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창시자와 개척자의 대화

일반입력 :2012/10/12 19:02    수정: 2012/10/13 08:56

전하나 기자

한 사람은 국내에 인터넷을 처음 도입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인프라 위에서 세계 최초 온라인게임을 만들었다. 전자는 전길남(69) 일본 게이오대 교수, 후자는 송재경㊺ 엑스엘게임즈 대표다.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창시자와 개척자, 그리고 사제지간이기도 한 이 두 거장이 12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디브온 2012’에서 만났다.

‘한국 인터넷 30주년과 미래’라는 주제로 마주 앉은 이들의 이야기는 198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전길남 교수 주도 하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구미 한국전자기술연구소에 있던 컴퓨터가 각각 고유 인터넷 주소를 할당 받아 데이터 패킷을 송수신했다. 우리나라의 첫 인터넷 연결 장면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지금 2012년의 인터넷은 1982년 전 교수가 꿈꿨던 인터넷과 가까울까. “지금 인터넷 사용 인구가 20억명에 달하는데 이는 30년 전 예측과 크게 어긋나지 않아요. 하지만 인터넷에 이처럼 폭발적으로 데이터가 쌓일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죠. 완전히 세상을 바꿔놓았잖아요.”

전 교수가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킨 인터넷을 국내에 선보인 이유는 후학들을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벤처 하겠습니다”였다고 회상했다. “사실 카이스트에 다니면 박사까지 마치고 편하게 교수 생활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유독 내 제자들은 다 벤처를 하겠다고 했어요. 말릴 수가 있나요. 이전에 없던 일을 처음으로 만들어 하겠다고 하는데요.”

그 제자들 중 하나가 송재경 대표다. 송 대표는 박사과정 도중 뛰쳐 나가 창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당시 나이 스물 일곱에 불과했다. 그 때의 열정이 그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의 20대에게 해줄 말이 많다. 송 대표는 “내가 다시 20대가 된다고 해도 분명히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프로그래밍, 기술적인 도전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지금 20대라면 가진 것도 없지만 잃어버릴 것도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발자를 꿈꿔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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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도 “내가 인터넷을 들여올 때 주축이 됐던 연구진들은 모두 20대였다”며 “그 때 역사를 만들었던 20대와 지금 역사를 만들어 나갈 20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시대를 열어젖힌 선구자의 애정어린 응원이자 격려다.

그는 또 ‘한국 인터넷 아버지’답게 현재의 인터넷 세상에서 일어나는 부작용들도 진보의 단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뿐 아니라 TV, 자동차 등 현대문명은 모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해요. 인터넷에 있어선 우리가 앞서간 나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더 쉬운 거죠. 2020년쯤엔 인터넷 사용자가 50억명을 넘어설 겁니다. 역기능을 해결하는 것도 차차 한국이 선도해 나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