다른 지역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버너스 리의 발언과 월드와이드웹 재단의 캠페인은 국가와 같은 거대 권력이 웹이라는 공간을 통해 많은 사용자들을 감시하는 활동을 강화해 나가면서 세계적으로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실제 마그나카르타는 1215년 6월 영국의 존 왕이 법에 의해 자신의 권리를 제한받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한 문서로, 절대적이었던 전제군주의 권력에 제동을 건 상징성을 담고 있다. 권리장전은 1689년 전제군주라도 부정할 수 없는 참정권, 청원권 등 영국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공인한 문서다.

버너스 리는 자신이 태어난 영국의 헌법에 영향을 준 권리장전과 마그나카르타가 국가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확립해 온 역사적 상징성을 품은 것처럼, 전세계 사람들에게 '온라인 권리장전' 내지 '웹 권리장전'이라는 선언을 통해 웹의 개방성과 자유를 누려야 할 사용자의 권리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도한 영국 지디넷의 잭 스코필드 기자는 월드와이드웹 탄생 25주년 기념은 '우리가 원하는 웹' 캠페인에 탄력을 불어넣을 테고, (행사가 열릴 오는 10월) 웹표준화 기구인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설립 20주년 기념을 통해서도 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W3C는 웹 탄생연도인 1989년으로부터 5년 뒤인 1994년 10월 설립됐다. 최근 W3C도 웹의 탄생 25주년을 기리는 기념사이트를 마련하고 웹 생태계의 현황을 제시하며 '열린 웹'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9일 W3C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총괄 담당자인 이언 제이콥스는 팀 버너스 리는 2014년을 기점으로 웹 사용자, 사업자, 정책 입안자들과 함께 웹 접근성, 인터넷 규제, 보안과 온라인 자유, 공공 데이터 개방, 웹 플랫폼 상호운용성, 생태계 촉진 등 주요 의제를 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2014년 3월 12일을 사람들이 이해하는 '웹'의 탄생 25주년에 해당하는 날짜라 정의하긴 어렵다. 지난 1989년 3월 12일 존재했던 것은 당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신분이었던 버너스 리가 '정보관리' 개념으로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W3C의 웹 탄생 25주년 기념사이트에 제시된 초기 웹의 역사에 따르면 버너스 리가 제안한 정보관리 아이디어는 CERN에서 내부적으로 회람됐다. 버너스 리는 당시 이를 본 내 상사는 그걸 모호하지만 흥미롭다고 평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실제 구현에 들어간 시기는 이듬해인 1990년 10월이다. 그 때 버너스 리는 넥스트스텝 개발환경에서 하이퍼텍스트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웹브라우저 겸 편집기를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의 명칭이 바로 '월드와이드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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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91년 8월에 '웹 소프트웨어'가 인터넷 FTP를 통해 배포됐고, 1992년 8월에는 '페이웨이'가 '비올라(Viola)'라는 GUI 브라우저를 선보였다. 1993년 2월에는 미국 슈퍼컴퓨팅애플리케이션센터(NCSA)가 마크 안드레센의 웹브라우저 '모자이크 포 X' 알파 버전을 공개했다.

CERN이 월드와이드웹을 '누구든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 선언한 시점은 1993년 4월이었다. 이후 1994년 5월 CERN의 소재지인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 1회 월드와이드웹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그해 10월 W3C가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