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 활용, 방송통신 대립 ‘팽팽’

일반입력 :2013/06/12 18:08    수정: 2013/06/12 18:43

지상파 디지털 전환으로 회수될 예정인 700MHz 주파수 활용 방안을 두고 통신사와 지상파 방송사 간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국제 표준을 고려해 이동통신을 위해 할당돼야 한다는 의견과 차세대 방송과 직접 TV 수신 강화를 위해 방송용으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12일 정보통신정책학회와 한국방송학회, 한국통신학회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주파수 정책 합리성 제고를 위한 방송통신 3학회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관심은 ‘700MHz 주파수 대역의 합리적 활용 방안’에 쏠렸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방송 주파수 특성을 강조해 방송용으로 나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덕규 목원대 교수는 방송과 통신을 분리해 고려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며 모바일 통신 트래픽 급증과 국제적인 공조 흐름에 맞춰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고 맞섰다.

■700MHz, 업계 입장 온도 차이는?

700MHz 주파수 대역은 신호 전파의 회절성이 강하고 신호 감쇠가 적어 전파 효율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이동통신, TV, 라디오 등 갖은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역이다.

현재 이 대역은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날로그TV 종료와 디지털 전환 이후 세부 채널배치 계획을 밝혔다. TV 방송용으로만 활용하던 700MHz 대역(698~806MHz, 폭 108MHz)을 회수한 뒤 방송 통신 공용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듬해 입법과정을 거쳐 심사할당, 대가할당 방식에 가격 경쟁 방식을 추가한 경매제 도입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를 두고 방송업계와 통신업계의 기싸움이 벌어졌다. 방송사업자들은 새로운 방송 환경 속에서 700MHz 대역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선 주파수는 공공재로 수익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경매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고화질 3D 방송, UHDTV 등 차세대 방송을 준비하기 위한 예비 주파수 용도로 활용해야 하며, 난시청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통신사업자는 급증하는 모바일 트래픽 해소를 위해 700MHz 대역이 시장 기반의 할당방식인 경매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사례에 근거해 이 대역이 통신 용도에 쓰이기로 했을 뿐 아니라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4G 이후 5G 통신기술개발 등 차세대 통신을 위해서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공성이냐, 경제적 효율성이냐

앞서 발표한 김광호 교수는 “수신료를 지불한 시청자에게 제공되는 무료 보편적인 방송서비스 확대를 위한 논의를 통해 주파수 정책도 기술이나 경제적 효율성만큼이나 방송을 통해 구현되는 공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며 운을 뗐다.

기존대로 700MHz 대역을 방송용으로 유지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구현해온 지상파 방송을 강화해 최소한의 미디어 이용권과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이에 채널 재배치 이후 남게 되는 이 주파수 대역을 고려해 난시청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경매제도 문제로 삼았다. 수익창출이 가능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경매 경쟁 자체가 되지 않고, 결국 통신사 간 과열경쟁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할 경우 사회 후생 효과가 더 크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며 “방송용으로 쓰고자 하는 주파수로 두는 것은 기회비용이 매우 크다”고 반박했다. 경매 문제로 지적한 소비자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700MHz를 확보해 개선된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이통사들이 다른 투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매를 한다고 해서 사용료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덕규 교수는 “방송만 공공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통신도 국민에게 많은 편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 역시 공공성으로 봐야한다”며 “통신까지 포함한 포괄적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세계적 흐름-차세대 방송통신 기술 염두

박 교수는 전세계 각 국가의 700MHz 대역 활용 방안을 두고 국내도 이 흐름을 따라야 한다며 통신용도에 적합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먼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이미 2007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07)에서 통신 서비스에 개방하도록 결의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국이 속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나 북미 및 중남미 지역, 유럽 지역 등이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지역은 이미 이동통신용으로 사업자도 선정됐다”면서 “세계 각국의 주파수 용도 분배 상황과 이용 전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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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술적인 갈라파고스를 초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논지는 김광호 교수가 주장한 차세대 방송 기술 용도를 반박하는데도 적용됐다.

김광호 교수는 차세대 방송 기술로 꼽히는 UHDTV 방송을 위해 700MHz 대역을 방송용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세계 어디서도 700MHz 대역을 차세대 방송용으로 준비하는 곳이 없다”며 “다른 주파수를 발굴할 수도 있는데 세계 추세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이 대역을 방송용으로 결정하면 기술적 고립이 일어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