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3C, HTML5.1 표준 벌써 만드는 이유

일반입력 :2012/10/04 08:28

웹표준화단체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은 최근 HTML5를 뒤이을 웹표준 기술규격 'HTML5.1'을 오는 2016년 내놓기로 예고했다. 게다가 그 첫번째 공개 초안(FPWD)이 올해 4분기중 나온다. W3C는 HTML5 표준화도 오는 2014년에야 마무리할 예정인데, 이른 시점에 그 후속 작업까지 계획한 배경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W3C는 지난달 하순 HTML5 최종판을 과거 알린대로 내후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시점 변동은 없지만 업계가 짐작하는 일정 지연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이와 함께 제시된 게 4년뒤 HTML5.1 규격을 표준화하겠다는 후속 계획이다.

당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W3C는 올해 4분기 HTML5.1 초안(WD)를, 내후년(2014)말 HTML5 확정표준(REC)을, 오는 2016년말 HTML5.1 REC을 마련한다. 현업에서 공존하는 HTML5와 HTML5.1 차이가 크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HTML5 이후 웹문서가 따르는 표준규격 버전을 알리는 선언 기능이 빠지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당장 개발중인 표준안 작업을 마치기도 전에 추가 버전 계획을 잡는 이유가 W3C 입장에서 '단순하다'고 전했다. 이미 날짜를 박아둔 HTML5 표준화 일정을 제때 마감하고 그중 못다한 구성요소 표준화 작업을 속행하기 위해 이후 버전으로 주요 이슈들을 분리중이란 설명이다. 즉 HTML5.1 표준화는 HTML5 개발 작업중 변경과 일정 지연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묘사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HTML5.1을 HTML5과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 기존 산업표준의 연장선에 놓인다고 평했다.

2일 W3C 대한민국사무국 조만영 기획홍보실장은 HTML5.1은 단순히 HTML5과 HTML6 사이 중간단계에 놓인 마이너버전 사례가 아니다라며 이제 웹기술은 불변하는 표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규격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후속 버전 계획은 웹표준화 조직이 달라진 변화 속도에 대응해 그 활동방식을 달리하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윤석찬 한국모질라커뮤니티 리더는 지난달말 자신의 블로그(http://blog.creation.net/533)를 통해 웹 기술 변화에 아주 큰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는데 그 표준화 프로세스는 여전히 (느린) 과거 방식을 답습해 빠른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한계가 있다며 이에 따라 HTML5 표준 에디터였던 이안 힉슨이 지난 4월 새 표준개발 협업방식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WHATWG'라는 커뮤니티가 W3C 이전부터 그 외부에서 HTML5 표준안 작업을 해왔는데, W3C 안에 HTML 워킹그룹이 생긴 뒤에도 함께 진행된 WHATWG의 작업이 W3C로 제때 포함되지 못했다.

그래서 버전을 명시하지 않은 채 최신기능 구현에 초점을 맞춘 '리빙(living) HTML' 개발 작업과 외부 업계 의견을 수렴해 특정 시점별로 완성 표준안을 잡아내는 작업을 병행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이 과정은 개발자용 시험판, 베타 버전, 일반 정식판이 동시에 개발되는 파이어폭스 또는 크롬 브라우저 개발 프로세스와 비슷해 보인다.

요약하면 완성된 표준안은 W3C가 만들고, 그 바탕이 되는 리빙HTML 작업은 WHATWG에서 추진한다. 즉 HTML5.1은 HTML5를 계속 발전시키며 겪는 변화를 주기적으로 포착해 만들어지는 표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TML5.x 버전을 통해 쌓이는 변화는 이후 HTML6, HTML7 등으로 넘어가 반영될 수도 있다.

W3C도 HTML5 내용가운데 논쟁이 많아 제때 합의되지 못한 이슈들을 끌어안고 가면 사실상 일정 맞추기가 어려움을 인정한다. 이번 후속버전 표준화 일정을 함께 밝히며 (전체 웹표준가운데) 개별 규격을 분리하는 방침은 그 기술이 각 커뮤니티의 관심여하에 따라 발전되고, 이후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케하는 훨씬 생산적인 접근법이라고 강조한 속내다.

과거 HTML5 표준에는 웹워커, 웹스토리지, 웹소켓 프로토콜같은 별도 규격으로 떨어져나온 기술이 수없이 많이 뭉뚱그려져 있었다. 현재 웹표준화 프로세스에는 마이크로데이터, 2D캔버스 같은 논쟁이 많았던 표준들을 모듈화해 HTML5에서 분리해 내보냄으로써 기존 이슈를 최소화하는 방식이 적용됐다고 윤석찬 씨는 설명했다.

한편 현재 확정된 HTML 표준 규격은 HTML4.01이다. 이 내용이 확정된 시점은 13년전인 지난 1999년이다. W3C가 예고한대로 HTML5 최종안을 오는 2014년 확정하더라도 기존 산업표준이 나온지 15년이나 걸리게 된다.

국내서는 요즘들어 차세대 웹표준에 관심이 높아가는 추세지만 글로벌 웹서비스와 브라우저 기술업계의 관련 대응은 한참 앞섰다. 글로벌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은 표준화 활동을 직접 후원하며 자사 엔지니어들을 투입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물리는 기능 구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주요 브라우저 개발사들은 이전부터 웹기술을 실용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왔다. 향후 더 가속화될 웹기술 변화 움직임에 발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완성된 표준은 이미 처음 등장한지 몇년 이상 지나 낡은 기술로 소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표적 웹기반 오피스 및 협업 프로그램인 구글 문서도구의 워드프로그램 기능은 지난 2005년 시작된 온라인서비스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며 앱스토어를 열기 전인 2007년 그 모바일브라우저로 웹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장려했다. 어도비는 지난해부터 캐시카우 플래시가 웹 클라이언트 환경에서 수명을 다했다는 판단아래 웹표준 변환기술을 선보였고 기존 솔루션에 웹표준 지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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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2010년부터 HTML5에 올인을 선언하고 실버라이트를 '안락사' 시키면서 차기 오피스와 윈도8 플랫폼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기술로 웹표준을 채택했다. 지난해 모질라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만들 계획을 내놨다. 최근 한 시장조사업체는 그 플랫폼이 내년 스마트폰 OS시장 1%를 차지할 거라고 예측했다. 페이스북도 올상반기 앱센터를 열고 자사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자체를 플랫폼삼아 웹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HTML5 기반 게임 개발도 활발하다. 국내 HTML5 전문업체 블루가도 지난달 독자 개발한 게임엔진 BXG를 공개했다. 단말기 성능향상과 웹표준의 멀티미디어 처리기술 발전으로 한계라 인식됐던 게임 영역까지 웹기술이 빠르게 스며드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