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MS가 CEO도 못구하는 아이러니

100명 넘게 고민했는데 아직도 감감 무소식

일반입력 :2014/01/14 07:23    수정: 2014/01/14 15:43

천하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CEO를 제때 구하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예정대로라면 MS는 스티브 발머의 뒤를 이를 CEO를 지난해말까지 뽑아야 했지만 1월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2월이나 돼야 윤곽이 잡힐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잠재적인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MS 대표 자리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어 2월 선임도 장담하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에는 한때 가장 유력한 MS 차기 CEO로 거론되던 앨런 멀러리 포드 CEO가 포드 잔류를 선언했다. MS CEO 자리에 관심 없다고 밝힌 외부인사만 벌써 3명째다. 외부 인사 카드를 더 쓸 수 없는 MS가 결국은 내부에 있는 인물 중에서 차기 CEO를 고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가 '설'일 뿐이다. 선임 작업이 마무리될듯 하면서도 마무리되지 않은 장면이 계속 연출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스티브 발머가 일년 이내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후 MS이사회는 줄곧 새 MS수장에 적합한 인물을 물색해 왔다. MS이사회는 100명 이상의 후보를 놓고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MS측은 2013년이 끝나기 전에 CEO를 선정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올해 초까지 선정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름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MS가 예정된 일정에 맞춰 CEO를 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이츠와 발머 입김 때문에?

우선 막후에 MS이사회 입김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새 CEO가 되더라도 MS이사회의 막강파워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후보자들이 선뜻 이 자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앨런 멀러리가 포드 내부 지인들에게 지난 몇 주전부터 자신이 MS 차기 CEO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멀러리 측근들에 따르면 발머와 회장인 빌 게이츠가 이사회에 남아 있는 것을 포함해 MS이사회의 파워를 우려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앞서 3일에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후보자들이 CEO가 된 후에 게이츠와 발머가 회사에 참여하는 수준을 놓고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일부 유력한 후보자들이 발머에 대해 불안감이 크다고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은퇴의사를 밝힌 후에도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 정책’을 내놓으며 전사적인 조직개편을 펼치는 등 회사 전략에 깊게 관여하는 행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멀러리 외에도 지금까지 MS CEO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피보탈 소프트웨어 폴 마리츠(Paul Maritz)와 오라클 사장 마크 허드(Mark Hurd)도 일찌감치 MS CEO에 관심 없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스티브 말렌코프 퀄컴 CEO 내정자처럼 MS CEO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다른 직책을 맡으며 MS CEO레이스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MS CEO 선정 2월 까지는 어려울 전망

CEO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빌 게이츠의 스케줄을 고려해 봤을 때 1월 말이나 2월까지는 차기 CEO를 낙점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이츠는 오는 22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리코드의 카라 스위셔 기자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CEO선정은 ‘게이츠 서치’라고 할만큼 게이츠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그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특히 회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더 많이 관여할 것”이라고 전하며 2월 전에 MS가 새 CEO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MS는 23일 2분기 실적 발표도 앞두고 있다. 스티브 발머를 포함해 주요 임원들이 실적 발표에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도 1월 CEO선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탠다.

■ 이제 남은 유력 후보는 누구?

지난 11월 열린 MS 주주 미팅에서 빌 게이츠는 “차기 CEO가 기술적인 조직을 이끌기에 적합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멘트를 이사회가 멀러리 같이 검증된 경영자보다는 IT산업에 정통한 인물을 CEO로 선호하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2월 MS 공식 블로그에 좀 톰슨 CEO 추진위원장도 차기 CEO가 매우 기술적인 조직을 이끌 능력과 최고 기술적 재능을 가지고 일할 능력이 필요하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멀러리가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분야에 경력이 전무 때문에 MS에서 그를 차기 CEO로 부적합하다 판단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로이터는 멀러리의 이번 발표가 그의 결정인지 MS의 결정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MS가 차기 CEO의 자질로 기술분야에 능통함을 강조하면서 내부 후보자들이 주목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MS가 후보자들을 소수로 압축했으며 내부 인사인 MS클라우드 사업 총괄 사티아 나델라 부사장과 전 스카이프 사장인 토니 베이츠 사업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의 애널리스트 커크 마테른(Kirk Materne)은 나델라와 베이츠가 내부 후보자 중 선두에 있다고 보며 “이들이 가장 빠른 속도로 그들 내부 상황에 조직적인 변화를 잠재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전 노키아 CEO 스테판 엘롭도 유력 후보로 언급돼 왔다. FBR 애널리스트 다이엘 아이브스(Daniel Ives)는 리서치 노트에서 엘롭은 원래 MS출신으로 노키아 인수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다시 MS로 복귀하게 될 것이며 MS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고 모바일 분야에서 입증할 만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현재 CEO레이스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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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이사회가 어떤 후보자에게로 관심을 돌렸는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외부인사들의 이름도 하마평 오른다.

아이브스는 “만약 회사가 외부인사 중에서 후보자를 고려한다면 페이스북의 COO 쉐릴 센드버그나 VM웨어의 CEO 패트 겔싱어(Pat Gelsinger) 그리고 피보탈CEO 폴 마리츠가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