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세대의 조언 “창업, 미신 돼선 안된다”

일반입력 :2012/10/12 11:59    수정: 2012/10/12 17:17

전하나 기자

“모두가 창업을 할 필요는 없다” “스타트업이 멋있어 보이는 것은 미신이다” “성공은 쉽지 않다”

12일 열린 다음커뮤니케이션 주최 ‘디브온 2012’ 컨퍼런스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현 프라이머 대표),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자(현 본엔젤스파트너스 대표) 등 성공적인 창업을 앞서 경험한 벤처 1세대들은 이날 만난 후배 창업가들에게 애정어린 쓴 소리들을 아끼지 않았다.

이택경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예비 창업자나 스타트업에 종잣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사 프라이머를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을 보면 창업을 권유하기 보다 말리고 싶은 사람들이 간혹 있다”며 “창업을 준비하는 개발자 분들에게 제일 알려주고 싶은 것이 ‘창업하면 멋있을 것 같다’는 일종의 로망은 미신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창업을 하더라도 한번에 빨리 가려고만 하다 보면 망하기 십상”이라며 “꿈을 크게 가지더라도 실행은 천천히 하나씩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엔젤투자사인 본엔젤스의 장병규 대표도 ‘창업 절대론’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군가는 벤처를 창업해 공동창업자로 살 수 있지만 또 누군가는 대기업에 들어가서 꾸준하게 커리어를 쌓아 임원이 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다”며 “요즘 창업붐이 불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개발자들이 창업을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그는 “창업을 하면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지금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매일같이 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삶에 관해 진지한 자세를 갖게 된다”며 창업이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들은 또 단순히 아이디어만 봇물을 이루는 창업 역시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대표는 “딱 잘라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창업은 아이디어 창업과 기술창업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런데 요즘은 특히나 아이디어 창업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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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도 “언제나 발상의 전환은 중요하지만, 결국 아이디어는 베끼기 쉬운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때문에 자신은 본엔젤스 파트너사를 결정할 때 아이디어보다는 실행력과 학습력을 더 높이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업을 하다 보면 주변 지인들의 조언, 투자사 심사역들의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팔랑귀가 되기 쉽다”며 “창업자들은 외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이를 단번에 수용하기 보다 ‘왜 그런 얘기를 했을까’를 다시 스스로의 질문으로 만들어 소화하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