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유닉스 지고, x86 굳히고, ARM 뜨고

일반입력 :2012/12/24 10:16    수정: 2012/12/24 10:17

올해 국내 서버 시장은 유닉스의 축소 속에 x86의 강세를 드러냈다. 특히 양적 변화뿐 아니라 미션크리티컬 시장을 점유해온 유닉스가 x86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전력효율성이란 강력한 요구에 ARM 플랫폼이 서버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작년까지 국내 서버 시장은 유닉스와 x86의 비중이 5.5 대 4.5 수준이었다. 그러던 유닉스와 x86 서버 비중이 올해 들어 4 대 6 수준으로 역전됐다.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크게 늘지 않았지만, 전체 판매대수가 늘었다. KT BIT 프로젝트 같은 미션크리티컬 시스템의 x86 채택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마침내 x86 플랫폼 시대에 진입하는 분기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격변을 예고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저전력을 앞세운 ARM 프로세서가 서버시장 진입을 목전에 뒀기 때문이다. 전력효율성 확보란 전세계적인 요구가 서버 시장을 또 한번 흔들 동인으로 등장했다.

■저무는 유닉스 시대, 다운사이징 움직임

올해 유닉스 서버 시장 규모는 5천억원 내외로 추산된다. 4분기 집계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년보다 대폭 줄어들 것이란 전망은 확실하다.

유닉스 시장 축소의 가장 큰 원인은 대형 프로젝트의 부재다. 전통적인 유닉스 시장인 금융, 공공 시장의 대형 차세대 프로젝트가 전년보다 줄었던 것이다. 주요 금융권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지난해 종료돼 대형 사업을 할 만한 기업이 적었다.

주요 유닉스 서버업체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수요가 사라졌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IBM과 HP의 4분기 신제품 출시가 일찌감치 예고돼 대기수요를 만들어냈다는 해석이다. 작년 10월 T4 시리즈를 출시한 오라클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 있다.

그러나 업계는 근원적인 시장 변화의 조짐이라 진단한다. 단지 계절적 수요변화로 원인을 삼기엔 시장 축소 폭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한국 서버 시장도 x86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미션크리티컬 시스템 다운사이징 움직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거래소(KRX) 차세대 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의 리눅스 채택 실험을 위시해 각 증권사들이 주요 거래시스템을 x86 플랫폼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x86 전환 프로젝트 성과도 등장했다. KT는 지난 7월 x86과 클라우드 기반의 ERP 시스템을 정식 가동했다. KT의 BIT ERP는 SAP 사상 최대 규모 x86 기반 구축이란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기존 x86 플랫폼을 중추 시스템에 사용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주요 사례가 나오면서 시장의 x86 이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주요 기업 CIO들은 비용절감 기조 속에 IT 비용 감축이란 과제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유닉스에 대한 과신이 사라지고, x86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이 많아지고 있다”라며 “새해 서버 플랫폼의 대세는 x86 중심으로 형성되고, 유닉스는 시장규모가 고정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굳히기 들어간 x86 '외우내환'

x86이 전반적인 서버 시장 주도권을 쥐는 가운데, 가장 이득을 본 회사는 인텔이다. 인텔은 PC 프로세서의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x86 프로세서인 ‘제온’으로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90%를 차지했다. 올해는 제온 E5가 샌디브릿지-EP 기반 제품으로 출시돼 서버업체의 플랫폼 업그레이드를 이끌었다.

서버업체의 경우 한국HP와 한국IBM의 부진 속에, 델코리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국HP는 2분기까지 40% 아래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IBM은 20% 내외를 오가며 정체현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델은 한때 20% 후반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장을 흔들었다.

3분기는 x86서버 시장의 주요한 변화들이 나타났다. 한국HP는 3분기부터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서, 40% 후반대 점유율에 복귀했다. 한시적으로 그전까지 유지하던 수익 중심의 전략에서 매출 중심으로 사업전략을 이동한 것이다.

델코리아는 9월 대원CTS를 총판으로 선정하고 오랜 직접판매 방식을 탈피해 채널유통 체제를 도입했다. 시장 접근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현 총판체제의 정착기를 거쳐 내년엔 추가적인 총판사 선정도 예정하고 있다.

이처럼 겉으로 활기를 띈 x86시장도 내부적으론 어려움을 겪었다. 상반기는 지난해 태국 홍수 여파로 인한 HDD 수급문제가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고객의 수요에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는 답답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하반기는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악재로 떠올랐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자제하면서 서버업체의 활동 반경이 쪼그라들었다.

■'ARM 프로세서‘ 서버시장 데뷔 눈앞

x86이 시장의 주요 플랫폼 자리를 굳히는 동안 ARM 플랫폼이 서버 시장을 기웃거렸다. 작년부터 시작된 ARM에 대한 데이터센터업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애초부터 x86 환경으로 대규모 웹서비스를 제공해온 인터넷 서비스업계는 소비전력 절감이란 지상과제를 줄곧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인텔과 AMD의 x86 플랫폼은 저전력 설계보다 성능강화에 초점을 맞춰 발전됐고, 서비스업체들은 저전력이란 목적에 부합하는 ARM 플랫폼으로 관심을 돌렸다.

ARM이 64비트 지원 칩셋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가운데,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인텔의 아톰이나 ARM 기반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서버에 활용하는 실험에 돌입했다.

서버업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HP가 작년 문샷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저전력 서버란 새 카테고리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델도 지난 5월 코퍼 공개를 통해 저전력서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HP는 올해 인텔의 최신 아톰 프로세서인 ‘센터톤’을 활용한 저전력 서버 ‘게미니’를 출시했다.

ARM은 64비트를 지원하는 코텍스 A50 시리즈를 공개했다. 64비트 ARM 프로세서는 2014년 상용화되며 내년께 시제품이 일부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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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저전력 서버가 현 서버 시장의 10% 수준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텔은 저전력 서버 시장에 아톰과 제온 E3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력소비에 초점을 맞춘 아톰과, 전력소모는 ARM이나 아톰보다 많지만 성능을 보장하는 제온 E3로 구분했다.

ARM이나 아톰 등에 기반한 저전력 서버는 웹서비스 분야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포털, SNS, 호스팅, 퍼블릭 클라우드 등의 기업들이 저전력 서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