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TV사업 분사 "속도경영으로 칼 간다"

9분기 연속 적자 특단조치…내년 3분기 흑자전환 목표

일반입력 :2014/02/06 17:16    수정: 2014/02/06 17:21

정현정 기자

글로벌 평판TV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밀린 일본 소니가 옛 TV 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나섰다. TV사업부를 떼내 불필요한 부분은 줄이고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에 '선택과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소니는 6일 TV 사업을 분사해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의사 결정의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오는 7월까지 TV 사업부 분사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 내년 3분기에는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니의 TV 사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TV 사업 부문에서 비용절감과 제품경쟁력 강화 등 수익성 개선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영업손실을 상당 부분 줄이기는 했지만 아직 흑자전환을 이루지는 못했다. 특히 신흥시장에서 성장율 둔화와 환율 하락 등이 발목을 잡았다.

자회사 분사 후 소니의 TV 사업은 초고해상도(UHD·4K) TV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한다. 또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 시장은 지역별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으로 공략에 나선다. 이와 함께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수익성 개선 노력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1475억엔과 696억엔을 기록했던 적자폭을 250억엔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소니는 7.5%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 삼성전자(25.5%)와 2위 LG전자(14.7%)에 이은 결과다. 소니의 뒤는 중국 TCL과 스카이워스가 각각 5.7%와 5.6%의 점유율로 바짝 쫓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프리미엄TV의 대명사'로 세계 TV 시장을 호령하던 소니는 LCD와 PDP TV를 앞세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추격을 허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전체 TV 시장에서 첫 정상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과 판매수량 등에서 8년 연속 세계 시장 1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화질과 소비전력, 두께 등에서 우위를 가지는 발광다이오드(LED) TV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도하면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소니도 이번 사업부 분사를 통해 차세대 TV 시장인 UHD TV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소니는 글로벌 UHD TV 시장에서 23.4%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스카이워스(17.9%), TCL(11.3%), 삼성전자(10.1%)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UHD TV 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무서운 기세로 소니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북미 UHD TV 시장에서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소니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소니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던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유럽 25개국 점유율에서도 1위를 유지하던 소니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차지한 상황이다. 좀 더 빠르고 공격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라는 판단이다.

한편, 소니는 이날 PC 사업부를 재팬인더스트리얼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 봄 신제품 발표를 마지막으로 PC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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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니는 TV 사업부 분사의 의미가 PC 사업 철수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분사라고는 하지만 TV 독립법인은 소니의 전자계열 100% 자회사로 단순히 적자를 털기 위한 조치도 아니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키워드다.

소니 관계자는 TV 사업의 경우 홈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주요한 구심점인 만큼 독립사업체를 만들어서 제품경쟁력을 강화하고 하이엔드 제품 라인업을 늘릴 생각이라면서 큰 조직에 포함돼 있는 것보다 작은 조직으로 분사하면 평가나 분석, 개발, 빠른 의사 결정 구조 등 모든 측면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보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