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기어·라운드, 실험작으로 끝나나

판매량 기대 이하…내년 하반기 차기작에 더 큰 관심

일반입력 :2013/12/10 16:58    수정: 2013/12/11 08:56

김태정 기자

‘승승장구의 쉼표? 혹은 차기 대박을 향한 징검다리.’

삼성전자의 기술선도 마케팅 제품 ‘갤럭시라운드’와 ‘갤럭시기어’가 비교적 냉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 시장 창출용 제품인데 경쟁자들에게 위력적이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갤럭시노트’가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듯이 두 제품이 큰일을 내주길 바란 삼성전자는 다른 반격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라운드와 갤럭시기어 성적 부진에 유통을 맡은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이 커졌다. 갤럭시라운드는 세계 최초 곡면(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기어는 손목 착용형 기기다. 당초 국내에서 두 제품 성적에 큰 관심이 모였었다.

갤럭시라운드는 SK텔레콤이 단독 판매하는 데 하루 개통량이 수백대 수준이다. 지난 10월 출시 후 약 5주 동안 개통량이 1만대 안팎에 그쳤다. 출시 초기 하루 수천대씩 팔린 갤럭시노트2나 갤럭시S3, 4 등과 비교가 어려운 성적이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108만원으로 국내 최고가. 흥행부진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정부의 보조금 제한 기류에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급형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 방어의 뜻도 포함됐다. 판매량 증대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갤럭시기어는 SK텔레콤이 사실상 재고 소진에 나섰다. 갤럭시기어와 갤럭시노트3를 함께 구매하면 전체 기기 값에서 10~15만원을 빼준다. 제품 출시 두 달 만에 나온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이에 대해 함구한 가운데 관계자들은 “갤럭시기어 재고에 대한 이동통신사 걱정이 꽤 큰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갤럭시기어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삼성전자는 “세계 공급량이 80만대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국내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당초 전문가들은 두 제품이 성공했을 시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 이미지를 크게 지울 것으로 예상했다. ‘곡면’과 ‘웨어러블(착용형)’이라는 새 시장을 한 번에 개척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갤럭시노트와 갤럭시S 등 기존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이지 못한 실제 결과가 더 주목되는 이유다.

단, 두 제품이 ‘곡면’과 ‘웨어러블’의 초기 제품이기에 향후 시장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에도 힘이 있다. 갤럭시라운드의 경우 삼성전자가 국내에만 판매하는 등 글로벌 주력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곡면과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고 계속해서 신기술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신기술을 선도해가고 있다는 부분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곡면-웨어러블 패권을 놓고 벌이는 삼성전자와 애플, 두 숙적의 전쟁은 내년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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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아이워치’라고 불리는 스마트워치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애플이 곡면 스마트폰까지 비슷한 시기 내놓을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최근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 때쯤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