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양자구도 깬다…“이용자가 힘”

일반입력 :2012/05/03 19:07    수정: 2012/05/04 08:38

정현정 기자

“두 대척점인 망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사이에서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내세울 뿐 정확한 제재 기준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방통위의 정책결정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통신사의 부당한 차단 행위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해서 이용자가 무섭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망중립성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비통신진영에서 이용자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간 대립구도가 아닌 세 주체 간 선순환 구조에서 문제를 풀자는 제안인 동시에 폐쇄적으로 진행되던 논의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이자는 주장이다.

경실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진보넷, 오픈웹,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7개 시민단체는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을 발족하고 3일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들은 연말까지 망중립성이 이용자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날 포럼의 참석자들은 망중립성 문제를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풀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망중립성 논의 구조가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비밀스럽게 진행되면서 다양한 사업자와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통위에 등록된 부가통신사업자만도 2만2천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비통신진영의 다양한 목소리가 실리지 못한다는 불만이 실렸다.

김혁 SBS 정책팀 차장은 “방송사업자로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망을 가지고 있거나 대기업이 아니면 아예 논의에 끼어들 수가 없게 배제돼 있다”면서 “다양한 사업자들이 논의를 하며 오해를 풀고 이용자 관점도 포함된 공개된 토론의 장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정책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들의 관점과 함께 이용자들의 목소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포럼의 주제로 선정된 선별적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차단이나 KT의 삼성 스마트TV 접속차단 등이 소비자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문제임에도 사업자나 정부가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천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스마트TV와 m-VoIP 차단은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지만 소비자를 배제한 채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사업자 간 수익 문제로 몰아가면 이용자들은 픽션인지 팩트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망중립성 문제를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 양자관계만을 끊어놓고 무임승차 논란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통신사-이용자-콘텐츠 사업자로 이어지는 인터넷 생태계 선순환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종호 NHN 정책커뮤니케이션실 이사는 “통신사들이 좋은 네트워크를 깔아주면 그 위에 좋은 콘텐츠를 올리고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고 인터넷을 이용하듯이 세 당사자가 상호 의존하면서 만들어 가는게 인터넷 경제”라면서 “통신사들이 망만 깔아놓고 아무런 콘텐츠는 없는 허허벌판이라면 누가 인터넷을 이용하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방통위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망중립성 논의가 통신사들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통신사들이 저마다 탈통신을 화두로 내세우며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현 시점에서 통신사가 운영하는 콘텐츠 사업과 망을 가지지 않은 사업자가 부당한 차별을 받을 여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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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 이사는 “네트워크 사업자와 콘텐츠(CAS) 사업자의 대결구도로 비춰지지만 사실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콘텐츠 사업을 하는 사업자와 네트워크 없이 콘텐츠 사업을 하는 사업자의 구도”라면서 통신사들이 수직결합을 통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드려는 흐름 속에서 정부는 공정경쟁의 틀을 만들고 이 룰이 잘 지켜지는 감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국 CJ헬로비전 실장도 “현재 통신사들이 요금제에 따라 m-VoIP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m-VoIP 애플리케이션은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결정의 여파가 작은 스타트업과 중견 사업자들에까지 골고루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가 사업자 간 균형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