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왜 스마트폰 절도가 흉악범죄인가

일반입력 :2013/06/15 09:56    수정: 2013/06/17 08:29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출신 발리볼 스타로 알려진 메간 보큰 선수(만 23세)는 지난해 8월 20일 그의 흰색 폭스바겐 차량 안에서 가족들과 통화중이었다.

그는 당일 세인트루이스 센트럴웨스트엔드 근처에서 모교에서 열릴 자선경기에 동문들과 참가할 계획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날 오후 2시15분경 강도에게 목과 가슴에 2발의 총격을 받고 피살됐기 때문이다.

보큰의 소지품 가운데 사라진 물건은 '휴대전화' 뿐이었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영미권 외신들은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전했고, 피해자 가족들은 이를 부인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살해동기를 '(스마트폰) 강도질'이라 잠정 결론지었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그의 부친 폴과 여동생 애니 팔라졸로가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사법당국이 함께 개최한 언론 간담회에 참석했다. 보큰의 죽음에 관한 배경과 세부 내용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 자리는 현지 법관, 정치인, 소비자단체가 손잡고 최근 확산 추세인 스마트폰 절도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한 '시큐어아워스마트폰(SOS)'을 알리는 곳이었다. SOS 그룹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그 주주들이 업체의 제품을 노린 범죄를 줄이는 데 동참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모였다.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법무장관 에릭 슈나이더맨과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 조지 개스콘이 SOS 활동의 일환으로 '스마트폰서밋'이라는 간담회를 열었다. 회장에는 애플, 구글과 모토로라,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들에겐 SOS 활동 목표가운데 하나인 '킬스위치' 탑재가 구체적으로 권고됐다.

킬스위치는 그 이름대로 특정 단말기의 작동을 즉시 중지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가리킨다.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시 주인에게서 빼앗거나 훔친 기기를 장물로 팔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강도나 절도 범죄의 유인을 없애는 셈이다.

슈나이더맨 법무장관은 미국 전역에서 모바일기기를 훔치고 되파는 행위로 길거리 폭력범죄가 유행중이란 점은 시민사회에 매우 실질적이고 위협적인 문제로 떠올랐다며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략 1분마다 스마트폰 113대가 도난당하거나 분실되는데 폭력을 동반한 절도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방통신위원회(FCC) 보고서에 따르면 강도사건 3건중 1건에 휴대폰 절도가 관련돼 있다.

삼성, 애플, 구글 등 현장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들은 사법당국의 킬스위치 탑재 권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의논했다. 기본적으로 킬스위치 기능은 국제표준에 기반하는 방식이며 소비자들이 별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모였다.

사실 킬스위치를 부분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앞서 산업계가 단말기 분실시 대응 차원에서 만들어온 도난방지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기를 분실한 소비자들이 새 제품을 삼으로써 이익을 얻어온 업체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는 평가다.

개스콘 검사는 1년전 킬스위치 기능의 구현 가능성에 대해 애플에 말한 적이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런 조치를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었다며 이 문제를 통신사들에게 제기했을 때 그들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는 관련 범죄가 너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돼 사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다른 범죄 비중이 줄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스마트폰 도둑질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일 지경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해 전체 강도사건중 절반이 휴대폰과 관련돼 있다. 뉴욕에서도 5건중 1건은 스마트폰 도둑질이었고, 이는 전년대비 40% 늘어난 빈도다.

개스콘 검사는 애플이 올가을 배포하기로 예고하며 지난 11일 선보인 iOS7의 신기능 '액티베이션락'을 보고 고무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능에 대해 세부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기술의 등장이 훌륭한 시발점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다만 업계에 요구하려는 킬스위치 기능의 최종 목표를 실현하긴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개스콘 검사는 (범죄 관련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라며 (액티베이션락은) 그중에서도 한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슈나이더맨 법무장관과 개스콘 검사는 이제야 비로소 업계가 스마트폰 관련 범죄 문제에 의견을 내려는 의지를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SOS 그룹이 나아갈 방향에서 어떻게 산업계가 킬스위치에 해당하는 기능을 보강하고 각 업체들이 단말기 절도 범죄를 통한 장물거래를 억제해 나갈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절도범이 단말기 SIM이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도, 기기를 꺼뜨린 상태에서도, 훔친 스마트폰을 다시 못 쓰게 하는 기술을 이르면 다음달부터 적용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SOS 그룹 요청대로 킬스위치 기능을 소비자들이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무선통신협회(CTIA)는 한편 스마트폰서밋에 동참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협회는 모든 통신사업자들의 동의아래 통신망에 가입된 모바일기기들의 국가데이터베이스(DB)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제이미 헤이스팅스 CTIA 대외 및 정무담당 부사장은 당장 소비자들에게 지원 가능한 도구, 앱, 기능에 대한 여러 교육 캠페인과 더불어 우리는 도난당한 휴대폰 DB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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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OS 그룹 입장에서는 이런 단말기 등록정보 DB가 유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파급력이 크지 않을 뿐아니라 잠금상태를 재활성화시킬 수 있는 '탈옥' 등으로 도난을 예방해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영국이 비슷한 조치를 취했으나 단말기 절도 추이를 누그러뜨리기엔 실패했던 사례를 제시했다.

슈나이더맨 법무장관은 각 기업체들과 협력하길 원하고 있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계가 변화하도록 법적인 강제성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는 암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