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이제 '왜'가 아니라 '어떻게'

[창간 특집]IT산업계의 지상명령 클라우드 총 점검①

일반입력 :2011/05/19 08:18    수정: 2011/05/25 20:22

김효정, 김우용, 임민철 기자

2011년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은 IT업계의 대세다. 이는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이나 유행이 아닌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IT업체들이 개최하는 컨퍼런스나 파트너 행사에 가보면 너나 할 것 없이 클라우드를 강조하고 있다.

혹자는 클라우드를 과거 '웹2.0'과 같은 마케팅 용어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이미 존재해왔던 관련 기술들이 적절한 시기와 상황을 맞이해 뜨고 있다는 것이다. 큰 의미에서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단순히 마케팅 용어라고 하기에는 기술의 변화와 그 혜택이 너무 명확하다.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은 왜 필요하고 도입해야 하는지라는 논점에서 벗어나 어떻게 도입하고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시기를 맞았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향후 3년간 IT시장과 CIO(최고전산책임자) IT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전략기술 1위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2010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이슈가 업계 전반에 형성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관련 업체들이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솔루션을 내놓으며 초기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 기업들 또한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도입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내 주요 플레이어들의 클라우드 추진 현황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KT다. 지난해 11월 천안(목천)에 오픈한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비롯해 클라우드 관련 대대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행보로 퍼블릭 클라우드 초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IaaS(서비스로서의 인프라)를 상용화하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통신사업자들은 자사의 통신망과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aaS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은 호스트웨이IDC의 경우, 주요 서버 호스팅 업체와 대학 등에 레퍼런스를 마련하며 시장을 키워가는 중이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KT와 SK텔레콤 등이 PaaS(서비스로서의 플랫폼) 신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며, 가상화 전문업체인 VM웨어는 최근 오픈소스 기반 PaaS인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 한독약품은 세일즈포스닷컴의 '포스닷컴'을 활용해 차세대시스템을 개발하는 PaaS 클라우드를 도입 등의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클라우드의 경우 세일즈포스닷컴 등 글로벌 업체 위주로 시장을 형성하는 중이며, 국내 업체들도 클라우드 시장 확산과 더불어 올해부터 그룹웨어, HR, KMS 등의 SaaS 출시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SDS, SK C&C, LG CNS 등 IT서비스 업체들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두고 마지막 점검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그룹 계열사 위주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시 장단점을 세밀하게 분석중이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프라이빗 클라우드 검토에 나서고 있어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공공부문의 도입은 성공사례 확보는 물론 관련 정책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소규모 테스트베드를 구현했고, 2014년경 IaaS, PaaS의 도입을 계획 중이다. 국방부와 한국전력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데이터센터 통합 가능성도 엿보인다.

■클라우드, 2011년 컴퓨팅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성공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0년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슈화되면서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였고, 올해부터 활성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은 '제2의 디지털 혁명'을 이끌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에 따른 수익 저하를 우려하던 주요 IT벤더들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HP, IBM 등 글로벌 IT벤더가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에 나섰고, 국내에서는 KT, S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팔을 걷었다. 지난 2007년 아마존이 최초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내놓았을 때와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다. 즉 닷컴 기업의 색다른 시도가 아닌 효율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기업은 서버, 스토리지 등 IT장비를 구입해 별도의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트래픽 폭주나 재해와 같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여분의 IT인프라를 갖추지 않아도 되므로 IT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발전된 IT 기술을 누릴 수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도입 또한 가속화될 전망이다.

물론 IT장비나 인프라를 팔아왔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벤더나 통신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지만, 이들 역시 일찍이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HP의 'EaaS(Everything as a Service)' 전략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윈도 애저', IBM의 '블루 클라우드' 등이 2009년을 기점으로 쏟아져 나왔다.

국내 시장에서도 통신사와 IT서비스 업체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강국' 만들기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새로운 기회창출을 모색하는 중이다.

서정식 KT 클라우드추진본부장은 2010년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사업기반을 다지는 준비기간이었고, 올해는 다양한 서비스 라인업을 갖춰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IDC가 수행한 '2011 국내 기업 IT 수요 조사'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IT 투자 이슈를 조사한 결과,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관심은 2010년 15위에서 2011년 4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1년 사이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크게 상승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현재까지 국내 대기업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률은 5.2%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상승한 수치이며 향후 1-2년 이내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 비율도 전년 대비 상승하였고, 부정적인 답변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향후 도입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품질경쟁력 확보, 고객 신뢰도 높여야...

IT업계 전문가들 역시 기업 컴퓨팅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전환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를 것이냐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퍼블릭 클라우드의 '보안' 이슈와 프라이빗 클라우드의 '마이그레이션에 따른 ROI(투자회수)' 고민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 퍼블릭 클라우드의 잠재고객인 소기업이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도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다.

그렇다고 해서 클라우드로의 흐름이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 선점과 활성화를 위해 각 업체가 기를 쓰고 풀어야할 숙제라고 보면 된다. IT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사들의 경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이, 벤더는 보다 통합적이고 유연하고 솔루션이, IT서비스 업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시장참여가 필요하다.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으로 우려되는 보안 문제, 법규제(컴플라이언스), 안정성 및 가용성, 애플리케이션 연동성 문제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의 ROI, 전문 컨설팅 및 구축업체 부재 등은 업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기 해결이 가능하다.

신창석 SK텔레콤 상무는 지금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 안정성 확보 및 차별화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이제는 왜 도입해야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도입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장단점과 효용을 비교하고, 프라이빗을 단계별로 도입한 후 장기적으로 퍼블릭 환경으로 가능 방향을 고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절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서비스도 주목 받고 있다.

또한 도입에 앞서 필요한 선결 조건, 즉 내부전문가나 이를 운용할 인력구성과 관리체계 그리고 보안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도 꼼꼼히 따져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클라우드 도입 효과에 대한 무게비중을 비용절감에 둘 것인가 효율성·민첩성 확보에 둘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에서 실제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러한 정보들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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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한국HP 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IT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국내의 경우 통신사, IT서비스 업체, IT벤더들이 다양한 전략과 솔루션을 내놓고 있으며 점차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클라우드 관련업체는)고객들이 쓰고 싶어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비용적인 측면이나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등 클라우드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효정, 김우용, 임민철 기자hjkim@zdnet.co.kr